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태현, 내 일기장 그만 좀 봐!!"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미현이였다.
"누나 남자친구라도 생긴 줄로 알았지~ 메롱!"
태현이는 미현이가 달려오는 소리를 듣고, 우당탕탕 거리며 삼심육계 줄행량을 뛰었다.
"태현이, 너!! 잡히기만 해봐!!" 미현이는 우드득 이를 갈며, 팔짱을 탁 끼었다.
"하...아...하..아.." 저만치 부엌에서 태현이가 숨을 거칠게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미현이는 물을 마시려 정수기에 가던 참이었다.
"야, 이.태.현!!"
"누....나? 오메, 나 죽겠소."
"너 다시 한번만 그러면 그때는 가만 안 둘 거야. 이태현."
"알았어... 알았어. 일단.. 항복."
그 때였다.
'따라라라라랑.' 벨소리였다.
"누구세요?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도둑~?"
"야... 이태현. 장난 그만 좀 쳐라."
"아래층입니다. 한 번 얼굴 좀 봅시다."
태현이는 문을 향해 콧구멍을 벌름벌름거렸다.
"야, 그만해라."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미현이네 집 앞에 다다르던 그 순간, 마침 장을 다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였던 미현이의 엄마를 만났다.
"하.... 아주머니. 죄송해서 어째요. 우리 애들이 만날 난리네요."
"아니예요, 아주머니는 괜찮아요. 애들보고 조심하라고 하려고요. 나야 상관없는데 다른 사람이 이사와서 기분 안 좋을까봐.. 이웃끼리 안좋으면 안되잖아요.."
"예, 저희 애들 좀 잘 말해주세요. 둘째가 워낙 왈가닥이라."
"어, 엄마? 어디 갔다왔어?"
"장 보고 왔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미현이였다.
"그래, 너희들 안녕~ 이제 막 학교 입학했겠네, 미현이는?"
"네."
"아줌마! 왜 우리 엄마랑 같이 들어와요?" 장난꾸러기 태현이였다.
"이 아줌마가 너희들이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아, 그러세요, 아줌마? 그쪽집에 먹을 거 없는거 같던데.. 먹을 거 가져올게요. 손님은 대접해야 하는 거!"
"하하. 고맙다. 태현아~." 태현이의 심한 장난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는 넉살좋게 웃으셨다.
"자!!" 태현이가 가져온 것은 다름아닌 과자 모양으로 빚은 찰흙이었다.
"야, 이태현!!!" 미현이였다.
"미현아, 아니야~ 태현이가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거 이 아줌마가 맛있게 먹을게."
"와~ 아줌마 짱!!" 태현이였다.
"아~ 맛있네. 우리 태현이가 엄마를 닮아서 맛있는 걸 잘 만드는구나." 아주머니는 찰흙덩어리를 입에 갖다대는 시늉을 하며, 태현이 몰래 찰흙덩이를 가방속에 넣었다.
"하하하. 아줌마~ 그거 찰흙인데!! 먹었어요? 바보다, 바보."
"야, 이.태.현!!! 아주머니 그거 안 드셨거든? 너가 있어서 드신 척 하신거야." 옆에서 태현이를 보던 미현이는 머리 끝까지 화가 차 올라있었다.
"아.니.야~~. 먹은거 맞죠? 아줌마!"
"그래~ 태현아. 맛있었고말고~. 태현이 정말 고맙고. 이 아줌마가 태현이한테 부탁할 게 있는데, 들어줄 수 있겠니?"
"뭔데요?"
"태현이랑 누나랑 사이가 좋나보구나~, 매일 윗층에서 노는 소리가 들려."
"아니요, 만날 이 누나가 저 괴롭혀요."
"미현이? 아~ 하하하. 그러면서 자라는거지. 태현이도 그렇구~. 그런데 태현아?"
"왜?"
"아줌마가 너희 엄마로부터 태현이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태현이 목소리랑 신나게 노는 소리가 들려오더라. 그런데... 아줌마 애기가 태어난 지 얼마 안돼서 하루종일 자거든... 그래서 태현이 노는 소리 듣고 깨고는 해. 태현이가 형아고 오빠니까, 그 아이들에게 배려 대장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네!! 대장 될거예요."
"태현이가 학교에서도 배려 잘하는 친구 상을 받았더구나." 아주머니가 벽보에 걸려있는 배려상을 보시고는 말씀하셨다.
"네, 저 잘했죠?"
"그래~ 태현아. 잘했어! 이제 아래층에 사는 애기들한테도 배려 대장이 되자꾸나."
"네~아줌마!"
"이 아줌마는 이제 가볼게~ 태현이, 미현이 잘 있으렴."
"네~ 아줌마 잘가요!"
"안녕히계세요~."
"너희 둘, 아까 뭐했길래 저 아주머니가 오셨어!"
"죄송합니다." 미희였다.
"아까 누나가요. 저 막 때렸어요."
"으휴, 둘이 싸우는 게 이번이 한번이 아니야. 너네 둘을 내가... 하..."
"죄송합니다."
"제송합니다. 헤헤헤헤헤." 철부지 태현이였다.
"너희들 오늘 열 대씩만 맞자. 손바닥 내."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미희와 태현이의 엄마는 손바닥이 아니라, 계단에 가셔서 계단을 두들기셨다.
매소리가 나고, 이윽고 잠시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태현아, 내가 계단 때린 이유 알겠지? 저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대로 배려 대장이 되자꾸나."
"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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