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라면에 대해서는 맛있고 즐거운 기억이 많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집으로 올 때는 내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했다. 책 내용 역시 그럴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라면을 먹는 순간에 이웃 나라의 어떤 아이는 바이올린을 켜고 있고, 그 아이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순간에 이웃 나라의 어떤 아이는 빵을 팔고 있고, 그 아이가 빵을 팔고 있는 그 순간에 그 이웃 나라의 어떤 아이는 쓰러져 있었다.
글자보다 그림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 책은 밝고 환한 장면에서 시작해서 어둡고 슬쓸한 장면으로 끝이 났다. 나는 이 책을 덮는 순간 마음이 이상해졌다. 알 수 없는 슬픔같은 것이 마음에 쿵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분이 드는 책은 처음이다.
그리고 평소에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동생 가윤이와 싸우곤 했던 일들이 무척 부끄러웠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 때문에 엄마에게 물어보니 지금의 내 환경과 다른 아이들의 삶을 비교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했다. 엄마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내 마음이 두근거리고 아팠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그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마음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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