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야, 비둘기한테는 먹이를 주는 게 아니래. 비둘기가 뚱뚱해지면 자꾸 털을 날려서 사람들이 불편해한다고. 저기 보이지?"
"피, 그렇다고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불편해할까? 언니가 예민한 거겠지."
하, 오늘도 다섯 살 차이 내 동생 정소희는 비둘기한테 초코릿 롤빵을 부스러기내어서 던져 주었다. 4학년이나 되었으면 철이 들었어야지. 그것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을 비둘기한테나 주나니! 빵이 아깝다. 하긴, 소희는 내가 5학년이 되었을 때부터 꼭 빵이나 과자를 비둘기나 지렁이, 거북이들한테 먹였다. 그 때는 소희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이었으니까, 어리다는 이유로 귀엽게 봐주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고 있다니, 조금 어이가 없어졌지만, 뭐 동생이니까. 하지만 그 과자들을 제 돈 내고 사서 먹여준다면 또 모를까, 꼭 나한테 돈을 타내려고 안달이다. 어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소희가 말을 건네왔다. 이 자식, 또 돈 타내려고?
"언니~ 저 비둘기들 봐봐." 소희는 뭔가 감격에 찬 눈빛이었다.
"왜, 또 돈 타내려고?" 나는 최대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정소희가 돈을 타내면, 이제 나는 용돈이 바닥난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 엄마는 정소희가 나에게서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갔는지 모른다. 그저 내가 노래 앨범을 많이 사는 줄 알 뿐.
"아니~ 그런거 아니야. 이제 이 애들 충분히 먹였어." 이 말을 듣는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럼 뭐야?"
"저 비둘기들이 춤을 추고 있는 거 같아~ 음.. 뭐지.. 아! 탭댄스!"
소희의 엉뚱한 말을 들은 나는 순간 와하하 웃어버렸다. 원래 동생 앞에서는 최대한 조용한 척 하고 있던 나이지만, 소희의 상상력이 나름 귀엽게 느껴졌다.
"탭댄스라니?"
"응~ 탭댄스 말이야. 발로 춤추는 거! 언니도 언제 했잖아~." 소희는 잡다한 것들에서 기억력이 발동하는 아이이다. 아직까지도 내 초등학교 4학년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 그게 아직까지 기억나? 그 머리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올백 맞겠다, 야~."
"언니는 무슨 언니가 공부 이야기만 해, 피! 흥! 무슨 언니가 만날 잔소리야."
"언니 원래 이런 거 몰랐어? 나는 엄마를 닮아갖고 잔소리를 많이 하잖아. 11년동안 봐왔으면서."
"그런가? 미안~ 언니!" 소희는 늘상 단답식이다.
이렇게 티격태격 하지만 여전히 둘도없는 우리 자매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소희가 말했던 그 춤추는 비둘기들은 계속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비둘기들은 자꾸만 배고픈지, 구구 거리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는거 같았다. 그리고, 그 모습이 꼭 탭댄스를 하는 거 같았다.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어머. 진짜로 비둘기들이 춤을 추는 거 같아."
"그렇지~언니! 내 말에 동의할 줄 알았어. 역시~!"
"야~뭐야. 정소희!"
나는 이렇게 툭 말을 던지면서도 비둘기들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었다. 괴연 우리 나라 학생들은 이 비둘기가 먹이를 찾는 모습과 뭐가 다르지 않을까. 단순히 주어지는 먹이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비둘기들과. 입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유독 안달이 나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서로 치고받고 해서 먹이를 차지하면 일단 단순하게 먹고 보는 비둘기들과. 매순간 서로 경쟁하며, 주입식 교육에 흠뻑 젖어있는 학생들이. 과연 뭐가 다를까.
"언니~ 무슨 생각해?"
"아.. 아니야. 소희야, 우리는 비둘기 탭댄스는 하지 말자! 받아먹지만 말고 무기력하지도 말고!"
"언니 뜬금없이 뭔 소리 하는거야. 나한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 하더니만."
"아~ 너도 조금 있으면 알게 될거야. 하하.. 아무튼, 비둘기 귀엽다! 그런데 우리.. 먹이 조금만 주자. 질릴 수도 있으니까.."
"언니 갑자기 왜 그래? 그래두.. 언니 말이니까 일단 듣고 봐야지! 그렇지?"
"그렇지! 소희야~ 하하."
소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시 집으로 걸어갔다. 소희도 조금 있으면 알게 되겠지. 하지만 단순히 먹이에 이끌리는 비둘기가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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