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야, 안녕? 난 네가 살던 때로부터 57년 후의 울산에사는 희찬이라고해.

57년 전의 시대가 어땠는지 책이나 역사를 통해 간접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속직히 느낌으로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오늘 또 한번 너의 이야기를 통해 네가살던 시대가 얼마나 힘들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너의 아버지께서 비쩍 마르고 때가 잔뜩낀 볼품없는 송아지를 푼돈을 모아 사오셨을때 너는 많이 실망했었지. 하지만, 여물을 주고 목욕도 시켜서 볼품없는 송아지를 멋진 송아지로 키우고 항상 함께 방죽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물도 떠먹이며 정성스럽게 대하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난 네가 참 순수하고 정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어.

나도 우리집에있는 애완동물들을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매일매일 산책을 하고, 목욕을 시키고, 꼬박꼬박 잊어버리지 않고 먹이를 준다는건 참으로 귀찮고 하기 힘든 일이야. 그런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넌 참 부지런하고 맡은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아이란 것도 알았어. 그리고, 책 내용중에 송아지가 어느정도 자라서 코를 뚫는 장면이 있었지. 그때 눈을 꼭 감은 너의 귀로 들려오는 송아지의 울음소리....코를 뚫는 송아지도 괴오웠겠지만, 너의 마음은 더 아팠을거야. 나도 우리집에서 키우던 애완동물들이 아프면 내 마음을 누가 바늘로 콕콕찌르는것 같았거든.

 6.25 전쟁이 터졌을때 가족들이 모두 피난을 갈때 아버지가 송아지는 얇은 얼음을 못건넌다며 두고가라고 해서 여물과 콩깎지를 듬뿍 주고는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길을 떠났었지. 그리고, 나무판에 '이 송아지에게 물과 먹을것을 주세요.'라는 메모를 남겼을때, 큰 감동을 받았어. 전쟁이 터져 경황이 없는 상황에 그런 메모를 하다니....그건 누군가를 깊이있게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비록 동물이지만 형제나 친구처럼 생각한 너의 사랑에 정말 고개가 숙여지더라. 난 그런 널 보면서 내가 키우는 나의 동물친구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겠다고 느꼈어. 송아지도 너의 마음을 아는지 얼음위를 달려 네게로 올때 너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 송아지와 함께 얼음아래로 가라앉고 말았지. 난 그걸 보는순간 머리속의 찌릿한 느낌과 콧끝이 찡해옴을 느꼈어. 그때 난 내가 키우던 애완동물이 나의 사소한 실수때문에 죽고 만 기억이 났어. 그래도 넌 그만하면 정말 송아지를 사랑했고 정성을 다한거야.

그리고, 죽음을 무릅쓰고 송아지와 함께 하려했던 너의 사랑에 다시한번 감동했어.

네가 사랑한 송아지와 함께 영원히 천국에서 함께하길 바래.

 그럼 이만 마칠게. 안녕~♥

- 너의 순수한 사랑에 감동한 희찬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