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 날이 6월 7일로 다가왔다.
평소 수련회 날만 되면 두근두근 거렸던 내 맘이 이번에는 더욱 두근거렸다.
장소가 청학동이라는 얘기를 듣고난 후부터 그랬다.
조선시대를 그대로 물려받은 역사의 마을, 청학동 속 청학동 청소년 수련원에서 교육을 받는다니, 정말 좋은 교육이 되지 않겠는가?
출발하는 그 날 아침까지도 기분이 들뜬 나는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청학동으로 향했다.
청학동을 갔다온 아는 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훈사님들도 너무 무섭고 시설도 그렇게 좋지는 않다고 하였다.
뭐 상관없었다. 1박 2일 한번 갔다오면 그만인데, 그까짓 것쯤이야.
약 2시간 30분만에 도착한 청학동.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하여 많이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고 달려 멀미까지 참아가며 애써서 온 곳이다.
미리 홈페이지로 몇 가지 사전조사를 해온 터라 시설에 대해 줄줄 꿰고 있는 내게 선생님께선 박수를 쳐주시기도 했다.
홈페이지에 의하면 시설도 작년 거제노자산수련원보다 그나마 더 낫고 벌레도 창문을 계속 열어놓아야 들어오고 문단속만 잘하면 깨끗하다고 했다.
드디어 도착한 청학동.
마중 나온 훈사님들 몇몇을 보자 웃음이 피식 나왔다.
조선시대 훈장님들과 똑같이 조끼를 입고 바지를 입고 모자까지.
게다가 유머를 추가하기 위해 별명 이름표를 만들어 놓았는데, 세상에나~
<달수빈> 훈사님, <김신영> 훈사님, <김필숙> 훈사님, <짱구> 훈사님, <사오정> 훈장님 등등 다양한 별명들이 우리에게 미소를 끊임없이 이어지게 하였다.
제일 먼저 입소식을 위해 서당으로 향했다.
청소년 수련원이라고 현대식 건물만 있는게 아니다.
서당은 멋진 한옥으로써 뛰어난 미와 예술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선생님들의 거처 역시 시원하고 멋진 한옥이었다.
서당에 들어서자 마자 들어오는 걸걸한 목소리.
"어험, 어서 앉거라."
엄숙함이 감도는 훈장님의 목소리였다.
움찔한 나는 역시 청학동은 뭔가 다르구나 직감했다.
훈장님의 말씀과 함께 다양한 예를 치르고 점심식사가 다가왔다.
청학동 산 속이니까 나물만 있겠지 하고 포기 하고있는데 아이들이 "오, 소세지다!"이러는 소리가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청학동의 배려로 학생들의 입맛을 조금이나마 맞춰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느꼈다.
곧이어 숙소배정이 이어지고, 나는 <김신영> 훈사님의 사랑반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김신영 훈사님으로 말하자면, 정말 연예인 김신영처럼 통통하신 얼굴에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시면서도 가끔 배꼽 빠지는 유머를 던져주시는 신비로운 훈사님이시다.
처음에 청학동의 분위기는 카리스마 엄숙 진지 그 자체였다.
나도 잔뜩 겁을 먹고 살살 걸어다니고 서당에서 배운 공수인사를 하고 다니며 말도 제대로 못했지만 청학동에 입소한지 4시간도 안되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걸걸한 목소리의 훈장님은 자신을 사오정 훈장님이라고 소개하며 점심식사 후에는 옆에 조그만 은신처 같은 곳에서 오정 가게라는 매점을 자신이 열어 기념품과 음료수를 팔거라고 하며 웃음을 주셨다.
또 김신영 훈사님과 다른 훈사님들도 지나가며 유머 한 마디씩을 던져주시고 말이다.
학생들 속에서 반장을 뽑아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고, 간단한 규칙과 계획을 설명해준뒤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그랬다.
그 많은 활동을 다 얘기하긴 그러니, 몇 가지 재밌었던 활동을 얘기하겠다.
먼저 한자 외우기~
직접 훈장님이 나서서 아이들에게 한자와 사자성어 등이 쓰여져 있는 한자책을 나누어 주고 읽어보도록 했다.
그리고 같이 읽어주고 지루하지 않도록 노래로 만들어 부르게 하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다행히 조용히 잘 따라하였고, 그 날 떠들면 2시간으로 한다고 했던 한자공부는 다행히 30분만에 겨우 끝났다.
또 한가지는 바로 장기자랑.
먼저 본격적인 장기자랑 전에 점수따기 코너를 만들어 각 여자 편에서 4명 남자편에서 4명을 뽑아 막춤을 추게 하여 점수를 미리 몇 점 따놓는 게임을 하였다.
우리 여자 편에서 몇 명이 나가 막춤을 추고 남자편에서도 춤을 췄는데 정말 재미있었던 게임이었다.
곧이어 나온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의 빛나는 춤과 장기.
나도 나가려 했으나 인원이 다 차서 들어가지 못해 연습을 못하였다.
뭐 6학년때 또 들어가면 되니깐.
그렇게 재미있는 다양한 게임들을 마치고 잘 시간이 되었다.
베게와 침구가 못마땅한 건 없잖아 있었으나 훈사님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후드 모자를 눌러쓰고 자야만 했다.
반장을 감시하게 세워 아이들이 모두 잘 때까지 지키게 하여 아이들이 미안하도록 해보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저 반장 눈치만 보며 소곤소곤 얘기를 속닥댈 뿐이었다.
그날 아침, 아침산책을 상쾌하게 갔다오고 몇가지 준비를 한뒤, 전통놀이를 하기로 하였다.
굴렁쇠 굴리기, 떡 만들기, 활 쏘기는 청학동에서나 볼수 있는 조선시대 전통놀이였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마음 속에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아..아깝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그렇지만 또 가면 또 불평 불만에 빨리 집에 갔으면을 반복하고 있었겠지.
참 하늘은 무심하다.
어떻게 한 쪽만 편하게 안 되고 이리 가면 저기가 좋고 저리 가면 이리가 좋을까.
그 날 하늘은 내 맘처럼 맑다가도 살짝 구름이 낄듯 말듯을 반복했다.
청학동...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