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은구두가 무지개 앞에 조용히 걸터앉았다. 적어도 도로시는 눈에는 그랬다. 조그마한 아이가, 자신의 어렸을때의 믿지못할 '추억'을 들고 방그레 웃으면서 흔들고 있는 그 모습을, 도로시는 보았다. 두 눈으로 똑똑히.아. 꿈이었다면 여기서 바로 끝나버렸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눈을 씻고 보아도 확실한 은구두였다. 문득, 잊고 살아야만 했던 옛 추억들이 생각났다. 허수아비, 겁쟁이사자, 그리고 양철나무꾼, 그리고 토토. 토토는.. 죽어서 제 2의 토토를 키우고 있다. 뒷뜰에다 토토를 정성스럽게 묻어주면서 도로시는 생각했다.

 '넌 참 운좋은 강아지였어, 토토. 또다시 그런 모험을 너와같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도 토토는 오래 산 것이었다. 그랬기에.. 아니 며칠 전에 죽었더라면 진작 날아오지 않은 이 은구두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겠지.

 어쨌거나 도로시는 그 신발을 신어보려고 했지만 다 큰 어른이 신기에는 너무나도 작았다. 도로시도 발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어른이 되면서 발도 점점 커졌던 것이다. 결국 도로시는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양철나무꾼과 사자, 허수아비를 그리기 시작했다. 형편없었다.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에 있는 그들이 아니었다. 좋은 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도로시의 남편은 외국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번 돈은 모두 통장안에 넣어 주었다. 도로시가 왜 그림을 그렸냐면, 음..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도로시는 딸아이에게 꼭 맞는 은구두를 신겨주었다. 그리고 방법까지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에메랄드 시에 가고싶다고말하면 돼."

 "아.. 네. 은구두야, 나를 에메랄드시로 가게 해 주렴."

 딸은 사라졌다. 딸은 두 손으로 은구두를 꼭 쥐었다. 예뻤기에, 또 잃어버리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자랑을 하고싶었기 때문이다. 딸은 손에 그림을 펼쳤다.

 "음.. 이렇게 생겼단 말이지."

 딸은 그림을 펼쳐들고 구석에 도로시라고 사인이 되어있는 그림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생긴 것들을 찾습니다! 사자와 양철, 그리고 짚으로 되어있어요!"

 에메랄드시의 사람들은 딸을보고 화를 냈다.

 "아니 어디서 우리 왕국의 왕을 보고 짚이라고 하는거야?!"

 딸아이의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가던 왕 허수아비와 그의 신하들을 거느리고 가다가 발견하였다. 허수아비는 그 사이로 비집고 가서 그 그림을 보았다.

 "도.로.시.. 도로시!! 너 도로시니?"

 "아뇨. 저희 엄마인데요."

 허수아비는 급히 사자와 양철 나무꾼을 불렀다. 

 "도로시! 도로시가 살아있었어! 도로시를 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구나.."

 양철나무꾼은 웃으며 말했다.

 "도로시는 지금 어떻니?"

 " 잘 지내고 계세요... 그런데 아저씨는 왜 양철로 돼어있어요? 허수아비 아저씨도요. 사자는요?"

 그때, 딸은 허전함을 느꼈다. 은구두! 은구두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것도 한짝. 도로시의 딸은 은구두를 찾기위해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에메랄드 시에 오기까지 별 느낌이 없었는데 누가 빼간것이 아닐까 싶었다. 모두들 열기구를 만들어 본 적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가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도로시는 딸이 가버리자 허전한 느낌까지 들었다. 금방 돌아오겠지.. 올거야.. 올거야..하면서도 불안했다.혹시 안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 도로시는 에메랄드 시로 떠나기로 한것일까? 아니, 그러면 아들은 돌보아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지 못한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계속되었다.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