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주와 함께 학교를 탐색해보기로 하였다. 제일 먼저 옆 반부터 가보기로 하였다. 옆반의 문을 열고 연주와 함께 들어갔다. 약 20분 정도를 교실 문 앞에 서서 아이들의 눈과 행동 등을 관찰하였다. 이상한게 하나 발견 되었다. 그러고보니 원래 아이들은 다른 반 친구가 자신의 반에 들어오면 '왜 왔냐?' 라던지, '나가.' 라던지 등의 말을 던지고 모두가 그 친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친구들이 나를, 아니 우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 연주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 혹시 말이야. "
" 어? "
" 이게 병이나 뭐 그런 것은 아니겠지? 전염성이 있다거나. "
" 설마.. "
" 그래 없을 거야. "
우린 다시 또 관찰을 시작했다. 보아하니 질병 따위는 아닌 것 같았다. 전염성 역시도. 이연주가 말했다.
" 이상하지 않아? "
" 뭐가? "
" 분명히 애들이 이러는 건 우리 학교 뿐 아니라 전국이, 아니 전세계가 이렇다는 거 아니야. 우리 학교만 이러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
난 이연주처럼 과학을 잘하지 않아 과학적으로 불가능한지 가능한지 판단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학교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확실했다. 내가 말했다.
"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다 저런데 왜 우리 둘만 다르지? "
" 흠.. 그건 잘.. "
" 그리고 내가 하나 찾은 게 있는데. "
" 뭔데? "
" 선생님, 최원호, 김이경, 이리 는 평소와 좀 다른 것 같아. 다른 아이들은 평소와 다름없는데. "
" 뭐가 다르지? "
" 담임선생님은 8시 50분에 교실에 들어오시잖아. 그런데 들어오시지 않았어. "
" 그러게... "
" 아! "
" 뭐야? "
" 우리 반이나 우리 학교 전체가 같은 일만 시작한 시각이...1교시가 시작되고서 부터.. 아니었어? "
" 그러네. 근데 왜 갑자기 그런 일이 벌어진거야? "
" 그건 나도 잘.. "
" 우리가 아까 말했다시피 전세계에서 이런일이 일어났을 텐데. 왜 조용하지? "
" 무슨 뜻이야? "
" 아니, 그렇잖아. 보통 이렇게 큰 사건이 일어나면 길거리보다 인터넷이 더 시끄럽잖아. 뉴스에서도 이런 일에 대한 기사도 보도될 것 같고 말이야. 그런데 왜 텔레비전에서는 이런.. 아! 우리 한번 텔레비전 켜보자. "
" 그런데.. 우리 학교 텔레비전 급식실 밖에 없잖아. 교실 텔레비전은 학습용이라 뉴스 같은 것은 안 나올게 뻔하고. "
" 그럼 급식실 텔레비전 사용하자. "
" 그래도 되나? "
" 지금이 무슨 상황인데. "
우리는 결국 급식실에 가서 텔레비전을 켰다. 그런데 모든 방송 채널이 어제 오전 9시 했던 방송들을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그 방송이 끝나면 같은 방송을 계속 재생하는 식으로 말이다. 연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
" 오전 9시부터 이 사건이 시작된 듯 싶어. 그래서 우리 뿐 아니라 방송국 같은 곳에서도 반복적으로 계속 같은 일만 하고 있잖아. "
" 응. "
그렇다는 말은 즉슨 이연주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전세계가 같은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같은 일은 반복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 문득 생각이 났다. 그런데 분명 담임 선생님은 9시가 아니라 9시 10분 전인 8시 50분에 들어오신다. 이상하다. 그렇다면 8시 50분에 들어오셔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이 생각을 연주에게 말했다. 연주가 대답했다.
" 너 아까 담임 선생님 뿐 아니라 또 누가 평소와 다르다고 했지? "
" 어? 어..이리하고 최원호, 김이경... "
" 그 사람들한테 뭐가 있는 것 아니야? "
" 뭐가? "
" 보통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원인이거나 사건의 범인이기도 하잖아. "
" 아..하..하.. "
연주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참 많이 본다. 아무리 그래도 여긴 현실인데 말이다. 이연주와 나는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리는 학교에 없어 물어보기 힘들 것 같지만 원호나 이경이.. 교실에 돌아가니까 최원호와 김이경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연주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 이..이거 뭐야? 걔네들 방금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왜 갑자기 없어진거야? "
" 그..그러게 "
순간적으로 말을 더듬었다. 너무 놀랐기 때문이다. 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서웠다. 원호와 이경이가 죽은 것은 아니겠지. 참 나도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 놀라지마. "
이연주가 침착하려는지 말을 꺼내었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 이경이하고 원호가 이렇다면, 선생님하고 리도 없어졌을까? "
" 아마도. 그런데 너무 이상한게 왜 어떤 사람은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고, 또 어떤 사람은 평소와 달리 행동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와 같이 의식이 있을까? "
나는 연주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생각해보니 연주와 난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 또한 물도 음식도 먹지 않았다. 그래서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내가 말했다.
" 배 고프지 않아? "
" 아. 그러네. 아무것도 안 먹었구나. 너무 놀라서 배고픈지도 몰랐네. 뭐 좀 먹을래? "
" 어디서? 학교 급식실에 아까 보니까 음식 없었잖아. 물은 있지만. "
" 우리 학교 매점에 가서 먹자. "
" 그래. "
나와 이연주는 함께 매점에 갔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 그런데 이연주. 우리 이거 마음대로 먹어도 되는거야? "
" 뭐.. 상황이 상황이니까. "
매점에 계시는 아줌마는 1교시가 끝나면 오셔서 계시지 않았다. 사건이 터진 것은 1교시가 시작되자마자 였으니 말이다. 이연주와 난 매점의 정수기로 목을 축이고 빵 하나를 먹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아주 달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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