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희였다. 단숨에 달려가서 미희를 부르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미희의 한숨소리가 저기 멀리서 들려왔다. 덩달아 나도 우울해지니, 새로 나온 '별빛왕국'이라는 게임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제부터 눈 빠지게 기다렸던 게임도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나는 미희가 좋았다.
미희가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거리는 것을 꾹꾹 누르고 미희를 쳐다보았다.
"왜?" 특유의 톡 쏘는 목소리를 내뱉으며, 미희는 다시 자기 갈 길을 걸었다. 다른 애들은 미희 특유의 사이다 톡 쏘는 목소리가 싫댄다, 여우 같아서 그렇댄다. 그런데, 나는 그 목소리가 너무 좋다. 좋아하는 걸 어떡하겠냐만은, 그 목소리가 들리면 일단 행복해진다.
"너도 이 쪽 살아?" 정신없이 미희를 따라가다 보니, 꼭 궁전같이 생긴 아파트가 내 눈에 비춰졌다. 우리 촌에서는 보기 참 드문 광경이었다.
"여기 살지는 않다만은.. 아파트가 참 멋있구나." 나는 미희를 향해 헤벌쭉, 웃었다.
"그러면, 니 집 가야제. 시간이 늦었구나." 미희는 쏜살같이 자기 집으로 달려갔다.
2.
그 쪽 사는 애들이 미희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몇 몇 계집아들이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야, 미희 재수없지 않냐." 영희였다.
"그려, 미희. 생긴것도 여우 같고 무슨 애가 이렇게 쌀쌀맞다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야. 미희 그 애는 무슨..."
'미희는 너희같은 그런 애들이 아니다.' 나는 속으로만 백 번 천 번을 외쳐댔다. 하지만 그 애들은 소위 일진아들이였기에, 자칫하면 그 자리에서 밟힐 수가 있었기에, 용기내지 못했다.
"야, 우리 내일부터 미희 왕따시키자."
"야, 그러자. 미희 꼴~ 좋다!"
'미희가 왜? 난 너네들보다 미희가 훨씬 좋은데.' 이 말 역시도 속으로만 웅얼웅얼 거렸다. 용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나란 놈.
어쩔 수 없다지, 나도 얼른 내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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