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하늘 아래 아파트 옥상 위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작은 소녀가 위태위태하게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를 부르던 소녀 옆에 사뿐하게 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잡는다. 검은하늘과 아파트들 온통 잿빛인 세상 속에 하얀 건 그 소녀와 네오라는 고양이 뿐.
소녀는 가슴까지 내려오는 금발 머리를 뒤로 넘기더니 이내 웃으며 노래한다. 네오는 눈을 살짝 감으며 소녀의 노래를 듣는다. 소녀가 노래를 하다말고 멈추자 네오는 소녀를 바라본다. 잿빛인 세상 속에서 소녀는 더욱 하얗다. 순수한 그 자체를 간직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 네오는 슬며시 미소짓는다.
"네오."
"냥?"
"음.. 저기 저 하늘을 수놓은 반짝이는 것들은 별이지?"
소녀의 물음에 네오는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는 듯이 대답 대신 소녀를 빤히 쳐다본다. 오늘따라 소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일까. 소녀를 담아내는 네오의 눈동자가 오늘 따라 슬퍼보인다.
"역시 너도 별이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말야, 저기 밑에서 모두가 자야할 시간에도 바삐 움직이는 저 잿빛 사람들은 이 수많은 별이 인공위성이라고 생각한대. 그렇지만 난 분명히 먼저 하늘로 떠난 사람들이 저기에서 반짝이면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믿어. "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 금발머리를 한 번 쓸어넘겼다. 한숨을 쉬는 소녀를 보며 네오는 그녀가 뭔가 할말이 더 있다고 생각했다. 역시, 잠시 기다리자 소녀는 발을 자전거타듯 공중에서 휙휙 저으며 홀가분한 듯 말했다.
"나도 반짝이는 별이 될 수 있을까?"
"냥"
"가끔씩 너무 두려워. 저 잿빛 세상이 우리마저 삼켜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내 몸을 휘감을 땐 난 빨리 저 별이 되고싶어. 별이 되면 반짝거리는 저 별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겠지?"
소녀의 이야기를 듣던 네오는 한참동안 소녀를 바라보다 가볍게 소녀의 볼에 뽀뽀한 후 잠을 청하러 사뿐히 내려갔다. 혼자 남은 소녀의 눈동자는 왠지 슬퍼보였다. 이윽고 소녀의 눈에서 투명한 액체가 장및빛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반짝반짝 작은별님 나도 누군가의 별이 될 수 있을까요? 동쪽하늘 서쪽하늘 수많은 별처럼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만약 내가 반짝거리는 별이 될 수 있다면 네오와 잿빛 세상의 별이 되어 그들을 지켜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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