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제가 열여덟살, 엄마께서는 마흔 네살이 되었네요. 세월이 참 빠르네요. 늘 초등학생 일 줄 알았는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1년도 쫓기듯 후다닥 보내 고등학교 이학년이 되고. 벌써 인생의 18년이 흐른 걸 보면은 언젠가 엄마의 곁을 떠날 날도 어느새 이렇게 훌쩍 다가와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친구들은 다 어서 빨리 독립하고, 자취하고 싶다고 하지만 옷을 반대로 입었을 때 지적해주시는 엄마를 보면 제가 어떻게 엄마 없이 살 수 있을까 싶어요 칠칠 맞은 저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 챙겨주시고, 아껴주셔서 감사해요.
학원에서 밤 늦게 돌아올 적, 항상 저를 기다려 주시는 것도 감사해요. 집에 들어왔을 때 불 꺼진 현관이 저를 홀로 맞아주는 것 만큼 쓸쓸한 일은 없을 거에요. 받은 것은 산처럼 크고 받은 사랑은 태평양만 같은 데 이 바다 만큼의 애정은 어느 시절에 다 갚고 더 드릴 수 있을 까요.
요새 들어 저는 제가 느끼기에도 너무 나태해졌어요. 엄마는 저를 무조건적으로 믿어주시지만 저 자신한테 실망하면서도 노력하지 않는 저에게 실망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항상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내세울 것 없는 빈털터리가 된 것 같아요. 슬럼프의 블랙홀에 짙게 빠져버린 모양인지, 뭐가 될런지. 하지만, 적어도 확실히 바라는 건 엄마가 남들 앞에서 기 안 주곡 어깨피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부족하지만, 분발할게요. 말만 앞장서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될게요.
가끔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단점만 더 부각되어 보일 때에는 상실감이 들어 다른 삶의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 텔레비전 속 화려한 연예인이나 백만 장자 같은. 하지만, 정말로 소원을 이루어주는 지니가 나타나서 다시 태어나게 해줄까 라고 묻는다면 전 당연하게도 ‘아니요!’ 라고 대답할거에요. 왜냐하면 제 무리 화려한 연예인이나 부자일지라도 저처럼 가족복이 많지는 않을 테니깐요. 그렇게 생각하면 단점은 사라지고 부족한 부분은 꽉꽉 메꾸어 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보다 더 아낌 없이 주는 사랑하는 엄마. 이번 년도 맞으신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2012년 임진년에도 건강에 이상 없이 무탈하게 보내시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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