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4시. 아빠로부터 낚시하러 갈 준비를 하라는 전화가 왔다. 속으로 나는 엄청 흥분되었다. 사실 아빠께서 어제부터 호래기 낚시를 하러 갈 계획을 잡아놓았는데 안 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것은 바로 엄마의 허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바심나는 마음으로 나는 아빠의 전화 내용을 엄마께 말씀드렸다. 하지만 엄마의 허락도 헌쾌히 떨어졌다.
지난번 아빠께서 낚시를 하고 돌아오셨을 때 내가 ‘나도 같이 낚시 하고 싶다.’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아빠께서는 기억하시고 계셨던 것이다. 낚시 할 때 추울 테니 옷을 단단히 입으라는 말씀에 아랫도리는 스키복 바지, 윗옷은 폴라티에 가디건, 점퍼까지 입었다. 또 방한모자와 장갑, 마스크까지 추위에 끄덕없을 만큼 완전 무장을 했다. 시베리아에 가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리어 아빠께서 집에 오셨다. 내가 호래기는 어떻게 생겼냐고 물으니 아빠께서는 호래기는 모양은 꼴뚜기같이 생겼지만 크기는 꼴뚜기보다는 조금 더 크다고 말씀하셨다. 호래기 낚시는 나와 아빠만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두 아저씨랑 같이 간다고 아빠께서 말씀하셨다. 늘 아빠와 낚시를 함께 다니시던 분들이었다. 우리는 고속도로로 통영시로 갔다. 도중에 7시쯤에 저녁으로 돼지고기 국밥을 먹고 낚시점에서 호래기 전용 낚시 바늘, 미끼로 쓸 새우와 가짜 물고기도 샀다.
오늘의 낚시터인 물개마을에 도착하니 한 8시 50분쯤 되었다. 그곳에는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낚시도구를 정비하고 9시부터 낚시를 시작하였다. 낚시를 시작한지 20분 쯤 지나서 내가 제일 먼저 호래기를 낚았다. 낚시를 해서 잡힌 물고기나 어물들은 기다림에 대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래기를 잡을 때 신중하게 기다리지 않고 마구 휘두르면 안 잡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동안 안 잡히다가 물이 막 들어오자 갑자기 잘 잡혔다. 그렇게 새벽 2시까지 계속 호래기낚시를 하였다.
그 즈음 되자 잘 안 잡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철수하기로 하고 두 아저씨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나는 차에서 어느새 자고 있었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새벽 4시 30분쯤 되자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와 내가 잡은 호래기는 무려 41마리나 되었는데, 그 중 열댓 마리는 내가 잡은 것이다. 처음 낚시에서 대박이 났다고 아빠와 두 아저씨가 칭찬해 주셨다. 두 아저씨보다 내가 더 많이 잡아서 속으로 우쭐해졌다. 새벽 5시쯤에 집에와서 호래기를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고 호래기를 데친 국물에 라면을 끓여먹었다. 호래기는 입안에 살살 녹았다. 그리고 6시쯤에 파김치가 된 내 몸을 침대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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