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서동아리 토론대회’ 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다. 독서동아리 라는 것이 일단 흔치않고 토론대회에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미리 ‘책 내용에 대한 감상문형식으로 말하는 거겠지……. 재미없겠다…….’ 하고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하는 토론은 그럭저럭 재밌었지만 독서토론은 흥미가 없었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출발 할 때 비도 매섭게 내리고 있어서 앞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발을 내딛는 5분 만에 신발 안에는 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처음 들어보는 ‘시립도서관’ 이 집합 장소였다. (참고로 나는 길치이다.) 버스정류장이 어디인지 몰라서 헤매고, 내려서도 시립도서관이 어디인지 몰라서 헤매고, 들어가서도 지하 1층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헤맸던 나는 1시간 30분의 숨 막힐 듯 한 여정 끝에서야 도착을 했다. 그러나 나는 순간 뭐랄까,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내 상상속의 영재아이들만 모여서 뭔가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나는 것이 아니라 소란스럽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아는 친구도 없었기 때문에 나의 찹찹한 기분은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넘어가지 않는 점심밥을 다 먹었을 때에는 이미 대회 예정 시작시간이 4분 지난 1시 34분이었다. 앞자리에 앉아서 적극적으로 보려고 했던 나의 의지마저도 거기에서 꺾이고 말았다.
토론회장안으로 들어가서 앞을 보니(물론 뒤에서 2번째 자리) 거의 대부분이 안경을 끼신 남자 고등학생들이 있었고 그 중간에는 사회자가 있었다. 나는 이미 심통이 있을 대로 난 상태여서 아직도 토론대회에 대한 비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토론대상이 되었던 책들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뭔가를 비유한 것에 대해 쓴 책이었던 것 같다. 토론주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생활에 행복을 주는가??” 이었다. 우리가 사회시간, 국어시간에도 많이 했었던 주제였기 때문에 친근감이 있었다.
토론 방식은 “세타 토론방식” 이었는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팀을 임의로 나눠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하던 것과는 달리 각 팀에게 돌아가면 2분, 5분 정도의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주었다.
주제에 대한 소주제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말해 보겠다. “인간의 존엄성” 에 대한 토론이었다. 먼저 반대 측이
“과학기술을 통한 억압이 증가했다. 예를 들면 몰래카메라가 있다. 인간의 행복을 외면적이나 내면적으로는 특히 보장하지 않는다. 인간을 염두에 두지 않는 기술의 발달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라고 말했다. 그러자 찬성측이
“그것은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다. 10개의 돌중 7개의 돌이 하얀 돌인 반면 눈에 띈다고 3개의 검은색의 돌만 보아서는 되는가? 나쁜 점 보다 좋은 점이 더 많은데도 눈에 띈다고 나쁜 점만 보겠는가?” 라고 했다.
나는 이들의 의견이 다 맞다고 생각되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 측의 의견이 더 마음에 든다. 아무리 돌중에서 흰 돌이 더 많다고 해도 검은 돌이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유난히 눈에 띄는 상황에서 그 돌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고쳐나가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부작용이 인간 때문이라고 했는데, 과학기술이 발달함으로써 인간이 똑똑해져서 인간의 내면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살짝 지나간 얘기로 성형문제가 있었는데, 나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과거 사진을 내보이고서도 당당히 웃을 수 있는 그 때가 인간이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 때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성형을 해도 자신의 과거 모습이 들킬 것을 노심초사하면서 살아가면 어떻게 행복을 얻을 수 있겠는가? 뿐만 아니라, 본래 성형은 여러 사고로 인한 신체 조직이 상처를 받아 피부이식을 해야 할 경우 하는 “의술” 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돈 있는 사람이 자신을 더 높이기 위해, 더 예뻐지기 위해 얼굴에 칼을 대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은 예외이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더 예뻐지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는 성형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TV에 나오는 ‘선풍기 아줌마’ 도 예를 들 수 있다. 이것을 과연 행복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오늘 이 토론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모르던 과학기술의 발달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그 영향이 얼마나 강대한지 말이다.
결국, 마지막에 나는 고개를 앞으로 내민 채, ‘독서토론의 즐거움’ 에 흠뻑 빠져 있는 상태였다. 앞으로 그럴 기회는 많이 없겠지만 이런 독서토론을 많이 즐겨 보려고 할 것이다.
책은 단순히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미, 함축적 의미를 보는 것이라고 나는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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