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으... 춥다.. 추워." 민희네 방은 난방이 안 되어있었기에, 밤이 되면 추워졌다.
하지만, 민희는 이를 악 물고, 공부를 시작했다.
"I have a dream, a song to sing, to help me cope with anything~."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소리의 음악을 들으며, 민희는 이불을 발끝까지 뒤집어쓰고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그때였다.
와장창.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이었다.
"이 미친 것아, 돈 내놔. 빚 갚아!!!!!!"
민희네 집은 빚을 못 갚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민희네 어머니였다.
"1달 후에 올때까지 빚 안갚으면 알지!!!!"
"네... 알겠습니다.."
민희는 아랑곳않고, 영어단어를 외웠다.
"Sensitivity 민감성, notion개념... recover 회복하다... 흠..."
수능을 500일 남짓 남겨둔 민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는 쉽사리 되지 않았다.
"쯧쯧, 저 불쌍한 것. 지 부모 잘못 만나서...." 민희네 고모였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소리를 듣던 민희는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은주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일기장을 꺼내들었다.
"어디 한 번 읽어볼까나." 은주가 펴든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썼던 일기였다.
2012년 10월 3일
수업시간에, 미래 진로에 대해 말하는 수업에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다가 비웃음을 당했다... 힘들다! 나도 내가 소질이 뛰어난 거는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까지 모두가 코웃음 칠 줄로는 몰랐는데... 아휴... 그냥 포기하고 싶다..공부도 0점하는 것이 어찌. 나 뚱뚱한데에다가 얼굴도 밉상이고, 친구도 거의 없다시피하고. 친구들은 다 전학가고 이사가고........... 아휴.....
이윽고 은주는, 크게 기지개를 편 후에, 노래를 힘차게 불렀다.
"아름다운~ 그~~길~~ 함~~~께~~ 걸어요~~~~~~~."
"아오, 소리 그만 좀 질러!" 은주의 동생이였다.
"그러니까. 그만 좀 하렴." 은주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은주는 개의치 않았다.
"다녀왔습니다."
"야!! 너 오늘 성적표 나왔더라? 뭐, 니가 수학 잘한다며?" 세영이의 엄마였다.
"아~ 그거? 제 반에 전교 순위권밖에 없더라요. 크크."
"순위권밖에 없다 해도 60점은 맞아야 할 거 아니야!"
"아.. 유독 문제가 어려웠어.. 흐..."
"문제가 어려워도? 그럼 40점이상은 나와야지? 너한테 뭘 바라니, 그러니까. 나는 중2때 90점 이상은 나왔었다. 으이구."
"저 공부 열심히 할게요~."
"으이구, 내가 니 말을 어떻게 믿니. 자, 매 찾아와."
"네.."
"몇 대 맞을래? 아니다. 내가 결정할게."
"네, 엄마."
"자, 오늘은 78대만 맞자. 22점 맞았으니."
"엄마, 국어랑 영어랑 도덕은 100점 맞았어요."
"국어? 한글 모르면 못 살거든? 영어는 보나마나 쉽고. 도덕은 양심만 있는거지, 너 양심도 없진 않을거 아냐?"
"네..."
"자, 잔말말고. 종아리 대."
이윽고, 잠시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세영이는, 멍든 종아리를 붙잡고, 방으로 향했다.
"아... 아파... "
세영이가 공부를 하려는 순간,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세영이, 이 자식.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뭐하는 거니?"
세영이는, 이븨에스 인터넷 강의를 클릭하던 중이였다.
"이 사람은 누구야!!! 우리 세영이 공부하는데 이 아줌마?"
"인강 선생님이예요. 엄마...."
마침, 그 선생님께서는, "전국에 계신 우리 중2 여러분~." 이러시던 중이셨다.
"야!! 공부는 너 혼자 하는 거야!!" 세영이네 엄마는 플러그를 탁 뽑았고, 잠시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아이고... 힘들다.." 준석이네 아버지는 실업자이시다.
몇 주 전에 암에 걸리셔서 공장에서 퇴사를 당하시고, 몸져 누워계신다.
"아버지, 진지 드셨어요?" 준석이의 동생인 13살 준민이였다.
"응, 이 애비는 먹었으니, 너도 얼른 먹어라,,"
"저는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먹고 왔어요."
"그래, 그럼 가서 공부해라."
"네~."
이윽고, 아버지는 준석이를 부르셨다.
"준석아, 이 애비 좀 도와다오."
"아오, 게임하는 데 뭘 불러요!"
"이 아비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니."
"아, 몰라요. 롤 마저 해야지~."
아버지는, 몇 번 기침하시더니 신음하셨다.
"아오.. 이 아비가... 아프다...."
"아버지, 제가 약 사올게요." 준민이였다.
"아.. 고맙다. 준민아."
준민이가 약을 사오는 동안에도, 준석이는 계속해서 롤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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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철민
"야~!!! 김철민, 너 때문에 다 망쳤어, 아우, 짜증나!!" 철민이의 어머니였다.
철민이의 어머니는, 두 돌배기 철민이를 앞에 두고, 계속해서 신경질을 내었다.
"이 바보를 내가 왜 낳았을까, 으휴.... 저리 가버려! 저리로!!"
어머니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철민이는 베란다 쪽으로 가고 있었다.
"저 녀석 어디 갔어?"
철민이는 베란다에서 구르고 있었다.
"야!!! 김철민!! 바보야!! 거기를 왜 가!!!!"
"아.... 아...." 철민이는 알듯말듯한 소리를 내며 구르고 있었다.
뒤늦게 당황한 엄마는, 철민이를 데리고 소아병원으로 향했다.
"우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엠어라이 검사를 해 봐야 알겠습니다."
"하.. 알겠습니다."
엠어라이 검사를 마친 철민이는,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진 모습으로 엄마를 맞았다.
"뇌에 약간의 손상이 간 것 같으니, 조금씩 지켜봐야겠습니다."
"아... 네."
그 후, 철민이는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쉽사리 짜증을 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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