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집아, 먼저 고맙다고 인사부터 하면서 시작할게
고마워, 유치원 졸업하고 1학년 때 부터 지금껏 쓰고 있는 문제집, 말은 하지 않지만 지식으로 나의 점수를 인도해 주었잖아. 몇 년 넘게 쓰고 있었지만 이렇게 편지를 써본 건 처음 이었던 거 같아. 편지도 쓰는 김에 너의 별명을 자원봉사자라고 부르고 싶어.
서점에 항상 누워 손님을 기다리는 너! 한 장씩 펼칠 때마다 어떻게 문제집을 풀어 나가는게 좋은지 인도해주면서 하나하나 친구들이 문제를 풀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은지 궁금해. 펼치면 펼칠수록, 그리고 풀면 풀수록 너의 얼굴을 닳아지지만 걱정하지 마렴, 너의 주인이 문제집 푸는 것에 충실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 일거야.
널 닳게 한 주인, 가끔 형광펜이나 펜으로 널 가끔 꾸며 주지는 않니? 그래도 걱정하지 마렴. 너의 지식 중의 한 덩어리가 중요하게 느껴질 때쯤 남겨주는 증표라고 생각해봐.
너의 고민은 무엇이니?
혹시 가끔이라도 나 자신이 인기가 없다고 생각 해본적 있니? 외면 당하고 쓸쓸해도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되면 널 풀어주게 하는 친구가 생길테니 희망을 가져. 아참, 고맙기도 하지만 가끔씩 너에게 미안 할 때도 있단다. 정답지에 채점을 하다가 틀릴 때 말이야. 맞을 때는 큰 동그라미가 뜨지만 틀릴 때는 소심하게 매겨 버리는 빨간 상처. 아픈 건 이해 하지만 나중에 다시 한 번 상처를 입지 않도록 그 틀린 문제를 다시 한 번 본단다. 그럴 수록 또 읽고 또 읽고 하는 습관이 생기지. 문제 하나하나 상처가 생길 때마다 네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그 틀린 하나를 무한반복해서 점수 5점이라도 더 올린다면 분명 희노애락이 아닐까? 중간고사도 이제 몇 주 안 남았구나.
소원 한 구석에 시험 잘 칠 수 있도록 바라면서 문제집을 한 장씩 펼치며 공부 하게 된다.
앞으로도 네 속에 가득 찬 문제들을 잘 활용해서 좋은 점수 받도록 노력할게.
그럼 안녕!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