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의 휴가가 왔다. 사람들은 휴가가 되어 신나게 놀러다닌다. 우리 가족도 휴가를 맞아 신나가 놀러가려고 했다. 나는 계곡에서 신나게 놀고 멋진 경치가 있는 곳으로 놀러가는 기대를 꿈꿨다. 그런데 엄마는 내 방학숙제 선택 과제의 역사 여행 종이를 쓰윽 훑어보시더니 역사가 많이 남아있는 공주와 부여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다음 날 우리는 차를 타고 경상남도에서 충청북도로 이동을 했다. 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는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계속 툴툴거렸다. 신나게 놀아야 하는 휴가에 역사 공부라니... 정말 황당했다. 보통 휴가가 되면 바다로 물놀이를 가거나 시원한 숲에서 멋진 밤을 보내는 게 아닌가?? 그런데 뜬금없이 역사공부를 한다고 하기에 나는 지루한 생각이 들어 정말 화가 났다.
먼저 공주를 갔는데 첫번째 목적지는 공산성이었다. 안내서를 보니 백제의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성이라고 했다. 그리고 문주왕이 이곳으로 도읍을 옮겨 성왕 16년에 부여로 옮길 때까지 64년이나 왕도를 지켰다고 한다. 나는 이 성이 그렇게 대단하나 싶었다.
'흥, 아름다우면 얼마나 아름답다고...'
콧웃음을 치며 입구를 들어섰다. 우리는 성 안 쪽으로 돌아보는 평범한 구경을 하지 않고 성벽을 걷는 걸로 해봤다. 좁은 성벽을 걸으니 다리가 후들후들거리고 바로 옆에는 절벽으로 되어 있어서 무서웠지만 경치만은 끝내줬다. 성벽을 따라 걸어가다보면 성 밖의 도시와 성 안의 모습이 훤히 다 보였다. 보통 성 같은데 가면 성 안쪽에만 보고 가는데 이곳은 성벾 위에서 구경을 할 수 있어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내가 성벽을 따라 돌며 경치를 보며 감탄을 하자 엄마가 아까 투덜대던 내 모습은 어디갔냐며 나를 놀려대셨다. 날씨가 더워서 기분이 불쾌했던 언니도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거리니 활짝 웃었다. 공산성을 돌고나니 내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투덜투덜했는데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 다음 목적지마저 기다려졌다.
두 번째 공주의 목적지는 국립공주박물관이다. 공주를 들렀다온 우리 이모가 추천한 곳이다. 국립공주박물관에는 엄청나게 많은 유물들이 있었다. 둘러보는데에 1시간이나 걸렸다. 우리에게 문화재를 설명해주시는 안내자 분이 이리저리 둘러보며 차근차근 설명해주셨다. 설명 없이 본 문화재들은 별 생각 없이 지나갔는데 설명을 들으니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설명을 들으니 왜 그 물건이 탄생했는지, 또 왜 그렇게 생겼는지 더 쉽게 이해가 갔다. 왕과 왕비의 관장식과 귀걸이들은 정말 화려했다. 다 반짝반짝하고 화려한 치창으로 되어 있었고 대부분 금과 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중에는 평민들의 물건을 보게 되었는데 왕과 왕비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초라했다. 이름 그대로 정말 평민들만이 쓰는 물건이었다. 그렇게 보면 옛날에는 왕과 왕비의 신분이 우리가 생각하는 신분보다 훨씬 말도 꺼내지 못할 만큼 높았나 보다. 이어서 부처상과 여러가지 돌 조각상을 보았는데 모두 멋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공주를 다 돌고나서 부여로 갔다. 부여의 첫 목적지는 무령왕릉. 무령왕릉은 교과서 국어 책에도 나오고 문화재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라 꼭 보고 싶었다. 그러나 진짜 무령왕릉은 몇 년전부터 출입이 금지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입구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돌아가야만 했다. 무령왕릉 모형관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모형관은 꽤 진짜 무령왕릉과 흡사한 것 같았다. 무령왕릉의 벽돌들을 보니 어떤 일정한 규칙들로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그리고 연꽃 모양의 등불 넣는 곳이 특이해서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무령왕릉 모형에 들어가보니 아늑하고 비밀스러운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 이 무덤에 묻힌 무령왕은 참 좋았을 것이다. 나라도 이런 비밀스러운 무덤에 묻힌 다면 죽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비록 진짜 무령왕릉의 모습은 보질 못했지만 크고 넓고 시원한 무덤이 참 멋졌다.
다음 간 곳은 의자왕과 삼천궁녀로 유명한 낙화암이었다. 우리 가족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 낙화암으로 갔다. 먼저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낙화암을 저 멀리서 바라보았다. 멀리서 봐도 낙화암은 뚜렷하게 보였다. 삼천궁녀가 꽃이 지는 것처럼 뛰어내렸다고 해서 낙화암이라고 한다. 근데 낙화암은 꽤 높아서 저 높은데서 떨어졌던 삼천궁녀들이 참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직접 낙화암을 올라가보았다. 낙화암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정말 아찔한 높이였다. 내가 만약 삼천궁녀였다면 쉽게 뛰어내리지 못했을 것 같다. 내가 이번 여행 중에서는 낙화암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나는 역사여행이 끝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긴 아쉬워 엄마를 졸라 캠핑장에서 자고 가자고 했다. 엄마는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캠핑장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멋진 식목원이 딸려 있는 캠핑장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늦은 밤이라 길을 찾기가 힘들었고 게다가 그 캠핑장은 거의 숲속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숲 속으로 들어가니 더욱더 찾기가 어려웠다. 겨우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는데 밤이라서 그랬는지 내가 생각했던 멋진 캠핑장과는 좀 달랐지만 나름대로 잘만 했다.
엄마는 내일 물놀이를 가자고 했다. 내가 그동안 뾰로퉁 해 있던 모습이 안 좋았나보다. 난 탄성을 질렀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날 쳐다보아서 조금 부끄러웠다. 기대감에 들떠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내고 다음날이 되었다. 우리가족은 아침부터 부랴부랴 짐을 싸서 꽤 떨어진 월출산 계곡으로 출발했다. 언제 TV에서 본 적이 있었고 계곡물을 안전하게 해서 맑고 깨끗한 물로 놀 수 있다고 했다.
그 곳으로 가 보니 사람들은 말도 못할 정도로 가득차 있었고 날씨는 아주 쨍쨍했다. 우리가족은 어렵게 자리를 잡았고 곧장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온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계곡처럼 돌이 쌓여있지도 않았고 수영장 같은 풀장에서 안전하게 놀았다. 엄마는 그렇게 좋냐며 흐뭇하게 웃으셨다. 언니도 바보처럼 입을 헤 벌리고 놀았다.
우리는 놀러온 김에 저 땅끝 마을인 해남에 가기로 했다. 그래서 몽돌 해수욕장에 가서 한 밤 더 자기로 했다. 나는 두 밤이나 캠핑을 한다는 소식에 기뻐날뛰며 두 번째 물놀이를 했다. 오전에는 계곡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했는데 이번에는 바다에서 수영한다고 해서 정말 좋았다. 한바탕 물장구를 치며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엄마 아빠가 텐트를 걷고 있었다. 내가 놀라서 달려가 보니 바다이지만 바람 한 점 없어 자기가 힘들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나는 입을 삐죽 내밀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두 밤을 자고 기분 좋게 가고 싶었는데 아쉽게 해남을 떠나야 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이번은 방학숙제도 하고 역사공부도 해서 일식이조의 여행이였다. 다음 휴가에는 또 어떤 역사 여행을 하게 될까 궁금해졌다. 이번 역사여행은 내가 지금까지 다녀본 여행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역사여행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재미있는 여행을 많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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