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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안의 또 다른 미미 |
2004-06-18 |
42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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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작가님의 동화 '미미 안의 또 다른 미미'의 부분글입니다. 부분글을 읽고 관심이 있는 어린이는 원문(책전체의 글)을 다읽어보세요.
위층에서 2학년 애들이 줄을 지어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밥 먹으러가는구나 ! ’
느낌으로 미미는 알았습니다.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미미와 개복이는 계단 귀퉁이로 물러났습니다.
조잘조잘 떠들면서 내려오는 아이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야, 너 왜 째려봐? ”
지나가던 남자애가 주먹으로 미미 머리를 내려쳤습니다. 아팠지만 아프다고 징징 울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미미 옆을 지나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밑으로 내려가네? 그래서 못 찾았구나. “
미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야 비켜.”
여자애가 밀었습니다. 미미는 휘청였지만 계단 손잡이를 잡아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미미는 손잡이를 잡고 한발자국, 한발자국씩 내려갔습니다. 마음은 훨훨 날아 아이들 앞에 가고 있었지만 몸이 따라 주지를 못했습니다. 한발자국씩 내려갈 때마다 고소한 냄새가 짙어지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워렁워렁 울렸습니다.
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미미는 달렸습니다. 아이들을 헤치며 달렸습니다. 아이들이 비척이며 달리는 미미를 보고 웃었습니다. 미미는 아이들을 헤치며 달렸습니다.
[급식실]
문 위에 커다랗게 그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급식실]
급식실 안에는 미미의 작은 코로 도저히 다 맡을 수 없은 맛있는 냄새로 꽉 차 있었습니다.
미미는 아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옆을 지나고 식탁 사이를 지나 뛰었습니다. 발그스름해진 얼굴에 짝짝이 두 눈을 부릅뜨고 숨을 헐떡이며 미미는 배식구 앞에 가 닿았습니다.
네모진 그릇 속에 그득그득 담겨있는 음식들 !
배식구 안 쪽 조리실에서 부산하게 일을 하고 있는 흰 가운의 아줌마들.
모든 것이 미미가 꿈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미미는 쌀알 같이 작은 이로 아랫입술을 악물었습니다.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가물가물 정신이 흔들려서 입술을 아프게 깨물었습니다.
배식구 안쪽에 비누거품 모양의 하얀 모자를 쓰고 하얀 옷을 입은 아줌마들이 서 있었습니다. 반찬 나눠주는 아줌마가 두 명, 밥 퍼 주는 아줌마가 한 명, 국을 퍼 주는 아줌마가 한 명입니다. .
네 명의 아줌마는 숨을 할딱이며 서 있는 미미를 쳐다봤습니다. 갸우뚱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두 눈을 올려 뜬 괴상한 아이를 아줌마들은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
‘밥 주세요.’
미미는 배식구대 위에 두 손을 올려놓고 기다렸습니다. 배식구대의 차갑고 매끄러운 스텐레스의 촉감이 손바닥에 느껴졌습니다.
'밥 주세요.‘
“얘야, 식판을 가져와야지. ”
‘식판? ’
아이들이 하나씩 들고 있는 넙적한 판이 있어야 밥을 준다는 것을 그 때서야 깨달았지만 미미는 꼼짝 하지 않았습니다. 식판을 가지러 가면 자리를 빼앗길 것입니다. 미미 뒤에는 짜증난 얼굴의 무서운 아이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뭐야. 뭐. ”
“야. 1학년, 넌 왜 거기 있어 ? ”
“비켜.”
아이들 사이에서 불평이 쏟아졌습니다. 미미는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옛다."
한 아줌마가 식판을 가져다줬습니다.
미미는 생전 남에게 뭘 물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 식판에 담아주는 반찬 이름을 물어댔습니다.
“뭐야? 이게 뭐야? ”
“감자랑 꼬마, 돈가스지.”
‘감자. 꼬마돈가스.’
미미는 옆으로 한 걸음 옮겼습니다.
“뭐야? 뭐야? ”
“김치. 파래부침.”
김치가 이렇게 빨갛고 이렇게 예쁘다니....집 김치는 이 것에 비교하면 얼마나 어둡고 칙칙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지....미미는 눈을 바짝 대고로 김치를 내려다봤습니다. 그 바람에 콧 끝에 고추물이 묻었지만 깨닫지 못했습니다.
“얘. 식판 돌려 이리 줘. ”
주걱에 밥을 퍼 들고 기다리던 아줌마가 신경질을 부렸습니다.
“뭐야? 뭐야? ”
“밥이지 뭐야.”
“뭐야. 뭐야? ”
“쇠고기 무국.”
미미의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졌습니다. 깨끗하고 맛있는 냄새의 반찬들이 그득그득합니다.
아줌마가 듬뿍 퍼 준 국이 넘치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 아무도 없는 식탁으로 갔습니다. 식판을 놓고 보니 수저와 젓가락이 없었습니다. 식판 쌓아둔 옆에 수저통이 보였습니다. 미미는 제 식판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뛰어가 수저 젓가락을 가지고 얼른 되돌아왔습니다.
자리로 돌아온 미미는 식판을 내려다 봤습니다. 아까 받아온 밥과 반찬이 꿈속의 음식처럼 사라졌을까봐 겁이 났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고대로 있었습니다.
네모난 쵸코렛 같은 감자 졸임, 노란 겨자를 살짝 묻히고 있는 돈까스, 빨갛고 예쁜 김치. 초록색 파래 무침. 쇠고기 무국. 그리고 밥.
그 것들은 색깔도 어울리게, 냄새도 맛나게 미미에게 먹어달라고 어서 먹어달라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책이름 : 미미안의 또 다른 미미
소중애 글/장지선 그림
펴낸곳 : 문원
정가 : 7,000 원
쪽수 :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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