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순천으로 떠나는 우리가족 여행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내가 아침을 맞이한 곳은 다름아닌 차 안 조수석. 먼저 와있는 다른 가족들을 위해서 우리는 평소보다 일찍 출발했다. 간신히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창문을 보니 어느새 우리는 화순을 벗어나 보성에 와있었다. 푸르른 나무들 그리고 오색 꽃들을 보니 마음이 한결 더 편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편안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늘을 쳐다보니 푸르고 맑을 것이라고 당당히 생각했지만,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했고 흰구름이라고 해봤자 조그마한 꼬마구름이 전부였다.
그렇게 불안함과 편안함을 둘 다 갖고 간신히 목적지인 계곡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먹구름은 잠시 흰구름과 하늘에 밀린 상태였다. 나는 가족들(큰고모, 큰고모부, 사촌언니,사촌오빠,작은고모,작은고모부,작은아빠,작은엄마,사촌동생,할아버지,할머니 )와 반가운 재회를 하고, 본격적으로 사촌언니와 계곡탐방을 하기 시작했다.
계곡은 정말 물이 맑았다. 송사리도 물속을 여유롭게 헤엄쳐다녔고, 햇빛이 잠깐 고개를 내밀때 그 빛에 비친 돌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계곡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의 아름다운 계곡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잠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작은아빠께서 웃통을 벗고 사촌오빠,큰고모부와 함께 등장하셨다. 아마도 물고기를 잡으셨나보다. 내 예상대로 파란색 바가지 않에는 송사리가 가득 잡혀있었다. 그리고 작은아빠는 수영을 한다면서 나와 사촌언니를 데리고 바위 밑으로 내려가셨다. 우리는 그곳에 있는 넙적하고 큰 바위에 앉아서 작은아빠가 무엇을 하실지 호기심을 잔뜩 안고 숨죽여 지켜보았다. 작은아빠는 수영(자유형,배영,접영)을 멋지게 보여주셨고, 다시 얕은 데로 우리를 데려가서 물수제비 뜨는 법도 알려 주시고, 직접 시범도 보여주셨다. 작은 아빠의 어린애같이 순수하고 유쾌한 성격덕에 우리는 한바탕 웃고 나는 먹구름 걱정도 싹 잊고 말았다.
오후 2시경, 우리가족은 식사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모처럼 사온 꽃등심도 굽고,소고기,삼겹살등 아주 많은 고기를 구워 먹었다. 야채에 싸먹는 고기맛은 정말로 꿀맛이었다. 하지만, 비가오는 바람에 지붕이 있는 정자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비는 세네번이나 잠깐 왔다 그쳤다 했기 때문에 우리는 신나게 놀다가도 비가 오면 재빨리 올라가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비는 금방 그쳤기때문에 우리는 다시 내려가서 물수제비도 뜨고 물장구도 치면서 많은 시간동안 놀 수 있었다.
신나는 물놀이를 한창 하고 있을 때, 우리는 파티를 접어야 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이다. 가족들고 헤어질까봐 두렵고 겁도 났지만 할아버지집에서 하룻밤 자고 간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대가족이 돌아가면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였다. 나는 사촌언니와 같이 들어가서 샤워를 하였는데 시간이 많이지체되어서 고모에게 혼이 났다. 하지만 혼이 나서 서운한것도 잠시 우리 눈에는 귀여운 사촌동생, 나현이가 들어왔다. 나현이는 생후 6개월밖에 안된 아주 어린 여자아이이다. 우리는 나현이와 놀아준답시고, 나현이를 손에서 떼지 않았다.
나현이는 내가 해주는 "우르르르~ 까꿍!"이란 놀이를 좋아했다. 이제 귀가 점점 발달해서 소리에 관심을 보일것이라는 엄마의 말은 아주 정확했다. 내가 까꿍이라고 말할 때마다 나현이는 꺄르르 웃었고, 사촌언니는 그러는것은 자신이 영 소질이 없다면서 나현이를 안아주기만 했다.
드디어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총인원 15명이라 그런지, 밥을 올리는 상은 3개나 되었다. 제일 큰 식탁에는 할아버지, 아빠, 동생 유준이,작은고모부,큰고모부,작은아빠 등 남자식구들이 앉았고, 두번째로 큰 식탁에는 사촌오빠,할머니,작은엄마,엄마가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식탁에는 원래 두번째 식탁에 앉으려고 했으나 사촌언니의 권유로 어쩔수없이(?) 앉아서 먹게 된 큰고모,그리고 그걸 부추긴 사촌언니,그리고 내가 되었다. 꼬들빼기를 내 밥그릇에 얹어주시는 큰고모가 너무 고마웠다. 오늘따라 저녁식사가 너무 좋았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우리가족은 텔레비전 시청에 들어갔다. '넝쿨째굴러온당신'은 우리가족 모두가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kbs에서 8시~9시에 하는 주말드라마는 항상 놓치지 않고 보는 우리가족(엄마,아빠,나,동생) 덕에 우리 대가족은 이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이 된 것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우리는 각자 꿈나라로 가기 시작했다. 나도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했지만 자꾸 눈이 떠졌다. 내일이면 가족들과 헤어질 것을 예감해씨 때문일까...
아침이 밝았다. 작은고모네 식구는 일찍 떠났다. 귀엽고 오동통한 나현이 얼굴도 이제 한동안 못보겠구나..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냥 손만 흔들다 제일먼저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곧 열차시간 때문에 작은아빠네 가족도 떠났다. 따스한 작은엄마의 손을 다시 한번 잡아보면 좋을텐데... '작은엄마, 작은아빠 다음에 또 오셔야 해요'이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몇시간 후 우리가족도 떠나야했다. 큰고모 가족은 조금 더 늦게 간다고 했지만, 내일 출근을 해야하는 아빠 입장에서는 우리가 빨리 집으로 가야하는 것이 더 옳았기 때문이다. 썰렁해져버린 거실은 너무나도 허전했다. 큰고모네도 허전해할텐데... 그렇게 나는 슬픔을 안고 애써 가족들에게 미소를 보인 뒤 뒷자석에 턱을 괴고 멀리서 손흔드는 큰고모 식구를 보았다. 차안에서 금방 잠이 들면서 우리가족 여행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다음에 또 가족들과 함께 큰 파티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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