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어머어머,쟤 피부 하얀 것좀 봐."
"완전 서양얘잖아?"
나는 그 시선에 한순간에 어깨가 움츠러든다.그리고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는다.
'툭'
우리반에서 일진회 블루진 회장을 담당하고 있는 서희가 내 어깨를 툭 쳤다.말로만 툭 친거지,알고 보면 밀친 거나 다름없다.나는 순식간에 어질어질 하여 교문에 머리를 부딪혔다.
"하하하"
서희와 그 주변에 있는 블루진 얘들은 전부 다 고소하다는 듯이 웃었다.나는 주섬주섬 손에 들려 있는 보조가방을 주웠다.서희 얘들은 아직도 허리가 부러진다는 듯이 깔깔대며 저만치 멀리 걷고 있었다.
나는 순간 눈물이 나왔다.그리고 다시끔 조심조심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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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다문화가정 얘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로 유명하다.전교생이 대략 600명 정도 있고,그 중 3분의 2가 다문화가정이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왕따를 당한다.블루진한테.
블루진은 정말 사람의 탈을 쓴 짐승 같았다.특히 회장 서희는 더더욱 그랬다.다문화 가정 얘들의 얼굴에는 하루도 상처가 가실 날이 없고,주머니는 텅텅 비어 있었다.심지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예쁘면 더더욱 괴롭혔다.
물론 난 예쁘다.더군다나 난 이름도 예쁘다.레베카 린.엄마는 한국인이고 아빠는 미국인이다.하지만 나는 아빠를 더 빼닮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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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콜릿을 가져왔다.나랑 가장 친한 소율이한테 주기 위해서다.소율이도 다문화 가정이다.엄마가 베트남.물론 소율이도 나 못지 않게 예뻤다.우리 둘은 블루진의 왕따대상이다.항상 왕따를 당한다.하지만 인기는 많다.하지만 나는 그게 더 싫었다.왕따의 큰 이유니까.
"소율아,초콜릿 가져왔어.무슨 맛이 좋아?화이트?밀크?다크?"
"어,초콜릿이네.맛있겠다.역시 레베카는 착해.난 화이트가 좋아."
그리고 소율이는 초콜릿을 집어들었다.난 소율이 대답에 웃으며 밀크초콜릿을 하나 까 입에 넣었다.
"야!한소율,레베카 린!너희들 진짜 어이없다.당연히 나한테도 초콜릿 줘야 하는 거 아냐?"
이키,블루진의 회장 진서희가 매서운 눈초리로 우리 둘을 노려본다.나는 아까 교문 앞에서 당한 모욕이 생각나서 입을 꾹 다물었다.말로만 왕따지,우리 둘은 언제나 자신의 생각을 소신있게 말한다.어른들 앞에서도 겁이 없는 우린데,아무리 블루진 회장이라지만 우리는 소용이 없다.
"너 나 친구로 생각하니?"소율이가 먼저 물었다.
서희는"헐,내가 너희를 친구로 생각하겠니?다른 나라에서 온 주제에."소희는 콧방귀를 뀐다.
하지만 우리는 소희의 모진 독설에도 꿋꿋하게 버텼다.그리고 말했다.
"너희들은 우릴 친구로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초콜릿을 꼭 가져야 겠니?초콜릿을 줘도 좋은 감정을 줘야 맛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뭐가 어쩌고 저째.야,블루진.너희들 빨리 나와봐."
하지만 서희 옆에는 블루진 얘들이 없었다.저멀리 복도에서 블루진 얘들끼리 모여 깔깔거리고 있었다.
"야!빨리 안오고 뭐해?"
블루진 얘들은 좀 놀랐는지 어깨를 움찔거리곤 재빠르게 서희 앞으로 왔다.
"너희들은 날 회장으로 생각하긴 하는거야?회장 옆에 모여있어야지 승진을 하든 말든 할거 아냐!"
서희는 빽 소리를 질렀다.서희의 훈계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우리는 조용히 그 자리를 물러왔다.하지만 그냥 넘길 서희가 아니었다.
"야!너희들 가만 있어.내가 너희들 가라 할 줄 알았니?"
"내가 왜 너희들 말을 들어야 해?우린 누구에게도 존중받을 수 있는 인권이 있어.그 권리를 너한테 준다고 정식으로 말하지도 않았잖아?"
"뭐가 어쩌고 저째?너 진짜 혼찌검이 나야 정신을 차릴래?"
"분명히 말했다.난 너희한테 혼찌검이나 받을 시간 없다고."
우리는 분명히 말하고 자리를 떴다.뒤에서 블루진 얘들이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학교 뒤편으로 와서 남은 초콜릿을 까먹었다.마지막으로 화이트 초콜릿이 하나 남았다.
"이거 어떻게 할까?"
"뭐 어쩔수 없지.누구 줄까?"
"그래.혜주 주자."
혜주도 블루진한테 왕따를 당한다.그래서 우리랑은 조금 친하다.
"와,정말!고마워!나 화이트 좋아하는 거 또 어떻게 알고..."
혜주는 눈물을 글썽였다.혜주는 블루진한테 왕따를 당한 뒤로 이렇게 감정이 복받치는 아이가 되어 버렸다.
"에이,뭘.그럼 우리 서로 친구 맺을까?"
"좋지!우리 내일 용돈 모아서 우정 볼펜 사자."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그리고 재잘거리며 교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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