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꿋꿋이 이겨내는 홍당무에게

안녕 홍당무야, 나는 대구와룡중학교에 다니는 정 영학이라고 해

너의 이야기를 읽고 네가 좀 불쌍하다고 생각되었어.

넌 가끔은 말썽꾸러기이기도 했지만 참 마음씨 착하고 가족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집안의 온갖 궂은일을 해야만 했지. 하지만 네가 그런 궂은일을 하는데도 정작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또한 언제나 너에게 돌아온 것은 사랑과 따뜻함이 아닌 무관심뿐이었지. 그 때 난 참 안타까웠어. 그 무관심 속에서 온갖 힘든 집안일을 한 네가 꿋꿋하다고 생각해.

근데 홍당무야 네가 은화를 잃어버리고 재봉틀 서랍에서 은화를 가져온 사건은 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잃어버린 은화를 ‘은화 한 닢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제대로 찾지도 않고 거짓말로 찾았다고 했잖아. 거짓말 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니까 앞으로는 거짓말 하지 말도록 하자. 나랑 꼭꼭 약속해. 나도 거짓말 안하기로 약속할게.

너의 어머니는 무슨 일만 일어나면 홍당무 너만 꾸중하고 식구들이 너무 너만 들볶는 것을 보고 참 속상했어. 내가 너라면 무척 힘들었을거야. 우리 어머니는 때로는 잔소리로 나를 힘들게 하시지만 따뜻한 사랑으로 나를 감싸주시는 상냥한 분이시지. 그래도 공부하라는 소리만 덜하시면 더 좋을 텐데 말이야.

너의 형과 누나도 너에게 너무 심하게 하더구나. 어떻게 넌 견디었니? 네가 내 동생이라면 참 잘 대해 줄 텐데 말이야. 그래도 너의 아버지는 너와 편지도 주고받고 너의 가족 중 유일하게 너에게 관심을 가져주셨지. 우리 아버지는 가족과 함께 배드민턴도 쳐 주시고 나의 고민도 들어주시는 든든한 우리 가정의 기둥과 같은 분이셔. 나도 아버지와 둘이서만 함께 낚시 갔던 추억이 있어. 그 때는 바람도 더 시원하게 느껴졌고 아버지와 더 친해졌던 시간이었어. 이발하러 갈 때도 남성전용미용실이어서 여동생은 집에 있고 아버지와 둘이서만 가는데 아버지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그 시간이 참 즐거워.

엄마를 싫어하는 너의 마음을 아빠와 둘에서 산책을 하며 대화로 그 마음을 바꾸신 너의 아버지가 존경스러워. 넌, 너의 형과 누나는 행복하다고 생각 하지. 너도 행복할 권리가 있단다. 난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의 꿋꿋한 성격은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거야. 학교에서 가끔 1등도 했잖아.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홍당무가 되길 바랄게.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영학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