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방학 때부터 집에 새로 들어온 한국문학전집을 하나씩 하나씩 읽고 있다.
옛날의 배경으로 쓰여진 책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좀 어렵게 느껴지는 책들도 있다. 하지만 김동인 선생님의 책은 요즘도 일어날 만한 일들은 그 시대에 글로 잘 묘하신거 같아서 몇 권 읽게 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배따라기. 발가락이 닮았다. 감자 등등…….
김동인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예술의 위대함이 자연의 위대함보다 더 생명력이 있고 더 큰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자신이 창조한 인물을 인형을 다루듯 잘 조정하여 자유롭게 쓴 글이 눈에 잘 들어오는 작품들이 많다. 정말 글은 작가가 유도하는 데로 글 속의 주인공들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활개를 치는 거 같다.
이야기의 시작은 복녀라는 여인이 돈에 팔려 나가 스무 살 위인 홀아비에게 시집가면서 시작된다. 생활고도 심하고 남편이라고는 게으르니 구걸을 해가며 목숨을 이어간다. 때마침 기자묘라는 솔밭에 송충이가 들끓어 복녀도 인부로 뽑히게 되어 열심히 송충이를 잡는다.
몇몇 아낙들은 감독과 웃고 놀며 품삯은 자기보다 많이 받아 가는걸 알게 되고 복녀도 감독에게 몸을 더럽히면서 그런 일들을 수치스럽게 여기지도 않으며 생활했다.
가을이 되자 복녀는 빈민굴의 아낙들처럼 중국인의 감자밭에 감자를 도둑질하기위해 드나들다 중국인 왕 서방에게 붙잡히며 중국인을 따라가 몸을 허락하면서 돈푼을 얻어왔다.
남편의 자신의 생활이 윤택해지자 부도덕한 이를 아무렇게 생각지도 않는다.
그러던 중에 왕 서방이 장가를 들려고 하자 질투를 하며 왕 서방의 결혼식을 난장판을 만들고 복녀가 손에 들고 있던 낫으로 대항하다가 피를 뿜어내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며칠 후 왕 서방은 복녀의 남편과 한의사에게 각각 30원과 20원을 쥐어주며 복녀의 죽음을 뇌일혈로 죽었다고 진단 받고 공동묘지에 싸늘하게 묻히고 말았다.
“감자”라는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내면적인 모습 즉 도덕적인 근본이 망가져 버리는 순간을
잘 드러낸 글 인거 같았다.
복녀의 죽음 앞에서 왕 서방, 한의사, 그리고 같은 편에 있어야할 남편마저도 돈을 주고받으며 한사람의 목숨을 비정하게 묘사한 모습이 섬뜩하기도 했다.
요즘 현시대에도 간혹 뉴스에 나오는 일 인듯하다.
지금 배우고 있는 도덕이란 과목에 나오는 도덕성과 윤리성의 이 책한 곳에선 다 무너진 것을 잘 알려주고 있다. 부도덕한 싸움과 간통, 살인, 도둑질, 구걸 등등이 사람의 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하는 것들이 모두 부정적이고 비극적인 것이다.
복녀가 이렇게 된 것을 남편의 무능력 때문이었다. 가난과 게으름만 없었더라도 복녀는 몸을 팔지 않았을 것이고 비참하게 목숨을 잃지도 않았을 것이다.
원래 선비집안에서 내려오는 전통을 이어 경우도 정직하게 자란 복녀였지만 가난으로 굶주리게 되자 일순간 타락하게 되고 그녀의 일생은 비극이 되고 만다.
복녀가 가정을 벗어나 왕 서방을 시기하고 그 자리를 탐해서 부도덕적인 행동이 자신의 죽음을 자초한 것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복녀만의 잘못을 아니지만 왠지 모두 그녀의 잘못인 것처럼 느껴지는 장면도 있었다. 왜 그렇게 밖에 못해? 라고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면서 책을 읽었다.
집안 가장의 보살핌이 있었더라면 과연 복녀가 그렇게 살았을까?
복녀의 생활이 좀 더 풍요로웠다면 복녀가 그렇게 변해버렸을까?
어쩌면 사람의 환경이 그렇게 변색되게 만들어 버렸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신문기사에도 가장이 생활고로 자식을 죽이고 자신의 목숨도 끊어버리는일,
가정주부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가정을 버리고 도망가는 일들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책임감과 도덕적인 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나 하나쯤 그런다고 세상이 어찌되나? 나 하나쯤 나 하나쯤........
이러한 생각을 하니 더욱더 부도덕하고 남의 헤치고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뭐든지 자신의 자리에 정확하게 맡은 일은 한다면 복녀가 부도덕하게 도둑질을 하지도않았을것이고 몸을 팔지도 안았을 것이다.
돈이라는 물질 앞에서 인간성상실, 비인간적 모습들이 눈에 띄었고, 가난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또 다른 시대적 배경 잘 표현되었던 책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찐 감자를 먹으니 복녀가 생각난다. 허기질 때 짬쪼름하게 삶아진 감자를 먹으면서 허기를 채웠을 복녀.
지금처럼 좋은 시절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현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복녀의 일생은 그리 허망하게 끝나지 않았으리라 생각을 다시 한 번했다.
힘든 일에 좌절하고 쉬운 길만을 고집하지 않고 나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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