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학교 운동장은 난리법석이 되있었다. 나도 들뜬 마음으로 운동장에 들어섰다. 과연 예상대로 4학년 아이들이 우르르 운동장을 꽉 메우고 있었다. 다들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나 또한 그들과 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렸다. 곧 선생님들께서 우리를 부르셨고,우리는 휘파람을 부르며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를 타고 나자 아이들의 소리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진짜 가는구나."
"와아~나 진짜 떨려. 어떡해~"
많은 아이들의 걱정과 설렘을 안은 채 버스는 출발했다. 한 10분 정도 지나자 아이들이 슬슬 가방을 열기 시작했다. 과자,음료수,껌,사탕까지. 정말 간식에서는 빠질 게 없었다. 어떤 아이는 mp3를 꺼내 음악을 흥얼 거리고,어떤 여자애들은 재잘 재잘 수다를 떨었다. 나는 내 옆에 앉은 친구와 함께 게임도 하고 간식도 꺼내 먹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첫번째 장소는 거제에 위치한 포로수용소였다.아이들은 길고 긴 버스 운행 시간과 내리쬐는 햇빛에 눈을 찌푸리고 버스를 내렸다. 나 역시 머리가 어질 어질하고 속이 울렁 울렁 거려서 제대로 있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버스에서 내려서 얼른 바깥 공기를 쐬었다. 포로수용소 입구부터 사람들은 꽉 막혀버렸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겨우 출입을 하게 되었다. 이제 아이들은 짜증이 날 대로 나버렸다. 하지만 곧 1분도 안 되어 탄성을 내질렀다. 그 곳에는 6 25 전쟁의 슬픔과 훌륭한 일을 하신 분들,그 고통이 모조리 기록되어있고 생생하게 조형물과 영상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수첩을 꺼내들고 연필을 바쁘게 움직였다. 포로수용소를 둘러보니 6 25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고통에 못 이겨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석방되었다는 것이 생생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6 25 때 포로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기록을 전시한 박물관을 둘러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고 했다. 그 포로들의 마음이 내 마음에 모조리 바늘이 되어 꽃혔다. 그 포로들은 참다 참다 큰 고통에 못 이겨 반란을 일으키고 나라를 위해 희생 되었는데,지금 햇빛이 내리쬔다고 짜증을 내는 나는 뭐란 말인가. 정말 조상님들께 부끄럽고 또 그 6 25 전쟁에서 힘껏 노력해주신 그 분들께도 죄송했다.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6 25의 슬픔을 안고 드디어 수련원으로 향했다. 수련원은 자연과 함께 하기 위해 산중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6 25의 슬픔을 알고 잠시 잠잠했다가 다시 설레는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수련원의 모습을 대강 보니 한눈에 봐도 강한 힘이 느껴졌다.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대강당으로 가보니 강함이 팍 느껴지는 교관님이 앉아계셨다.
"자!여러분,이 수련원에 입소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잠시 후 간단한 기본 설명과 입소식이 있겠다. 모두 준비하도록."
교관님의 강한 목소리를 듣자 아이들이 급 조용해졌다.먼저 아이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입소식을 시작했다. 선생님들이 입장하실 때 우리는 소리를 지르고 큰 박수를 쳐서 환영해 드렸다. 그 다음에는 간단한 규칙과 설명을 듣고 숙소 배정을 해주었다. 여자 숙소는 B동이었다. 남자 아이들은 A동으로 나뉘었다. 숙소로 가고 나서 짐을 주섬 주섬 챙겼다. 먼저 편한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선생님의 호출 호루라기를 기다렸다. 선생님의 호출 호루라기가 우리를 불렀고, 우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생님께 달려갔다. 우리 숙소를 맡으신 여교관 선생님이 겁을 주고 훈련도 시켰다. 아이들은 겁을 먹고 시키는 대로 이곳 저곳 몰려 다녔다. 여러가지 훈련과 설명을 듣고 뒤에 있는 운동장에 갔다. 그래서 줄을 제대로 맞춘 뒤 뒷산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먼저 나무 계단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뭐 이까짓 거야 생각하며 가볍게 올랐다. 그러나 점점 갈 수록 힘들어지는 오르막길에 숨이 찼다. 낑낑 거리며 올라서 겨우 쉬는데 교관님들이 또 다음 훈련을 재촉했다. 잠시 사진 촬영 후 또 바쁘게 하산했다. 비록 힘들고 화나던 산책이었으나, 지금 생각해 보니 공기도 많이 마셨고 상쾌한 기운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산을 내려와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있었다. 우리는 땀을 흘리고 난 후 꿀맛같은 저녁을 먹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수다를 떨었다.
장기자랑은 수련회의 꽃이다. 교관선생님의 180도 변신을 보며 장기자랑의 막이 올랐다. 방금 까지도 조용히 해라고 소리를 지르시던 무서운 교관선생님은 어느 새 랩을 하고 분위기를 올리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고 곧 같이 노래를 불렀다. 신나는 노래 후 교관선생님의 우리 팀의 순서를 말해주셨다. 내가 하는 춤은 하필이면 맨 마지막이었다. 나는 부담감을 갖고 첫 장기자랑은 열심히 기다렸다. 멋진 아이들의 무대와 함께 나의 순서가 왔다. 나와 함께 춤을 추는 아이들은 모두 "어떡해"라는 소리만을 말하며 무대로 슬금 슬금 올라갔다. 교관선생님은 그런 우리가 재밌으신 듯 웃음을 지으셨다. 드디어 노래 반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팀은 옛날에 한창 유행하던 춤 <노바디>를 하였다. 좀 지난 노래긴 하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열창을 해주었다. 우리는 열심히 춤을 췄고 아이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노바디를 열창했다. 그 열심히 응원해주고 같이 부르는 모습을 보고 너무 고마워서 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우리가 노력한 만큼 결과는 잘 나왔다. 아이들이 호응이 많이 좋았다.
그 다음에는 신나는 캠프파이어.
선생님이 오늘 지금 이 시간 부터 잠시동안 정신 나간 듯 마음껏 춤을 추라고 하셨다.잠시 후 불이 타오르고 우리는 노래에 맞춰 그 동안 숨긴 춤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한창 신나게 춤을 추고 지친 몸으로 숙소로 들어갔다.
드디어 피곤한 몸을 쉬게 하는 취침 시간.
우리 모두 깨끗이 몸을 씻은 뒤 잠자리를 준비했다. 이불을 펴다가 지네 한 마리가 뭣도 모르고 뽈뽈뽈 기어나와서 여자 애들이 한바탕 난리를 피우기도 했다. 잠시 후 불이 꺼지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지쳐 잠들었다. 나는 오늘의 멋진 추억을 기억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기상 호루라기가 울리고 우리 여자 아이들은 허겁지겁 밖으로 나갔다.
"기상! 지금이 몇 신데 아직까지 우왕좌왕 하나!그리고 아까 새벽부터 시끄러웠던 애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냐!"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니 수련 활동에 들떠 잠도 안 자고 신나게 수다 떤 아이들이 몇 몇 있었나보다. 일단 바른 생활을 위해 쓰레기를 주우며 아침을 시작했다. 그러고 아침 식사 후 네 가지 게임을 위해 옷을 편하게 갈아입고 다시 강당으로 모였다.교관선생님들은 돌아가면서 한 반 한 반 게임을 하기로 했다. 먼저 시작된 우리 반의 게임은 파이프 연결. 파이프 연결은 서로 파이프를 연결하면서 종이컵에 구슬을 넣는 게임이다.우리 반은 아침부터 목이 터저라 소리를 지르며 응원했다. 다음 게임은 도미노 게임이다. 아이들이 또 소리를 지르며 도미노를 서로 차지하려 애썼다. 두번쨰 게임이 끝나자 모두 녹초가 되어 세번째 게임을 하러갔다.세번째는 공 튀기기. 공을 둥근 밴드 위에 올려놓고 튕기는 게임이다. 아이들은 이겨라는 얼굴로 수를 셌다.
"5!6!7! 아~거기서 떨어지네."
"난 더 잘 할수 있다구! 저것도 못해!"
아이들은 서로 응원하고 자랑하며 네번째 단체 줄넘기를 시작했다.보기에는 10개쯤이야 가뿐히 넘을 것 같았는데,팀워크 부족인지 하나도 제대로 못했다.
"으~~앗! 걸렸네.."
"에이~ 잘 할 수 있었는데."
단체줄넘기는 아쉬움과 함께 끝나버렸다. 곧 점심 식사 후 퇴소식을 간단하게 하고 버스에 오르게 되었다. 아이들은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버스에 올라탔다. 나도 집에 간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오르긴 했지만 정이 들어버린 이 수련원이 좀 아쉬웠다. 벌써 가는 것도 아쉽고 첫 수련회를 완벽하게 보낼 수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교관선생님들도 손을 흔들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셨다. 버스는 집을 향해 출발했고,나는 아쉬운 우리의 추억을 생각했다.
이번 수련회는 솔직히 잘 하지 못 한 것 같다. 동작도 빠르게 착착 하지 못했고, 순발력과 인내심도 좀 부족했던 것 같다. 툭 하면 짜증내고,훈련에 시무룩 해지는 내가 미웠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나 자신을 때리기도 했다. 이번 수련회는 좀 아쉬웠지만,앞으로도 많은 수련회가 기다리고 있으니 더 노력하면 된다.
이번 수련회는 나에게 큰 목표를 준 추억의 수련회였다.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