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에 견학 겸 소풍을 다녀왔다. 안동은 어릴 때 두세 번 가 봤는데, 체험이나 견학과는 상관없이 가족 나들이로 간 곳이라 어떤 곳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책에서 하회탈이나 민속 마을에 대해 본 적이 있고, 아빠가 좋아하시는 그 유명한 안동 간고등어 생각도 나서, 실제로 가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콩닥콩닥 일주일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오전 8시 30분, 학교 운동장에 모여서 버스 6대에 나누어 타고 드디어 출발했다. 노래도 부르고, 책도 보며 한 시간쯤 가니 안동 휴게소가 있었다. 차에서 내려 화장실을 다녀 오고 기지개도 쫘악 켰다.
"아~, 개운해. 오래 앉아 있었더니 몸이 굳어서 돌이 되는 줄 알았어."
평소에 한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않고 엉덩이가 들썩인다고 엄마에게 늘 잔소리를 듣는데, 역시 나는 어쩔 수 없나보다.
서안동 IC로 들어가 왼쪽으로 가니 20여 분 가니 하회마을이 보였다.
하회마을은 우리 조상이 살던 초가집과 기와집이 본래대로 잘 보존되어 있고, 용인 민속 마을처럼 관광지이기도 하면서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친구들과 손잡고 동네 이 곳 저 곳을 견학했는데, 서애 유성룡의 충효당을 둘러볼 때는 마음이 경건해졌다. 얼마 전에 읽은 <이순신>에 서애 유성룡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성룡은 이순신보다 몇 살 위 형인데 이순신과 함께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지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박물관 쪽으로 걸어나오는데 어떤 아저씨께서 장승을 깎고 있었다. 한복을 입고 장승을 깎는 아저씨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굵은 땀이 맺혀 있었다. 아저씨께서 깎고 있는 장승은 부리부리 힘도 세고 키도 컸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니 당연하게 무서워보여야 할 것이다. 장승이 세워진 공원에서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빙빙 돌며 잡기놀이도 했다.
그리고 마을을 되돌아 걸어나오다가 또 신기한 것을 보았다. 할머니께서 흙 벽에 물을 칠하고 계셨다. 그것은 본 나는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아마 흙이 갈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별 생각없이 대충 훑어읽던 책이었는데 실제로 책에서 본 내용들을 현실 생활에서 만나게 되면 책읽기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점심 식사 후 근처 병산서원에 갔다. 병산서원은 오늘날로 치자면 학교인데, 서원 앞으로 넓고 기운 찬 낙동강이 흐르고 있었다. 배산임수 명당인 곳에서 공부한 옛 선비들이 부러웠다. 우리학교도 배산임수 명당일까 궁금해진다.
2시가 되어 모든 학습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탔다. 비포장 길이라 차가 울렁울렁 해서 겁이 났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이 길을 다녔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제대로 엉덩이 붙이고 앉아 조용히 생각을 했다. 기분이 참 좋았다. 책으로만 보았던 것들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고, 많은 책을 사주신 부모님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책이 많다. 필요한 대로 이것저것 읽을 수 있게 서가를 만들어주신 부모님이 갑자기 눈물나게 고마웠다.
병산서원에서 가까운 곳에 퇴계 이황이 세운 도산서원이 있다. 병산서원을 다녀오니 도산서원도 가보고 싶다. 이번 견학은 자료를 많이 얻지 못해 아쉬웠는데 다음에는 자료들을 잘 챙겨오고 책도 미리 읽어서 더 많이 알고 가야겠다. 마음이 부자가 된 것처럼 뿌듯한 견학소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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