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야, 민지야, 민호야, 연두야, 세현아, 현서야, 채은아~ 밥 먹을 시간이다!"
"아싸~ 신난다!" 유독 먹는 것을 좋아하는 민호는 오늘도 이렇게 환호성을 질렀다. 민호뿐만 아니라, 먹는 것 앞에서는 정신을 못 차리는 우리 샛별 공부방 아이들은 오늘도 식사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식탁으로 몰려들었다.
"공부하느랴 힘들었지? 오늘은 너희가 좋아하는 짜장면이다! 맛있게 먹으렴."
"와~ 짜장면이다! 짜장면! 선생님, 탕수육은요?" 민호만큼이나 먹는 것을 밝히는 개구쟁이 세현이였다.
"응~! 탕수육도 나와. 많이 줄테니까 많이 먹어."
"와~ 선생님 감사해요. 잘 먹겠습니다!"
이 말을 마치자 마자, 아이들은 후루룩 쩝쩝 소리를 내면서 짜장국물을 입에 가득 묻혀가면서 맛있게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우리 샛별 공부방에서 특별히 준비한 별식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행복했다.
나는 아이들이 저녁식사를 하는동안, 아이들을 둘러보면서 아이들이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책들을 책꽂이에 정리하고, 공부방 구석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청소를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많은 아이들이 서서히 식사를 마쳐갔다.
그런데 유독, 연두가 밥을 먹지를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식사를 끝마쳐 갈 무렵에도 연두는 짜장면 그릇에 젓가락을 얹을락 말락 하는 듯 했다. 맛이 없나?
"혹시.. 짜장면 맛이 이상하니? 연두가 안먹어서 걱정이 되네..."
"그건 아니예요. 맛있어요."
"그럼 지금 배가 부르니?"
"...."
점심에 학교에서 밥을 많이 먹었겠거니 생각하고, 다른 아이들이 설거지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하던 참이었다.
"선생님.."
"응, 연두야?"
"노랑이 생각이 나서 밥을 먹을 수가 없어요."
"노랑이가 누구니?"
"제 동생이예요. 다섯 살이고요."
"응.. 그런데?"
"제 동생이 지금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그랬구나.. 연두 동생이 아프구나.."
"그래서 저는 이렇게 잘 먹는데 노랑이는 크게 다쳐서 수술도 받아야 하고.. 노랑이가 걱정돼요."
"연두가 많이 힘들겠구나.. 연두 동생이 아파서.. "
"네.. 속상해요. 모두 저 때문인거만 같고요."
"왜..?"
"하.. 사실, 제가 작년 12월에 노랑이랑 놀고 싶어서 노랑이를 밖에 데리고 나갔는데요. 그 날 하필 제 단짝친구가 저보고 같이 놀자고 해서 노랑이는 그대로 두고 놀이터에 가서 저랑 제 친구랑만 놀았아요. 그런데 그 사이에 노랑이가 혼자 다른 데로 가서.. 나중에 어떤 아주머니가 연락이 왔어요. 노랑이가 심하게 다쳤다고요.."
"연두 많이 힘들겠구나..노랑이 보고 싶지?"
"네. 이제 몇 주 있으면 어린이날인데 노랑이는 저랑 같이 놀지도 못해서 너무 슬퍼요. 노랑이가 저를 부러워해서 저처럼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는데.. 다리도 다쳐갖고 자전거도 못 타고요.."
"노랑이 곧 있으면 나을거야. 힘내구, 일단 선생님은 다른 친구들 도와주러 갔다올게. 알았지?"
"네.. 선생님."
공부방에는 연두 외에도 다른 아이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연두 이야기만 들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다음날 연두의 이야기를 마저 듣기로 하고, 공부하느랴 끙끙대는 아이들을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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