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를 감고 교복을 입은 뒤에 등교를 한다. 내 친구 '리'와 함께. 내 친구 리는 '이 리' 이름이 두글자다. 리는 10명이 넘는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는 부잣집 가문의 첫째 딸이다.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여는데 그 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리에게서 문자가 온 것이었다.
' 나__오늘__학교_못_가_미안헤____리가_ '
크크. 리는 문자를 보낼 땐 무조건 맞춤법을 하나씩 틀린다. 오늘은 '미안해.'를 '미안헤'로 잘못 적어서 문자를 보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지? 학교를 같이 못간 적은 2년동안 학교를 같이 다니고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 참, 내 소개가 늦었구나. 난 서연주. 중학교 2학년. 공부는 잘하는 편이지만, 리가 나보다 공부를 더 잘한다. 나는 학교로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교실에 도착했다.
현재 시각 오전 9시. 원래 8시 50분에 교실에 담임이 와서 꼬챙이로 자는 애들을 깨우는 것이 정상인데.. 담임은 9시가 넘도록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리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 또한 1교시 과학. 과학 담당 선생님께서도 들어오시지 않았다. 애들은 '1교시 자습이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지 떠든다. 단순한 애들. 나는 시계를 올려다 보려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내 시야에 최원호가 보였다. 최원호는 담임이 꼬챙이로 찌를 때도 깨지 않는 잠꾸러기다. 쉬는시간에도 잔다. 그러다가도 점심시간, 하교시간이 되면 귀신같이 일어난다. 그러는 최원호가 지금 책을 읽고 있다. 또 쉬는시간, 점심시간, 하교시간 빼면 하루종일 친구들이랑 떠들지도 않고 파우치 3개에 가득 담겨있는 화장품으로 개인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는 김이경이. 지금 공책에다가 무엇인가를 쓰고 있다. 무엇인가가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시야에 걸리는 애들이.. 이리.. 선생님.. 왠지 평소와는 다른 것 같다. 왜 인지는 잘 모르겠다. 뭐가 있는 것 같다. 난 문득 내 손톱을 보았다. 그런데 내 손톱이 깨끗하고 깔끔하다. 나는 평소 손톱을 이빨로 뜯는 버릇이 있어 항상 손톱이 거칠다. 그런데 내 손톱이 깨끗하다.
아니지 아니지.. 내가 오늘따라 조금 예민한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는데도 담임은 들어오지 않고 애들은 계속 떠든다. 이리도 학교에 오지 않고, 최원호는 아직 책을 읽고, 이경이는 공책에다가 무엇인가를 쓰고 있다. 4시간 전의 그 모습 그대로다. 나 역시 분명히 계속 손톱을 물어뜯었는데 손톱이 깨끗하다. 내가 오늘따라 많이 예민한 거겠지..
어느덧 하교시간이 되었는데도 애들은 급식실도 가지 않고 7시간 전의 그 모습 그대로다. 애들이 계속 움직이고 있지만 시간이 멈친듯한 느낌이다.
애들이 왜 다른 일을 하지 않을까. 나는 책을 읽고 손톱을 뜯고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집에 가지 않은 이유는 그냥 집에 가면 법을 어기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예민한 것 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때 이연주가 다가왔다. 나랑 이름만 똑같다. 이연주는 이름만 들으면 여자같지만, 남자애다. 우리 학교 전교회장. 얼굴도 봐줄 만하고, 공부며 운동이며 노래며 춤이며 못하는 게 없어서 우리 학교 애들이 좋아한다. 심지어 착하고 사교성도 좋다. 그 이연주가 나에게 다가왔다. 근데 이상하게 다른 애들과 달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이연주만 7시간 전의 모습과 다르다. 7시간 전에는 자리에 앉아서 이것저것 하고 있었고, 3시간 전에는 화장실에 다녀왔던 것 같기도.. 그리고 지금은 내 앞에 서 있다.
" 애들이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아? "
이게 무슨 말이지. 난 정말로 놀랐다. 내가 예민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연주는 이걸 나한테 물어보지?
"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
" 넌 정상인 것 같아서. "
" 어째서? "
" 다른 애들은 움직이긴 하지만 계속 같은 일을 해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데. 지금 계속 너는 다른 일을 하고 눈을 움직이고 있어. "
말이 끝나고 이연주는 자신의 눈을 감았다가 뜨기도 하고 눈동자를 굴리기도 하고 움직였다. 나도 내 눈을 움직여보았다. 그리고 애들의 눈을 10분이 넘게 자세히 보았다. 그런데. 연주 말이 맞았다. 애들은 계속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 뿐 아니라 눈을 굴리지도 않고 눈을 감지도 않았다.그냥 팔과 몸만 움직이고 말만 하고 있었다. 내가 예민한게 아니다. 확실하다. 근데 애들은 평소와 다름이 없이 같은 일을 똑같이 하는데. 최원호, 김이경, 리하고 담임 선생님들은 왜 평소와 다르지? 이런 의문점을 같는 건 머리가 아파서 그만두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 11시 59분 아주 컴컴한 밤이 되었다.애들은 아직도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연주가 말했다.
" 지금은 자는게 좋겠어. "
난 연주에 말을 따랐다. 12시가 되었다. 그리고 잠시후 갑자기 날이 밝아지면서 시계가 오전 9시를 향하고 있었다. 분명히 난 자지 않았다. 1초도 자지 않고 잠이 들 때까지 시계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전 9시가 되었다. 날도 서서히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형광등을 껐다가 켜는 것 처럼 갑자기 밝아졌다. 연주가 말했다.
" 잘 잤어? "
" 음.. 난 뭐 그럭저럭. 넌? "
" 난 아주 잘 잤지. 상쾌하다. 뭐야 애들은 아직도 이러고 있어? "
애들은 어제와 다름 없이 같은 일을 하고 떠들었다. 연주는 오전12시 부터 오전 9시까지 사이의 시간이 없어진 것을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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