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혜영, 대학생 3학년이고, 미술심리치료사를 하는 중이다.
제작년에, 미술 심리치료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일마다 엄마손을 꽉 붙잡고, 센터를 찾아온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그 중에는, 어쩌면 자기가 세계적인 화가가 될 수도 있다는 귀여운 아이들도 있었고, 그림을 못 그렸다고 엉엉 우는 천진난만한 아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날마다 대학수업과 함께 아이들의 그림을 봐오고, 고민을 들어주면서 즐거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한 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정희망이라는, 11살 아이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우울해 보였다.
"희망아, 너 그림 진짜 잘 그릴 거 같은데~ 여기다 그림 한 번 그려볼까?"
"..... 네.........."
30분이 지났지만, 희망이는 그리기는 커녕 점 하나도 찍지 않았다.
"희망아~ 언니 너무너무 기대되어서 그래~.. 그림 그려볼 수 있을까?"
"하......"
희망이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희망아.. 왜 울어?"
"하......"
희망이는 계속해서 울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희망이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었지만, 이미 주어진 시간은 지나가버렸다.
"희망아~ 그럼 다음주에 보자!! 잘 가렴~~."
희망이는 고개를 꾸벅하더니, 이내 학원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희망이는 다시 센터를 찾아왔다.
"오~ 그래. 한 주동안 잘 지냈니?"
"뭐.... 그냥... 네.."
"그냥이 어딨어~ 크크. 잘 지냈구나?"
"네...."
"좋아, 좋아!"
"하...."
"희망아, 힘든 일은 없었고?"
"하.... 뭐..."
희망이는 이윽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애들이...."
"응?"
"애들이..... 제 반에 수현이라는 애가 있어요, 그런데 그 애가............ 저보고..... 하.....저보고...... ."
"하.... 말하기 싫으면 안 말해도 돼, 희망아.."
"네에............."
희망이는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한 마디의 말도 없이, 묵묵히 1시간을 그려나갔다.
"다 했어요. 저 갈게요!"
"그래~ 다음주에 보자."
희망이가 그린 그림은, 다름아닌 땅 속에서 나오려고 스스로 애쓰는 감자 뭉텅이였다. 아무리 스스로 나가기를 원해도, 누군가가 꺼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감자 뭉텅이... 그 그림을 보고 한참동안 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무슨 일인지, 희망이는 1달 여 동안 센터에 나오지를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희망이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저........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희망아.. 무슨 일인데?"
"반 등수도 완전 뒤쪽되고..."
"야~ 반 등수 한번쯤은 뒤로 나올 수도 있어야 사람이지!! 그렇게 치면 나는 뒤에서 일등한 적도 얼마나 많은데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
"하... 저는 그것뿐이면 얼마나 좋겠나요."
"음? 왜?"
"지금 여러가지로 너무 힘들어요, 언니...."
"힘들 수도 있는거야~ 언니도 너 나이 때 많이 힘들었었어. 애들도 그렇구... 선생님도.. 엄마도 왤케들 내 마음을 몰라주는지. 남친이라는 사람도 그렇구.. 쿠쿠..."
"하... 마음을 몰라줄 수도 있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음?"
"사실 저 지금 사는 데가요... 그 센터옆에 있는 무슨 평화의 집? 이예요... 실제로는 평화로운 거 하나도 없으면서도 평화의 집이래요... 암튼... "
"아... 그렇구나. 내일 센터 나올 수 있니?"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내일 보도록! 남은 하루도 힘차게 고고~!!"
그리고 그 다음 날 오후 4시, 희망이는 약속대로 센터로 발걸음을 향했다.
"희망아~~ 어제까지 어떻게 지냈니?"
"뭐... .성적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제 친구 중에 어떤 애가 저 뒷담화까고. 평화의 집에서도 원장선생님도 싫고.. 그래요."
"에구... 힘들겠구나...."
"네.. 힘들어요."
"희망아, 언니 이야기 들어볼래?"
"네..."
"나는 있잖아~ 초등학교 4학년 때가 제일 힘들었어. 성적은 뚝뚝 떨어져서 마침내 반평균 꼴찌까지 갔지. 선생님들도 나한테 툭하면 체벌이고, 잘못한 것도 딱히 없는데 단지 반평균 깎아먹었다고 있지.. 다들 나한테 툭하면 시비고. 친하지도 않은데 매일 싸우고.. 엄마도 만날 성적갖고 싸우는 사이였고~ 뭐.. 그랬어."
"하.... 지금 거의 제 상황이네요.."
"그렇구나~ 그런데 그 때 시험지에서 모조리 소나기가 내렸다고 지금 내가 엄청 힘들어하며 살고 있을까?"
"아니요.. 전혀."
"그렇지! 크크. 나 자랑은 아니지만~ 대학 장학금도 받고, 지금 내가 원하는 일 하면서, 너랑 이야기도 나누고 잘 살고 있잖아!!"
"그렇죠... 크크." 희망이가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웃으니까 더 예쁘네~. 그러니까 성적 좀 내려갔다고 우울해하지 말고~~ 애들 뒷담화 까이는 거는.. 그만큼 애들이 너랑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해. 나도 그리 생각하고 다녔더니 다들 많이 친해졌어."
"하... 네!"
"너도 알다시피... 애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살잖아? 그래서 아무한테나 붙잡고 누군가를 까야만 직성이 풀리는 애들이 꼭 있어~. 그거 그 애들이 스트레스 참으로 유치하게 푸는 방법이니까.. !! 친해지려고 그러는 것도 진~~짜 유치한 거고.. 그렇지?"
"하하..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텐데.. 그렇죠?"
"그렇지, 그렇지!! 희망이 너가 더 잘 알겠지?"
"네~."
"희망이 너 밝아보여서 좋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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