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 소리 울려퍼질 때에~ 우리 동무여 다시 만나자."
남한과 북한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하는, 금강산 학교의 아이들은, 그날도 교가를 소리높여 부르고 있었다.
"아아~ 우리~ 동무! 얼른 보고 싶구나~ 금강산 아래에서 다시 만나자, 정다운 우리 동무~"
철부지 아이들이지만 매일 매일 김일성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 앞에서 인사를 하면서, 철저하게 북한식 교육을 받으니, 이야기가 머리가 안 들어갈 턱이 없었다.
"야!! 왜 김정일 동무 사진 앞에서 발차기를 하니! 그 짓 그만두지 못할까."
"야!! 곽밥 먹기 전에 사진앞에서 인사드려라. 인사 안 하고는 못 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야!! 너랑 나랑 같은 학교 안 할련다. 아이고, 이게 뭐람?"
"뭐긴 뭐야. 나도 싫다. 우리 아버지 이야기 그만해라. 이것아."
철우라는 남자 아이의 아버지가 북한 군인이었고, 옆에 짝꿍이었던 혜민이라는 아이의 아버지가 남한 군인이었기에, 둘은 매일같이 싸웠다.
"혜민아, 철우야, 그런 얘기는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 해도."
"아빠가 애랑 짝꿍하면 가문의 망신이랬대요."
"저희 엄마는요. 애랑 짝꿍하면 우리 김정일 동무가 뭐가 되녜요. 그래서 싫어요!"
철우와 혜민이의 말싸움은, 그칠 줄을 몰랐다. 둘은 38선을 책상에 긋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손이 살짝 닿기만 해도, 언성이었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신경질이 하루종일 나 있었다. 그 둘로만 끝나면 얼마나 다행일까,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아부지가 그랬다. 림금보다 아버지라매. 그러니까, 난 너랑 아는 척도 안 한다. "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