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란 무엇일까.
네버랜드의 책장이 그렇게 덮였다.
오사무와 미쓰히로의 고해가 나에게 하나의 물음을 던져주었다.
오사무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어머니를 죽였다고 고해했지만 사실 어머니는 자신의 앞에서 자살을 한 것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가 자살을 했다는 충격에 오사무는 어머니의 환각을 보며 괴로워했다. 오사무는 어머니에게 미움 받는 아들이었다.
미쓰히로는 아버지와 불륜녀였던 어머니가 함께 자살을 한 후 아버지의 본부인의 밑에서 강간을 당하면서 자란다. 집의 사람들은 알면서 모르는 체 한다.
놀라운 점은 오사무와 미쓰히로는 모두를 용서한다는 점이다. 왜 하필 어머니는 아들인 나의 앞에서 자살을 했으며, 왜 하필 중학생 밖에 되지 않은 자신을 강간했는가. 하는 회의적인 어투를 집어놓고 그들의 네버랜드는 완벽해진다.
미쓰히로의 강간범은 그가 만나주지 않자 자신의 학교에 찾아와 이상한 추측까지 소문으로 나돌게 했고 죽으면서는 유서로 ‘너에 대한 내 행위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라는 편지까지 친히 그에게 남겼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무덤에 시간이 지나면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말을 흘리며 그녀를 용서하고자 한다.
유년시절을 범죄의 감옥에서 지내면서 자란 미쓰히로는 성격마저 의심이 많고 감춤이 많은 사람으로 변한다. 오사무는 과장되게 활발한 체 하며 내면을 드러내지 않으려한다.
용서란 무엇일까.
제 삼자인 나는 용서할 수 없는 그들의 용서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지나치게 깔끔했다. 과거의 상처는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그들은 최근까지 상처의 트라우마에 시달려왔다. 아직 상처가 선명하다는 증거이다. 그들은 부처인가? 사과 받지 못하고 하는 용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용서란 참 편리한 방법이다. 타인과 나의 마음이 동시에 편해질 수 있는 합리적인 일처럼 들린다. 오사무와 미쓰히로의 심중의 얼룩을 작은 책장 속으로 관음하기만 한 나였지만, 사실 깊숙이 저들의 용서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스스로 편해지기 위해서 선택한 용서였다면 오히려 개연성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책의 결말은 결국 완벽한 네버랜드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끌어낸 장치처럼 보였다. 아이들의 세계는 깨지고 붙으며 불안정하기 때문에 네버랜드라는 제목에 걸맞게 불안정해도 괜찮았을 텐데 성장소설은 성숙으로 끝나는 게 역시 암묵적인 약속인가 보다. 인물의 감정선이 급작스럽게 전개에서 절정으로 간 기분이다. 아무튼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구 나쁘지는 않았다. 사람은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너의 용서는 분명한 것이냐는식의 단언은 힘들다. 나의 용서는 어때야 할지 네버랜드가 준 물음에 대해서 고민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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