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크리스 입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그 황홀한 하늘나라에서 안녕하신지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제가 얼마나 많이 울고 얼마나 많이 슬퍼했는 지 모르실 겁니다.

할아버지 께서는 어느날 갑자기 계단으로 와 제게 너무나도 소중한 지혜를 주셨지요.

아무것도 나눌 줄 모르고 이기적인 제게 무언가를 나누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지금의 삶을 즐기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깨달은 사실인데, 왜 저는 몰랐을까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처음 할아버지와 만났을 때에는 할아버지께서 쓸데없는 참견을 하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생각이 너무나도 많이 틀렸더군요.

할아버지를 만나고 나서 항상 마주하는 친구들 마저 반갑고, 학교가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설레는 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제 마음 한구석에 가시처럼 걸립니다.

돌아가시는 순간 까지도 제게 6번째 지혜를 들려주신 밥 할아버지,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만약 할아버지께서 살아 계셨다면 할아버지께 제가 보답을 해 드리려고 했는데요.

할아버지께서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하셨잖아요? 정말 당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전에는 몰랐습니다. 가족이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지. 가족이 있어서 제가 있고, 그래서 할아버지를 만났을텐데, 왜 저는 가족이 귀찮다고만 생각했는지, 이런 제가 한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좋은 취미를 가지라고 하셨던 말씀....할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오카리나는 아직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고, 또 실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할아버지께 들려 드렸다면 좋아하실 것 같았는데 말이죠.

할아버지 께서는 그곳에서도 노래를 흥얼 거리고 계시겠죠? 그렇게 생각하고 저는 매일 할아버지께서 부르시던 오페라 곡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하늘나라까지 들릴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배운 것을 친구와 나누라고 하셨던 말씀 말이죠, 그 동안 뭐든 저 혼자서 해왔기 때문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저만의 공부 비법을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고 있어요. 친구들이 아주 좋아하던 걸요? 친구들 또한 제게는 가족 만큼이나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친구가 없어도 잘만 살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벌써 옛날 일이 되었죠.

친구들과 떠들고, 친구들과 운동도 하고, 이렇게 많이 변한 제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기특합니다.

"투덜대지 말고 기도를 해 보렴." 이라고 할아버지께서 말씀 하셨었죠.

저란 애는 왜 이렇게 부족한 건지 지금까지 뭐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제 신세를 한탄하면서 투덜대기만 했었죠. 하지만 기도 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흥분한 마음도 차츰 가라앉고 다시 용기가 생깁니다.

현재는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하셨던 말씀. 아직까지도 그 뜻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힘든일이 있을 때마다 미래를 위한 준비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즐기다 보면 언젠가는 힘든 일이 아닌 재미있는 일이 되어 있죠.

그리고 삶의 지혜를 어른들로 부터 배우라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솔직히 저희 막내 삼촌에게서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지혜만으로도 제 삶은 너무나도 많이 변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저라는 아이 자체도 바뀌었죠.

할아버지, 이렇게 할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지혜들을 가슴 깊이 새기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책상에도 오렌지색 수첩이 고스란히 있지요.

아직도 할아버지와 만났던 계단에 앉아 있으면 할아버지의 그 유쾌한 노래 소리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정말 그립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가 되면 청소부를 하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지혜를 나누어 주는 그런 자상한 할아버지 말이죠. 고민이 많고 앞으로 갈길이 많은 아이들의 앞날을 반짝반짝 빛나도록 닦아줄 수 있는 청소부가 될 겁니다. 그리고 저는 할아버지께서 제게 주셨던 지혜들을 다시 되물림 해 주겠지요.

하늘나라에서도 할아버지께서는 많은 이들에게 할아버지의 여섯가지 지혜들을 가르쳐 주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오렌지색 수첩이 있겠죠?

절 손자처럼 자상하게 대해 주시고, 제 삶에 큰 변화를 불러다 주신 밥 할아버지.

정말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2010.10.8. 할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크리스가 사랑하는 밥 할아버지께 하늘 나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