이미옥 글/원유미 그림/창작과비평사/1999. 4.30. 초판/174쪽

소개

《문제아》와 함께 창작과비평사에서 주최하는 제3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창작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현실의 모습을 담아내려 한 듯, 이야기의 배경은 부모의 실직과 그로 인해 겪는 아픔이다.
도시 중산층으로 서울 강남 한강변의 17층 아파트에 살던 초록이와 새록이가 세모진 연립주택의 반지하로 이사하게 된다. 은행에 다니던 아버지는 은행을 그만두고(명예퇴직을 한 건지, 자세한 사정은 나오지 않는다) 양치는 공부를 하러 뉴질랜드로 떠나게 되고, 아버지의 학비를 위해 아파트를 팔고 서울 강북 외딴 곳의 반지하로 오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초록이와 새록이는 견디기가 어렵다. 이런 아이들에게 엄마는 위대한 성인처럼(!) 말해준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이 있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우린 새롭고 낯선 동네라는 책을 읽고 있는 거야. 늘 넓은 아파트와 좋은 환경만 읽으면 재미없잖아. 편식하면 안 되는것처럼 세상을 골고루 읽어 보렴."하고.
그리고 아이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그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 간다. 하지만 불행은 계속된다. 엄마가 다니던 광고 회사가 느닷없이 부도가 나고, 뉴질랜드에 간 아빠는 수술을 받게 된다. 엄마는 아빠를 보러 뉴질랜드로 떠나고 초록이와 새록이는 할머니 댁인 제주도 행 비행기를 탄다.
그리고 새록이는 '가만 있어도 웃는 눈'을 생각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 언제나 웃는 눈을 갖은 도라지 파는 할머니, 땅콩 두부 목사님, 빙설 대마왕 등을 생각하며 새록이도 저절로 웃는다.

도시 중산층에서 갑자기 하층 생활을 하게 된 와중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씩씩한 모습, 그리고 중간 중간 보이는 작가의 세밀한 관찰력과 표현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을까? 《문제아》와 같이 대상을 수상했고,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 깊이는 다르게 느껴진다.
은행을 갑자기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떠나는 아버지도 그렇고, 아버지가 떠났다고 갑자기 아파트를 팔고 이사를 하게 되는 상황도 조금은 느닷없다.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어머니가 있는데 말이다. 아버지가 퇴직금을 못 받았는지, 그동안 어머니 월급이 안 나왔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말이다.
며칠만 있으면 뉴질랜드로 광고 촬영을 떠날 듯 하다가 갑자기 어머니 회사가 부도가 나서 못 가게 되는 것도 조금은 당황스럽다. 바로 전 날만 해도 회사 일이 너무 바빠 정신이 없었는데 말이다.
어려운 현실을 밝게 받아들이고 용기를 내도록 북돋아주는 건 좋지만, 너무 밝게만 그리려고 한 건 아닐까? 갑자기 바뀐 환경 속에서도 '세상을 골고루 읽어 보기' 바란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아이들은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아이들이 성숙하기 때문일까? 현실의 아픔을 좀더 현실적으로 그려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작품이다.

내용

아빠가 실직을 하고 네덜란드로 공부를 하러 떠나자, 새록이와 초록이는 엄마와 강변 아파트에서 변두리의 연립주택 지하로 이사한다. 작가는 두 형제가 달라진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아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려워진 환경은 엄마의 실적으로 더욱 힘들어지지만 섣불리 비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형제의 눈이 얿어지기 때문에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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