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순 여가 무엇인지 다들 모를 것이다. 내가 지은 단어니까.
벌 순 여의 뜻은 벌교 순천 여수의 줄임말이다.
내가 주말에 다녀온 여행지들의 이름이다.
엄마와 아빠는 꽤 많은 고민을 하셔서 우리들의 주말 여행을 계획하셨다.
아빠는 어디 어디를 가는 게 좋겠다고 했고, 엄마는 그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 검색하여 정리하셨다.
드디어 여행날 아침, 엄마와 아빠는 오늘 계획한 여행 기대해보라며 웃음을 씩 지으셨다.
우리는 너무 들떠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몸을 들썩이며 노래를 불러댔다.
약 2시간정도를 타고간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는? 벌교이다!!
1박 2일에서 이수근과 은지원의 꼬막 벌칙이 유명한 만큼, 벌교에 왔으면 꼬막을 먹어봐야 할터!
엄마는 꼬막이 뭐냐고 묻는 내 질문에 조개와 거의 비슷한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에 그럼 조개와 꼬막이 같은 거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꼬막정식에 나온 꼬막을 자세히 보니 조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삶은 꼬막을 먹어보니 짭짤한 맛이 강했다.
나는 짠 맛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통꼬막은 패스하기로 했다.
꼬막이 대강 짐작이 갔다. 조개와는 약간 달리 짭짤한 맛으로 먹는 조개류인 것이다.
꼬막전, 꼬막탕, 꼬막 회무침 등 꼬막음식 등은 그냥 일반 음식에 꼬막만 첨가한 거라서 그렇게 차이가 나고 엄청 맛있고 그런 건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말하겠다.
내가 생각한 맛보다는 좀 실망했지만 그래도 그런데로 맛있었다.
꼬막 회무침이 제일 맛있었는데 새콤 달콤 매콤이 한번에 들어가서 밥이랑 비벼먹으면 환상궁합이라고 한다.
그렇게 점심을 해결하고 간 다음은 순천시의 순천만!
황금빛의 출렁거리는 갈대가 길을 보호하는 셈인 갈대밭이라고 한다.
입구에 들어섰을 뿐인데 자연의 향기와 갈대의 눈부신 빛이 나에게 다가왔다.
갈대밭의 길에 들어섰을 때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넓게 펼쳐진 갈대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무수히 넓은 갈대들에 정말 깜짝 놀랐다.
기껏해야 도심 속의 갈대밭이라니 뭐 대충 길 쪽에 몇십 개 심어 놓은 거겠지 생각하고 왔던 거였다.
그런데 정말 시골 속에 아주 넓고 넓은 땅에 있는 것 처럼 아주 아주 끝이 안 보이는 갈대들이 출렁이고 있는 것이었다.
휴대폰으로 찍으려고 했지만 엄마가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이런 건 휴대폰에 남겨두는 것보다는 네 눈에, 네 생각에 남겨두렴."
나는 엄마 말씀이 옳다 생각했다.
아무리 찍어두고 기록해도 지금 이 감동은 되살리지 못하니까.
나는 아주 오랫동안 갈대밭을 내 눈에 기억하려고 뚫어져라 보고 또 보았다.
저 멀리 갈대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산 속의 전망대가 있지만 그 곳까지 가려면 무려 3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해서 당일 치기의 여행 시간 상 가지 못했다.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이미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받은 상태였다.
기념품 가게를 가니 자연의 공원답게 자연 기념품이 가득 가득!했다.
우리 엄마는 그 곳에서 향기 좋은 발효 녹차를 한 통 사시고 지금까지 계속 맛있게 드시고 계신다.
그 곳에는 자연 식품, 열쇠고리, 사진 등 여러가지가 가득했다.
여러가지를 재밌게 구경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간 여수는 오동도로 고고!
오동도에는 동백꽃이 유명하대서 갔지만 아주 안타깝게도..
동백꽃은 우리 가족의 아까운 타이밍으로 아직 피지 않은 상태였다.
아마 4월이나 5월쯤에 활짝 활짝 필 것 같다.
그래서 실망했다..
분홍빛으로 물든 동백길을 기대했는데..
그래도 아빠가 내 손을 꼭 잡아주시며 "여기가 꼭 동백꽃만 주요 목적은 아니란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아! 나는 시원한 것이 너무 너무 좋다.
내 몸에 열이 많아 나는 원래 몸이 좀 따뜻한 체질이라서 난 서늘하거나 차가운 것을 즐긴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색도 하늘색 아니면 파란색이고 바다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물론 그 물에 빠지는 건 사절^^;;
그런데 아빠가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하여서 감기가 걸렸는데도 숲을 지나 바다 전망대로 번개같이 달려갔다.
저녁에 간 여수라서 좀 어두컴컴한 대나무 숲을 지나야 갈 수 있는 전망대를 가려니 좀 무서웠다.
귀신이 나올 것 같아 부들부들 떨면서 달려가 드디어 바다를 봤더니!
우와!!
갑자기 확 밝아지면서 시원한 푸른 하늘색이 확 드러났다.
그리고 내 눈 앞에는 시원한 파도가 웨이브를 하며 다가오는 푸~르고 푸른 바다가 펼쳐져있었다!
나에게는 서늘한 바람이 "안녕, 꼬마 바다 소녀!"라며 내 옷 속으로 파고 들어와 땀으로 젖은 내 몸을 말려주었고, 바다는 "날 보러왔니? 시원한 감동 많이 느끼고 가렴."
이라며 자신의 몸을 한껏 출렁거렸다.
뒤따라온 언니도 탄성을 내지르며 나무 난간을 잡고 바다를 뚫어져라 감상했다.
아빠는 만족하는 나에게 "거봐. 꼭 동백꽃이 주 목적은 아니라니깐. 이 푸른 바다도 너에게 큰 감상거리가 된다고. 자, 가자."라며 웃으시며 돌아가셨다.
집에 돌아올 때 내 머릿속 여행 기억에는 벌교의 꼬막과 순천시의 갈대밭, 여수시의 바다가 기록되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역시 만만치 않게 길었지만, 놀러 올때와 달리 별로 심심하지 않았다.
다녀온 여행지를 되돌아보면서 킥킥 웃고 또는 풍경을 되살려내 머릿속에서 감상했다.
그 때의 감동이 살아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서도, 지금도 가끔 그 바다와 갈대와 꼬막들이 생각나곤 했다.
언젠간 또 다녀와야지★
이번 주 벌 순 여 주말 여행기! 내 머릿속에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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