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뼘 안되는 좁은 서랍 안에는
울창한 대나무숲이 있습니다


나는 가끔 대나무숲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들에겐 하지 못할 이야기를 소리쳐요


임금님귀가 당나귀귀인 것보다
내게 훨씬 더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다툼과 권태기와 이기적인 맘까지도
새하얀 종잇장위 흑연으로 까만 맘을 털어놓고서

대나무숲은 고요히 소리를 묻어주고
들렀다가면 다시 평범한 대나무숲이 되어줘요



책상 안쪽에서 묵묵히 나를 기다리고
때로는 내가 찾지 않아도 보채지 않는
아낌없이 사랑하는 나의 대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