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영희는 국어 시험지와 OMR카드를 받아들고 한참을 생각했다.
'하.... 나 OMR쓸 줄 모르는데. 어떡하지? 그리고 중졸인데 문제가 나한테는 너무 어려워.'
하지만, 영희는 이왕 시험장에 왔으니 문제는 풀어보자는 마음으로 문제를 쓱 읽고 OMR 카드에 아무렇게나 답을 매겼다. 그 중 하나라도 맞길 바라는 마음으로.
국어 시험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두 어번 울리고, 영희는 한숨을 푹 쉬며 학교 복도를 이리저리 배회하였다. 하지만 왔다갔다 할 새도 없이, 수학 시험을 시작함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휴, 뭐가 되든지간에 시험은 봐야지!'
영희는 중학교 과정에서 수학을 제일 어려워했기에, 그 날 역시도 머리를 한참이나 굴렸지만 답이 나오지 않아 속상해했다.
"하아.." 영희는 남몰래 한숨을 푹 쉬었다.
영희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많은 이들은 문제를 거의 다 풀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영희보다 어린 중학생 나이의 아이들도, 쓱쓱 문제를 잘 푸는 것처럼 보였다.
'나 혼자 못하는 건가?' 영희는 순간 얼굴을 확 찌뿌렸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잠길 틈도 없이, 영어 시험이 시작되었다.
'흐아.. 나 문법 하나도 모르는데!' 그 날따라 영문법 문제가 많이 출제되었기에, 영희는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삼십 분 후, 시험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다시 한 번 울렸고, 이윽고 많은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준비해온 형형색색의 점심도시락을 꺼냈다.
"우와.. 맛있겠다.." 영희는 흐르는 침을 닦아야만 했다. 영희도 배가 많이 고팠기에, 밖에 나가 김밥 한 줄이라도 사먹으리라 생각하고, 지갑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하! 맞다! 지갑을 안 들고 나왔다. 휴.."
암만 배가 고프더라도, 시험장과 영희가 사는 집은 너무 멀었기 때문에, 다시 집으로 가서 지갑을 가져오기에는 힘든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영희는 밀려오는 배고픔을 참고 산책이나 하기로 했다.
한참 산책을 하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영희에게로 다가왔다.
"어..누구세요?"
"저 여기가 제 모교여서 와보았습니다. 학생은요? 검정고시?"
"네, 맞아요. 검정고시 보러 왔어요."
"아, 그렇구나. 저는 대학교를 다니는 어떤 학생이예요."
"아..네.."
영희는 그 사람이 입고 있는 대학 과 잠바를 흘깃 보았다. 영희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대학과 과를 다니고 있던 그였다.
"아.. 혹시 한국예술종합대학 다니세요?"
"네. 저는 연극과에서 배우고 있어요."
"아.. 그러시구나. 저도 사실.. 거기 가고 싶은데 성적이 안 될거 같아요. 흑.."
"열심히만 한다면 안 되는 건 없으리라 생각해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만해도 국어 점수가 50점에서 70점사이를 왔다갔다했어요. 영어는 50점에서 70점사이를 왔다갔다했고요. 하지만 결국 수능이랑 실기 잘 보고 거기로 간거예요."
"우와, 대단하세요."
"학생도 할 수 있을 거예요. 힘 내고. 지금 보니까 다른 사람들 다 밥먹으러 흩어진 거 같은데. 학생은 왜 여기 우두커니 있어요?"
"하.. 사실은 지갑을 집에 놓고 왔어요."
"아..네. 학생 저는 이제 이만 가볼게요."
"네!"
영희는 마음속으로 "선배님"을 크게 외쳤다. 영희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한국예술종합대학이기에, 영희는 그 사람을 몹시 부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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