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인 생활을 하게 된지 벌써 반년째다. 내 생활 리듬은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해졌고, 그런 나의 모습을 가족들조차 포기했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한다. 아직 14살이라 시험공부쯤은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주위 사람들이 말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음악을 듣고 그림만 그리며 지낼 뿐.
"은희야, 그래도 나와서 밥은 먹어야지."
"귀찮아. 엄마가 갖다 줘."
"은희야......!"
"안 주면 안 먹어. 주지도 않는걸 왜 먹어?"
"너 자꾸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엄마는 몰라도 돼."
엄마가 몇 번이나 나를 불러서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그 때마다 내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말 할 수 없는 이야기니까.
오늘도 엄마의 부름을 거절하고, 방문을 잠갔다. 아, 휴은이가 보고싶다. 휴은아, 도대체 넌 어디로 사라진거야? 응? 대답 좀 해 줄래? 나에게 있어서 유일한 친구였는데. 내 눈 앞에서 죽고 말다니...... . 휴은이는 가족도 없고, 죽으면 알아줄 사람도 없는데...... . 나 혼자 도망쳐 온 것이 후회된다.
사건은 반년 전, 그러니까 봄에 일어났다.
혼자 싸돌아다니다가 만난 친구. 배고프다고 난리치던 나에게 주먹밥을 싸 준 친구. 내 어리광이라면 모두 받아줬던 친구, 휴은이. 휴은이와 함께 버스를 타다가 이상한 현상을 겪었다. 눈 앞에 붉은빛이 일렁이면서 어지러워진 것이다. 옆을 보니 휴은이는 쓰러져 있었고, 몇 초 있다가 나도 쓰러지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도 픽픽 쓰러져가는데 버스 기사는 웃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상한 세계다. 버스에 탔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버스 기사가 우리 둘을 데리고 온 것 같았다. 뭔가 이상한데......, 현실 세계가 아닌 것 같았다. 벽은 체크무늬로 도배되어 있었고, 바닥은......, 어라, 바닥이 없네! 그렇다, 바닥이 없었다.
"여긴...... 어디죠?"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그 버스 기사 아저씨가 휴은이 손을 낚아채더니, 체크무늬 벽으로 밀어넣었다. 휴은이가 비명을 질렀지만, 주위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
"휴, 휴은아! 안 돼!"
휴은이 몸이 벽에 쑥 들어가서 없어졌다. 이건 무슨 공포스러운 상황이란 말인가!? 나는 냅다 도망을 쳤다. 체크무늬 벽으로 이루어진 복도는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기사 아저씨가 막 쫓아왔다. 너무 무서웠다. 등에 싸한 기운이 도는 것이..... .
그리고 나는 탈출을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집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했다. 나는 우리가 매일 1시에 만나는 아지트에 가 보았다.
늘 기다리고 있던 휴은이가 없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계속 없었다.
그리고 나는 폐인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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