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활동 교과서에서 ‘베니스의 상인’ 간추린 이야기를 읽어보고 원작을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데 르네상스 시대 유럽에서 가장 부유했던 도시인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은 책 첫 장부터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뼛속까지 욕심이 가득차 있고 자비란 조금도 베풀지 않는 탐욕적이고 냉정한 사람이었다. 어떤 사정도 봐주지 않는 이기적인 샤일록이 너무 얄밉기도 하고, 샤일록에게 당한 수많은 사람들이 안쓰러웠다.
안토니오의 친한 친구 바사니오는 부자 상속녀에다 미인인 포셔를 사랑했다. 바사니오는 포셔의 마음을 얻기 위해 3천 두카토를 포셔에게 갖고 가야한다고 안토니오에게 말했다. 바사니오와 우정이 각별한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3천 두카토를 빌리고 바사니오 대신 자신이 돈을 직접 갚아주겠다고 약속한다. 자신도 넉넉한 형편이 아닌데 직접 어마어마한 돈을 갚아주겠다고 한 안토니오의 우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안토니오와는 전혀 다르게 ‘다음에 갚아!’라고 말한다. 3천 두카토보다 훨씬 적은 금액인데도 친구에게 빌려주는 돈을 아까워한 나의 모습이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동안 안토니오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안 붙이고 돌려받았다. 그래서 샤일록은 전부터 안토니오를 미워하고 있었는데 만약 안토니오가 석 달 뒤 돈을 갚지 못한다면 가슴 부위 살을 1파운드 베어내겠다고 했다. 그 제안을 안토니오는 받아들였다. 샤일록이 안토니오에게 흉악한 제안을 한 것은 생각하기만 해도 치가 떨렸다.
안토니오의 일이 잘 안 돼서 샤일록에게 빚을 갚지 못했다. 그러나 바사니오는 진실된 사랑을 통하여 포셔와 결혼할 수 있게 됐다. 포셔를 향한 바사니오의 진심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돈을 갚지 못한 것에 대해 바사니오가 알게 되었고 바사니오는 안토니오를 찾아갔다. 법에 대해 잘 아는 포셔는 재판관으로 분장해서 안토니오의 목숨을 구했다. ‘살 1파운드를 정확히 베어가되 조금의 피라도 흘리게 되면 샤일록의 재산은 몰수된다.’ 는 포셔의 판결을 보고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런 지혜로운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너무나 놀라웠다. 아기엄마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남긴 솔로몬의 판결만큼이나 명판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일록의 고집을 언쟁이나 권력이 아닌 지혜와 총명함으로 이긴 것이 큰 의미인 것 같았다.
친구와의 우정, 진실된 사랑 앞에서 돈이나 재산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유한 재산이 많은 사람보다 진정한 친구가 있는 사람이 훨씬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준다.
‘당신은 당신의 삶 속에서 진정한 우정과 사랑의 가치를 느끼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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