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발걸음을 달리하게 된 날.
흘러내리는 너의 상을 붙잡고 한 걸음 두 걸음
너의 조각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내 앞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심히 흘러가는 냇물이 있었고

나는 시간의 물결을
손을 넣어 두 갈래 세 갈래 갈랐다
억지로 집어넣은 나의 손가락들에
시간의 무게라는 듯 세월의 순리라는 듯
엉겨붙은 물거품이 내 손을 밀어내었다

오히려 약이 오른 나는
더 큰 물길을 만들기 위해 손을 잔뜩 벌렸는데
벌어진 물결 사이,
네가 보였다.

떨어져 나가는 너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듯
그곳에는 내 모래성 속의 가장 사랑스럽던 너가 있었고
나는 내 손이 빨갛게 질릴정도로 그 파랗던 물결속 너를 보고 또 보았다.

물결 속 저항하는 다섯개의 나의 의지를 꺼내자
내 앞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심히 흘러가는 냇물이 있었고

너와 내가 발걸음을 달리한 날.
푸른 장막 뒤에 숨겨진 너의 상을 잊지 않고 싶어
다시금 물거품을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