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니, 예상대로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가 계셨다.
"어이구, 우리 철수 왔나."
"우리 장남 왔네."
"핵교 잘~ 갔다 온나?"
"걱정하지 마시요, 쟤가 알아서 갔다왔겠죠 어머님." 아버지였다.
"어이구, 걱정이 안 될리가 있나. 요즘 세상이 흉흉~ 한데. 우리 장남 철수 잘 지내야지."
할머니는 자꾸 내가 장남인 것을 강조하시고 또 강조하신다.
"그래, 우리 장남. 어디보자, 오늘 핵교에서 뭐 배웠누?"
나는 요즘 배우고 있는 원주율 학습지를 펴 들었다.
"요즘 그리 어려운 걸 배우노? 이 할미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당께."
사실 나는 미희가 신경쓰여서 공부를 잘 못 하고 있는 중이다. 원주율이 머리에 들어왔을리가 없지. 파이라고 읽는다는데, 미희가 좋아한댔던 사과 파이가 떠오르고.
"그래도 우리 철수는 공부 잘하제? 나중에 민수, 영수도 가르쳐라~."
"네, 할머니."
민수와 영수는 이제 5살이 된 나보다 한참 어린 내 동생들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걔네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온다.
"어무이, 아부지, 할무이!"
"온냐, 내 새끼들. 유치원 잘 갔다 온나?"
"네, 할무이."
"오냐, 이 할미가 맛난 거 해주랴?"
"네!"
할머니께서 먹을 것들을 준비하고 계시는 동안, 민수와 영수는 나한테로 왔다.
"형, 나 아까 이상한 누나들 봤지. 어떤 누나가 어떤 누나보고 바보랬다."
"혹시 아까 생선집 골목에서 봤나."
"응, 형. 누나들이 막 이랬어." 민수는 영수한테 알밤을 크게 먹였다. 그리고서는 영수한테 "바보, 너는 이제부터 왕따야. 너 목소리 싫어." 이랬다.
그 말을 들은 순진한 영수는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로만 알고, 급기야 크게 엉엉거리며 울고야 말았다. 나는 갑자기 당황했다.
그렇게 멀뚱멀뚱 있는데, 어머니가 왔다.
"아이고, 철수! 동생들한테 무엇을 한거냐."
"그냥 쟤들끼리 놀다가 저런 건데요.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단 말이예요."
"너도 뭔가 한 것이 있을 거 아니냐."
"아니예요, 저는 진짜로 암 것도 한 것이 없단 말이예요."
"그러면 영수랑 민수는 갑자기 왜 우는 것이냐."
"자기들끼리..."
"그러면 네가 먼저 말렸어야 하는 거 아니냐."
"아, 진짜. 어머니, 제 잘못은 없다고요."
"철수 너, 말버릇이 그게 뭐냐. 동생들 앞에서 그것도."
"어머니, 진짜 제 잘못은 없어요!"
"네 동생 울려놓고 그게 할 말이냐."
"하..."
"뭘 잘했다고 그래. 철수 너!"
이내 내 옆에 있던 민수랑 철수는 뭐가 그리 슬픈지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좀 조용히 좀 하지 못할까!" 나는 급기야 애꿎은 동생들에게 화를 내게 되었다.
"철수 너는 뭐 잘했다고 영수랑 민수한테 뭐라 그러니?"
"... 하.. 엄마.. 사실은...."
"사실 따지기 전에 철수랑 민수랑 영수 다 여기로 와 봐."
"네, 어무이." 이 상황을 알 리가 만무한 영수와 민수는 졸래졸래 엄마를 따라갔다.
"영수랑 민수는 말도 참 잘 듣네. 예뻐라. 철수는 첫째가 그게 뭐니? 반항이나 하고."
"하... 엄마.... 그게 아니라요."
"말대꾸는 나쁜 것이다."
갑자기 엄마가 회초리를 들고 오셨다.
"철수, 영수, 민수! 이걸로 맞아야 정신 차리겠누."
"잘못했어요, 어무이."
"그래, 영수는 안 맞아도 좋다. 배고플텐데 저기 가서 우유라도 마시고 있으렴."
"네!" 영수는 주방으로 냉큼 달려갔다.
"저도 잘못했어요. 앞으로는 울지 않을게요."
"그래, 민수도. 영수랑 가서 냉장고에서 도너츠 꺼내먹고 있어라."
"네~ 도너츠 맛나게 먹을게요."
"그래~." 엄마는 영수와 민수를 향해 웃음을 보이셨다.
"철수, 너는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거 맞니."
"...아.. 어머니.. 그게 아니예요.."
"무슨 말대꾸야. 너는 좀 맞자."
"하...."
"한숨도 쉬지 마.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제. 영수랑 민수는 얼마나 예의바르냐?"
"...."
"손바닥 한 대에 잘못했어요 한 번으로!"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이거 이후로도 50대는 족히 맞은 것 같다.
손바닥이 얼얼하다.
그렇다, 나는 미희를 지켜주기 위해서 맞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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