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사람 : 또다른 나, 토드

토드 안녕!

나는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야. 네가 나오는 책'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읽고 느낀 점이 많고, 너와 이야기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제목에서도 봤듯이, 나는 너를 또다른 나라고 생각해. 결국 이 편지는 나에게 쓰는 편지가 되는 셈이야. 난 요즘 한창 슬럼프에 빠져있어. 그래도 네 덕분에 지금은 그 늪에서 반 정도는 빠져나왔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처음에 네가 웰튼 아카데미에 편입했을때, 토드 너는 정말 소심한 학생이었어. 너무 뛰어났던 형에게만 이목이 쏠리고, 관심이 집중되니까 형이 야속하기도 했고 형이랑 같아지려고 노력하기도 했지. 그러다 보니 너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쌀쌀맞게 굴고, 혼자 속으로 아파했잖아. 스스로 너의 마음의 문을 닫았던 거야. 하지만, 토드. 너의 성장은 정말 눈부셨어! 낙슨을 포함한 친구들과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모임을 하면서, 의식이 생겨나고 너에게는 자존감이 생겨난거지! 사람들 앞에서도 수줍어 했던 그런 네가, 너의 자작시를 낭송하고, 마지막에는 키팅 선생님을 위해 책상 위로 올라가서 '선장님, 오 나의 선장님' 이라고 했던건 정말 놀라웠어. 또, 키팅 선생님을 해고하는 서명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것도 말야. 자칫하면 퇴학을 당할뻔 했는데 말이지. 항상 자신감이 넘치던 피츠와 그 친구돌도 서명을 했는데, 소심쟁이 토드 네가 서명을 하지 않은 걸 보면, 너는 그들보다 더욱 용감해 진거야! 지금의 나라도 그 서명서에 서명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가 없는걸. 그건 무척 힘든 일이고, 엄청난 용기가 없이는 해내기 어려웠을 거야. 토드 , 그런데 네가 그걸 해낸 거지!

토드, 나는 대담한 척하고 쿨한 척 하지만, 내 속마음은 무척 소심해. 너는 좋은 친구들과 클럽을 만들어서 너 자신의 성숙을 이루어냈지만, 내 주변에서 그런 일을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클럽을 제외한 너희 학교의 클럽들처럼 우리학교의 상당수 동아리는 이른 바 '포트폴리오' 작성을 위한 것 같아. 물론 포트폴리오 라는건 정말 중요해! 하지만 모든 동아리들이 신입생에게 포트폴리오를 강조하고, 포트폴리오를 위해 동아리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너무 아쉬워. 가치가 바뀌고 있는 것같아. 또, 이런 현상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나. 이곳 친구들은 다들 무척 좋은 친구들이지만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진지하게 이야기하기엔 우정이란 한계가 정해져 있는 듯해서 안타까워. 어느 한쪽이 열등감을 느끼게 되면 그 둘 사이의 마음의 거리는 현저히 멀어지는 것 같아. 지금 내가 그런 상태야. 열등감을 느끼니까 자꾸 친구들에게 신경질을 내게 돼. 혹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어 보았니? 내가 바라는 우정은 그 책 속의 한스와 하일너의 우정이야.

하지만 자꾸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지쳐가는 것 같아서 책을 읽고 나서 결심했어. 토드 너에게 손을 내밀어준 낙스처럼, 다른 친구들에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보려고 해. 낙슨의 손에 이끌려 반신반의 하면서 클럽활동을 했던 너도 이렇게 눈부신 성장을 했으니까, 나와 우리 친구들도 서로서로 보완하면서 멋진 발전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소심햇던 너를 눈부신 별로 발전시켜 주고, 너를 포함한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자유의지를 깨달은 건 키팅 선생님의 영향이 크다고 봐. 그런 점에서는 정말 대단하신 선생님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키팅 선생님은 닐에게 너무 감정적인 능력을 심어준 것 같아. 결국 우리의 사랑하는 친구 닐의 죽음을 불렀고. 하지만 그래, 그게 전적으로 선생님의 탓은 아니야. 오히려 닐의 열정과 꿈을 무시하고 짓밟은 부모님과 학교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해. 너무 열정에만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거지. 선생님에 대해서 조금 비판한다고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마. 나는 선생님을 무척 존경하니까.

'카르페 디엠!' 선생님의 명언이잖아? 그런데 가끔 선생님의 명언을 엉뚱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화가 나. 너무 욕구를 따라간다고. 지나쳐서 범죄와 연관되면 안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존중해 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는 획일화된 입시 제도로 인해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능력과, 창의성을 잃어버리고 있는것 같아서 슬퍼.

나도 처음 책을 읽고 나서는 잘못 생각했었어. " '현재를 즐겨라!' 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런 삭막한 학교에서 어떻게 현재를 즐기라는 거지?" 하고 말야. 그렇지만 한번, 두번, 세번 책을 읽고 나니까 그런게 아니었어. 오늘을 즐기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어. 물론 실천이란 건 항상 어려운 법이지만. 주변의 친구와 나를 비교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 이방법이 오늘을 즐기는 방법이자, 우선적으로 고쳐야할 나의 마음가짐이야. 되도록이면 빨리 이 깊은 늪에서 나와서 다시 밝은 나로 돌아가려고 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말이야. 더 많은 친구들에게 너와, 네 친구들, 그리고 키팅 선생님을 소개시켜주고 싶어. 친구들도 나처럼 많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겠지?

토드, 책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너는 내마음속에서 또다른 나로서 그 책의 속편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거야. 항상 나를 응원해 줬으면 좋겠어. 나도 너를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