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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사랑하니까 |
2004-0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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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를 일곱 명에게 써 보내고 나서 우유를 마신다음, '나는 아무개를 사랑합니다' 하고 말하면 나흘 뒤에 데이트 신청이 온대.
"떠벌이 경은이의 말에 여자아이들이 어머, 어머 그게 정말이니? 어쩌고 하면서 손뼉을 치고 난리가 났어요. 다른 반 아이들까지 들락거리며 야단이에요.
내 짝꿍 성미도 선생님 눈길을 피해 사랑의 편지를 베끼느라 정신이 없어요.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저러나 하고 넘겨다 봤더니 성미가 등을 훽 돌리고 가려버리는 거예요. 그것까지도 참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신경 끊어. 누가 너 같은 애한테 데이트 신청이나 하겠니?"
하잖아요. 홧김에 필통으로 성미의 등을 탁 때려 버렸지요. 그 바람에 성미랑 나는 사랑의 편지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벌을 섰어요. 아이들이 벌 서는 우리를 돌아보고 “큭,큭”소리 죽여 웃었어요.
청소 시간에 남자아이들이 놀려댔어요.
"점순아,사랑의 편지를 보내 봐. 혹시 아니? 장님이 데이트 신청을 해 올지."
아이들이 놀려대는 말이 가시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가슴이 아팠어요.
나는 책상을 와락 밀쳐 버리고 의자도 발로 차버렸지요.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서 교실 바닥에 주저앉아 왕왕 소리내어 울었어요. 내 서슬에 놀란 아이들이 슬금슬금 달아나 버리대요.
아이들은 나를 '점순이' 라고 불러요. 내 오른쪽 이마에서 눈 밑으로 매맞은 자국 같은 붉은 점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내 이름도 홍점이라고 지었대요.
나를 처음 보는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힐끔거리다가 귓속말을 주고받곤 해요. 이제 그깟 일로 속상해 하진 않아요. 걸음마를 시작하고 밖으로 나다니게 되면서부터 사람들의 동정 어린 눈길에 익숙해졌거든요.
유치원에 입학하던 날이었어요. 내 짝꿍이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걱정스레 물었어요.
"너도 이 안 닦아서 엄마한테 맞았니?"
내가 말없이 고개를 돌려 버렸더니 제딴은 안돼 보였는지 새알 초콜릿을 쥐어 주대요.
아침마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우는데도 엄마는 억지로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곤 했어요. 그러시는 엄마가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엄마가 나를 점순이로 낳았으면서 미안하다는 말은 한 마디도 않고 오히려 야단을 쳐서 유치원에 보내는 게 정말 싫었어요.
그래서 나는 교실에 들어가지도 않고 혼자 놀이터에서 놀았지요. 미끄럼도 타고 모래장난도 하고 소꿉장난도 하면서 말이에요.
어느 날 노랑반 선생님이 나를 아이들 앞에 세워 놓고 말씀하셨어요.
"홍점이 얼굴에는 예쁜 이름표가 있어요. 엄마를 잃어버려도 금방 찾을 수 있지요.”
아이들은 나를 마치 동물원 원숭이 바라보듯 했어요.
선생님은 말없이 내 짝꿍 이마에 빨간 사과를 그려주었지요. 아이들이 너도나도 토마토를 그려 달라 해님을 그려 달라 앵두를 그려 달라 야단이 났어요.
그런 다음부터 노랑반 아이들은 나를 놀리지 않았어요.
한 번은 내 동생 홍주가 세 살이었을 때 할머니랑 온천에 갔거든요. 할머니가 구멍이 숭숭 뚫린 돌멩이로 발바닥을 문지르는데 갑자기 홍주가 할머니 돌멩이를 빼앗았어요. 그러더니 그 돌멩이로 내 얼굴의 점을 빡빡 문지르는 거예요.
나는 너무 아파서 홍주를 떠밀어 버렸어요. 발라당 넘어진 홍주가 자지러지게 우는 데다 머리에서 피가 철철 나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다고요. 그 때 다섯 바늘이나 꿰맨 흉터가 아직도 남아 있어요.
꼬맹이 홍주가 왜 그랬는지 나는 알아요. 그렇게 때를 밀듯 빡빡 문질러서 벗겨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나는 뭐 그런 짓 안 해 본 줄 알아요. 세수할 때마다 때수건으로 피가 나도록 문질러 봤지만 아무 소용없었어요.
며칠 전에 홍주가 자기 생일 잔치를 학교 앞 피자집에서 하겠다고 조르는 거예요. 엄마의 핀잔에도 아랑곳없이 홍주가 졸라댔어요.
"엄마는 암것도 모르면서. 애들도 다 그렇게 한단 말이야, 씨이."
"어린 것들은 철이 없어서 그런다 치고 애들이 조른다고 피자집에서 생일 잔치 해 주는 엄마는 도대체 어떤 위인들이라니.”
아무리 졸라 봤자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홍주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응? 응?' 콧소리를 냈어요.
홍주가 나 때문에 그런다는 걸 엄마도 눈치챘을 텐데 왜 그렇게 야단을 치는지 몰라요. 그냥 슬그머니 못 이기는 척 들어 주지 않고 말이에요.
학교 갈 때도 나는 홍주보다 일찍 서둘러서 가요. 엄마는 동생 챙겨 주지 않는다고 야단을 하지만 홍주가 창피해 할까 봐 일부러 피해 주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늘 혼자 학교에 다녀요.
교문을 나선 나는 주위를 힐끔 둘러보았어요. 아이들은 문방구점의 군것질거리에 정신을 팔고 있어요. 나는 재빠르게 은혜 피아노 모퉁이를 돌아 산길로 접어들었지요. 지난번처럼 아이들의 고자질로 벌 청소를 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돼요.
엄마도 선생님처럼 위험하니까 산길로 다니지 말라고 질색을 하지만, 나는 학교를 오갈 때는 늘 우장산 자락의 오솔길로 다녀요.
오솔길로 들어서자 꿀밤나무, 은사시나무, 오리나무, 느티나무들이 반갑다고 이파리를 흔들고요, 산새들도 호들갑스레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보통 때 같으면 나도 노래로 인사를 나누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에요.
쉼터에 앉아 기지개를 켜다가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았어요.
연초록 새로 돋은 아카시아 잎새 사이로 하늘이 푸르고 맑아요. 봄빛이 조금 더 짙어지면 이 자리에 앉아서 아카시아 꽃눈을 맞게 되겠지요.
나는 노래를불렀어요.
노래는 즐겁다 지저귀는 멧새처럼
비-뱃종 비-벳종 비-벳종 벳종 벳종
노래를 부르면 해도 달도 내 동무
톡-. 무언가 굴러내려오다가 애기나리 풀 포기 사이로 숨어버렸어요.
'뭐지?'
나는 풀 포기 속에서 호두알을 집어 들었어요. 반질반질 닳아 윤기가 나는 작은 호두알이에요.
"얘!"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흘끔 돌아보았는데, 목발을 짚은 아저씨가 비탈에서 내려다 보고 손짓을 하는 거예요. 갑자기 머리칼이 곤두서고 온몸에 소름이 돋지 뭐예요.
선생님이랑 엄마가 하신 말씀이 공연한 소리가 아니었구나 싶은 게 다리까지 후들거렸어요
"엄마아!"
나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달음박질쳤어요.
절집 마당에 이르러서야 가쁜 숨을 돌릴 수 있었지요.
'나쁜 아저씨 같진 않던데‥‥‥ 나쁜 사람은 얼굴에 나쁜 사람이라고 써 붙이고 다니나 뭐 '절집 돌계단을 내려가던 나는 주먹쥔 손을 펴고 호두알을 보았어요.
'호두알을 찾는 거였을까?'그렇더라도 되돌아가서 호두알을 돌려 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깟 호두알 하나 잃어버렸다고 큰 손해가 나는 건 아닐 테니까요.
대문간에서 동네 아줌마들과 얘기를 나누던 엄마가 나를 보자마자 싫은 소리부터 했어요.
"얌전하게 묶어 주면 뭘해. 도로 산발을 해버리는 걸."
'치, 내가 왜 이렇게 머리를 풀고 다니는지 엄마가 더 잘 알면서.'
내 기분 같은 건 이해하려고도 않고 무조건 잔소리를 해대는 엄마가 나도 못마땅해요.
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까딱하고 현관으로 들어섰지요.
엄마는 아줌마들과 하던 이야기를 마저 했어요.
"한구네 지하 방에서 밤늦도록 무슨 드르럭거리는 기계소리가 나던데요?"
"새로 이사 온 남자가 스웨터를 짠대요."
"남자가 스웨터를 짜요? 별일이네."
"가족도 없이 남자 혼자 사는데 다리를 전대요."
아줌마들이 돌아가자 엄마는 내게 심부름을 시켰어요.
다래 슈퍼에서 콩나물을 사가지고 오는데 하모니카 소리가 들렸어요. 나는 하모니카 소리에 이끌려 한구네 지하방 들창을 엿보았지요.
글쎄, 낮에 산에서 본 절름발이 아저씨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거예요.
그 아저씨하고 눈이 마주칠까 봐 얼른 돌아섰어요.
동그랗게 - 동그랗게 - 맴돌다 가는 얼굴
나는 아저씨가 부는 하모니카 곡조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쫘- 차르르 싸악 싸악- 차르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저씨 방에서 나는 기계 소리를 들었어요.
나는 아저씨 방 들창 가까이 다가가 기웃거렸어요. 들창 문턱에 내놓은 작은 화분에 냉이꽃이 피었어요. 예쁜 꽃도 많은데 흔한 풀꽃을 화분에 심은 사람은 처음 봐요.
"누구니?"
나는 깜짝 놀라 물러섰어요
아저씨가 들창으로 내다보고 빙긋 웃잖아요.
"너도 스웨터 짜는 소리가 궁금해서 들여다봤니?"
"그게 아니고요. 저기, 이거 아저씨 거예요?"
엉겁결에 나는 주머니에서 호두알을 꺼내 보였지요.
"그걸 어떻게 네가. 아, 어제 산에서 날 보고 달아났던 그 아이구나?"
나는 아저씨를 나쁜 사람 취급한 것이 미안해서 잠자코 있었어요.
아저씨가 쇠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었지요. 아저씨 손 위에 호두알을 올려 놓다가 벽에 걸린 가족 사진을 보았어요. 아저씨 곁에 앉은 아줌마 무릎에서 작은 사내아이가 방싯 웃고 있었어요.
그때서야 엄마가 동네 아줌마들이랑 하던 얘기가 생각났어요.
나는 달리 할말도 없고 해서 도망치듯 집으로 달려왔어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종종 아저씨를 볼 수 있었어요. 아저씨는 새마을탑 가는 길목에서 마을의 경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거기는 앞이 탁 트인 바람받이여서 발산동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에요.
나는 목발을 짚고 우두커니 서 있는 아저씨의 됫모습을 먼빛으로 바라보면서 아저씨도 나처럼 속이 답답할 때가 많은가 보다라고 생각했지요.
특별 활동 시간에 합창부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선생님이 만든 '이슬이'란 노래로 창작 동요제에 참가할 사람을 뽑겠다고요. 아이들이 좋아라 소리 지르며 술렁거렸어요.
"홍점이가 뽑히겠다. 그치?"
뒷자리 은미 말에 내 가슴이 콩닥콩닥 뛰놀던 것도 잠깐이었어요.
"노래만 잘하면 되니? 무대에 서려면 얼굴도 예뻐야 하잖아."
떠벌이 경은이는 일부러 나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뒷머리가 달아오르고 눈물이 핑 돌아서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입술로 깨물며 참았어요.
선생님이 칠판에 그려 놓은 악보가 눈물이 어려 흐릿했어요. 나는 노래말 속에 울음이 묻어 나올까 봐 한 시간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어요.
집에 오는 길에 쉼터에서 소리내어 울었어요. 무대에 서려면 얼굴도 예뻐야 한다던 경은이의 말이 귓바퀴를 맴돌아 서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어요.
실컷 울고 나서 팽하고 코를 풀어 버리니까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아요.
풀숲에 핀 둥굴레꽃이 눈에 띄었어요. 넓은 잎사귀 사이로 수줍게 조롱조롱 얼굴을 내민 둥굴레꽃이 참 귀여워요
문득 아저씨네 들창에 피어 있던 냉이꽃이 생각났어요.
나는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둥굴레꽃의 뿌리를 다치지 않게 파기 시작했지요. 화분에 심어서 아저씨네 들창에 몰래갖다 놓을 생각이에요.
왜냐면 아저씨를 나쁜 사람 취급한 것이 미안했고, 다리를 저는 것도 안돼 보였고, 그리고 가족도 없이 혼자사는 아저씨가 쓸쓸해 보여서 그래요. 또 아저씨의 하모니카 소리가 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둥굴레꽃 뿌리가 생각보다 꽤 깊어서 힘이 들었어요. 파헤쳐진 흙더미에서 개미들이 달아나느라 갈팡질팡 야단이에요. 나는 도망가는 개미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건드렸어요.
"뭐 하니?"
굵다란 남자 어른 목소리에 얼마나 놀랐다고요. 엉덩방아를 찧은 채 멍하니 아저씨를 올려다보았어요.
"죄지은 게 있니? 뭘 그렇게 놀라."
아저씨가 내게 손을 내밀면서 웃었어요.
얼결에 아저씨 손을 잡고 일어났는데 아저씨 손이 참 따뜻해요. 아저씨랑 나는 쉼터에 나란히 앉았어요.
"이 자리가 참 아늑하구나."
아저씨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래요, 등 뒤쪽으로 느슨한 비탈이 있고 벤치 앞쪽으로 키 작은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지 않고, 축대를 따라 마을의 담장들이 이어져 있어서 혼자 있어도 무섭지 않으니까요.
"친구랑 다퉜니?"
아저씨가 퉁퉁 부은 내 눈을 보고 물었어요.
참 이상도 하지요. 아저씨하고는 친한 사이도 아닌데 역성을 들었을 때처럼 눈물이 핑 돌아요.
"지난번에도 혼자 있었던 것 같은데‥‥‥‥.”
아저씨는 내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매우 조심스레 물었어요.
나는 신발 끝으로 땅바닥을 끄적거리다가 벤치에 세워놓은 아저씨의 목발을 바라보았어요.
"내 다리 말이냐? 교통사고로 다리를 잘렸다. 함께 타고 있던 아내와 아들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나만 이렇게 살아 남았구나."
아저씨는 나에게 남의 이야기하듯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말했어요.
"아저씨 아들은‥‥‥ 몇 살이었는데요?"
나는 아저씨의 아픈 데를 건드릴까봐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그런데 참 네 이름은 뭐냐?"
"이홍점이구요. 3학년이에요. 아저씨 방에서 보면 커다란 참나무가 보이지요. 그 집에 살아요."
"그러고 보니 우린 이웃 사촌이구나. 그런데 왜 여기 혼자 있어?"
"속상해서 울었어요."
오오, 그랬구나. 왜 무슨 일로 속상한 건데 하듯 아저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요.
"합창부 선생님이 창작 동요제에 나갈 사람을 뽑는다는데 아이들이 저더러 노래 실력은 있지만 얼굴 때문에 틀렸다고 해서‥‥‥.”
나는 말하다 말고 또 눈물을 흘렸어요.
아저씨가 눈물을 닦아 주면서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을쓸어 올려 주셨지요.
"아저씨 이야기를 해 주마. 수술실에서 실려 나오며 팔다리가 마비된 채 병신으로 구차하게 사느니 아내와 아들 곁으로 가는 게 백 번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목숨을 끊을 용기가 안 나더라. 나는 살고 싶은 마음도 없이 병원의 물리 치료실을 오락가락 했었다. 그 때 간호사가 내 손에 호두알 두 개를 쥐어 주더라. 나는 별 생각없이 호두알을 손아귀에 넣고 천천히 굴렸는데, 내 다리처럼 쓸모없을 줄 알았던 손가락 마디에 힘이 주어지고 움직여지더구나. 고 작고 단단한 호두알이 내게 세상을 향해 당당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 거야."아저씨가 내 손에 호두알을 올려 놓고 말을 이었어요.
"이 단단한 껍질을 연한 싹이 어떻게 뚫고 나올지 궁금하지 않니? 아무래도 이 호두알의 주인은 홍점이가 되어야할 것 같다."
나는 내 손바닥 안의 호두알을 굴려 보았어요. 호두알들이 서로 몸을 부딪쳐 소리를 냈지요.
짤그락 짤그락-.
호두알 굴리는 소리가 내게는 '이젠 울지마! 그리고 힘내!' 하는 소리로 들려요.
집으로 오는 길에 아저씨는 이런 말도 해 주셨어요.
“하느님은 먼 데 하늘에서 홍점이를 금방 알아보시려고 이마에 붉은 점을 칠해 놓으셨단다.”
“왜요?”
“홍점이를 너무너무 사랑하니까.”
“…….”
"하느님이 사랑의 표시를 해 준 사람은 세상을 함부로 또 멋대로 살 수 없는 거야. 왜냐하면 남의 눈에 금방 띄고 오래오래 기억되니까 착하게 살 수 밖에 없거든."
나는 아저씨랑 헤어져서 깽깽이 발로 뛰어왔어요.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아저씨야말로 하느님이 사랑의 표시를 해 주셨다고요. 아저씨도 자기 몸에 사랑의 표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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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사랑해' 는 작가님의 책 '쌀뱅이를 아시나요' 에 나오는 동화이며 작가님의 허락을 받고 실었습니다.
책이름 : 쌀뱅이를 아시나요
김향이 글/김재홍 그림
파랑새어린이
정가 : 7,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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