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에 계시는 아줌마는 1교시가 끝나면 오셔서 계시지 않았다. 사건이 터진 것은 1교시가 시작되자마자 였으니 말이다. 이연주와 난 매점의 정수기로 목을 축이고 빵 하나를 먹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아주 달고 맛있었다.
빵이 입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사르륵 녹는 크림빵, 하나 먹으니 또 다시 허기가 진다.
" 야, 우리 라면 먹을래? "
이연주가 말했다. 라면 좋지. 라면은 국물 맛이 최고다.
" 그래. 먹자. 컵라면 먹자. "
우리는 컵라면에 물을 따라서 먹었다. 컵라면까지 먹고 나니, 입 속이 찝찝하여 양치를 하기로 했다. 양치를 하고 나니 또 머리를 감고 싶어지고, 샤워를 하고 싶어진다. 우리 학교에는 여자 탈의실, 남자 탈의실이 각각 3개가 2,3,4층 본관에 하나씩 위치한다. 각 탈의실 안에는 샤워실과 드라이어도 하나씩 있다. 또 행정실에 가면 수건이 80개 정도 있다고 들었다.
" 우리 탈의실 가서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오자. "
" 그래. "
각자 탈의실에 가서 개운하게 샤워와 머리를 감고 나왔다. 그리고 체육복으로 갈아 입었다. 선도부도 없으니 체육복 입고 다녀도 괜찮을 것이다. 체육복까지 갈아입으니 시간은 오후 6시가 되었다.
" 학교 밖으로 나가 볼래? "
이연주가 제법 놀랄 말을 하였다.
" 뭐? "
" 학교 밖에 나가보자. "
학교 밖에 나가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도 들어 목숨을 걸고 나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조그마한 기대도 가지고 나갔다. 이연주와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지만 학교 밖으로 나가자 별 큰 차이는 없었다. 평소처럼 편의점에서 알바가 물건을 팔고 있고, 청소부 할머니께서 바닥의 껌을 떼고 있고, 길고양이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하나 다른 것은 이 행동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길고양이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것이 너무 안쓰러웠다. 길고양이들을 쓰레기 더미에서 구해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맛있는 고양이 캔을 먹으라고 하고 싶다. 그 때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내가 말했다.
“ 이연주. ”
“ 왜? ”
“ 우리가 지금 시간이 멈춰줘 있는 물체를 움직이면, 그 물체는 마지막으로 움직여진 곳에 그대로 위치하고 있을까? ”
“ 무슨 뜻이야? ”
“ 그러니까, 예를 들어 저 쓰레기 더미 옆의 길고양이들을 봐봐. ”
“ 응. ”
“ 저 길고양이들을 쓰레기 더미 옆이 아니라 우리가 참치 캔을 사다가 쓰레기더미를 치우고 길고양이에게 참치 캔을 먹이는 거야. ”
“ 응. ”
“ 그러면 길고양이들이 마지막으로 움직여진 곳이 참치캔 주변이 되잖아? ”
“ 그렇지. ”
“ 그럼 우리가 움직여준 참치캔 주변에서 시간이 멈춰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참치캔 주변으로 움직여주었다 해도. 사건이 터진 1교시 이후 시각 때 있던 쓰레기 더미에 다시 시간이 멈춰 있을까? ”
“ 음.. 한 번 해볼까? ”
“ 그래. ”
우리는 고양이용 참치캔을 사기 위해 주변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 알바가 있었다.
“ 어서 오세요. ”
우리가 온 것을 인식한 것 일까. 아니면 사건 시작할 때 인사를 하고 있어서 반복적으로 인사를 하는 것일까. 이연주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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