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

날씨는 맑았고 따뜻했으며, 구름한점 보이지 않는, 티없는 하늘이었다.

서늘한 바람이 나무를 스쳐지나가는 소리는 마음속을 깨끗하게 씻어주는듯 하였다.

"오늘은.. 정말이지 날씨가 좋은것 같아요."

베키는 입가에 미소를 자아내며 웃고 있었다.

"그렇지? 오늘은 정말 하늘을 날고싶을 정도로 맑은것 같아."

세라도 창문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들이 마차에 오른 후에 도착한 곳은 영국의 한 호텔이었다.

그곳은 세라가 다니던 여학교와 맞먹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또 호화스러우며 넓었다.

세라 일행이 머문 곳은 특별실이었는데, 세라가 한창 일을 하며 고생할때 쓰던 방과 비슷한 구조였지만,

많은 것이 달라보였다. 특히 세라의 눈에는.

"그럼 우리 어디 놀러가 볼까요?"

베키는 창문쪽에서 고개를 빼내고 세라에게 물었다.

"아니야. 나도 사실은 나가서 놀고 싶지만, 우린 곧 있으면 출발해야해. 여기서 계속 머물러 있을 수는 없잖아?"

세라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짐가방을 들었다.

"좀더 있고 싶었는데..하지만 어쩔 수 없죠 뭐.."

세라 일행은 호텔을 빠져나와 마차에 다시 올랐다.

"그럼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요?"

베키가 그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마차가 달그락 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마차는 얼마 안가서 항구에 멈춰섰다.

"우리는 아마도 인도에 갈거야."

세라는 도도한 표정을 지은채 베키에게 말했다.

"네? 인도라뇨..영국이 아니라??"

베키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냈다. 세라는 항구에서 내린 후 티켓을 끊은 후 배에 올라탔다.

"그럼 인도에서 뭘 할 거에요?"

베키의 질문이 계속되자, 세라는 약간 미간을 찌푸린채로 기침을 몇번 하더니, 인도에서 뭘 할건지, 어디로갈건지, 인도는 어떤 곳인지도 모두 설명했다. 물론 베키는 그런 세라를 이상하게 여겼다.

"세라 아가씨의 아버님이라.. 정말 궁금해요."

베키가 약간 비아냥 거리긴 했지만, 세라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라와 베키는 한참을 얘기 하다가 잠이 들었다.

배는 세라가 잠에 들어 깨어났을 때 즈음에 도착해 있었다.

"있지. 베키, 나 꿈을 꿨어."

세라가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꿈인데요? 정말 궁금해요."

베키가 세라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있지.. 내가 말야... 공주가 되는 꿈이었는데 말야, 거기서 내가 정말 공주라고 생각하던 참에 말야..."

베키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 아빠가 없었어. 내 옆에 말야.."

세라의 눈에 약간의 눈물이 맺혀 있더니 갑자기 주르륵 흘러내렸다. 베키는 깜짝 놀라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세라는 다시 말을 꺼냈다.

"지금도 아빠가 안계시기는 해. 하지만 나는 항상 아빠가 옆에 안계셔도 됐었어. 너희들이 있었으니까.

 정말 공주가 되는것 까진 좋았는데 말야....정말 슬펐어. 아빠가 없다는 것 자체가 말야. 너도 없고, 내 주위의 친구들도 하나도 없었어. 알고 있니? 그 슬픔을. 내 주위에 날 위로하고, 기쁘게 해 줄 친구가 없다는건 정말 슬픈 일인것 같아. 그렇지?"

이렇게 말하는 세라는 배에서 내려 마차에 탔다.

세라는 한참동안 눈물을 닦고 흘리더니 또다시 잠이 들었다.

"아가씨, 무슨.. 꿈이라도 꾸고 계세요?"

베키는 또다시 세라의 눈 밑에 고인 눈물을 발견하고선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리고 캐리스퍼드 씨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자.. 여기가 우리가 살 집이란다!"

집은 정말이지 궁궐처럼 넓고 커보였다. 베키는 세라를 깨우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문 안으로 불현듯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