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전춘은 <사랑>이라는 소재로 진행되는 대표적인 남녀상열지사의 노래이다.
제목인 滿殿春을 한자의 뜻을 빌어 여러 가지로 해석해보았다.
滿(만)의 뜻은 가득하고, 만족하고, 흡족하다 같은 긍정적인 언어들이 그 뜻이다. 殿(전)의 뜻은 전각과 궁궐, 전하, 평정하다, 신음하다 등의 뜻이 있다. 春(춘)의 뜻은 봄, 동녘, 술(의 별칭), 남녀의 정, 정욕 등이 있다.
1) 전각을 가득 채울 만한 봄
2) 남녀의 정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평정
3) 정욕을 만족하게 해 신음하게 함
한자의 어순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뜻으로만 경우의 수를 따져보았을 때 핵심 주제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풀이는 위와 같이 나왔다. ‘애정’ 이라는 주제에 부합되는 뜻풀이들이지만, 내용까지 따져봤을 때 그 해석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만전춘별사의 1연에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애정이 드러난다. ‘얼음’은 고난적인 소재이다. 만전춘별사의 2연에서는 떠난 님을 그리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1연과는 상반되는 모습이 보여진다. 얼음 위에 댓잎자리를 놓아 임과 내가 얼어 죽을망정 오늘 밤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하는 화자인데, 왜 2연에서는 님과 헤어진 상태일까?
Α. 얼음은 추위를 비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추위란 상층계층들은 느끼지 못하는 가난의 상태로 임과 나는 추위를 이겨내서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다. 때문에 임은 2연에서 생계유지를 하기 위해 돈을 벌러 나간 상태이다.
Β. 3연에는 떠난 임을 원망하고, 4연에는 임의 외도를 걱정하고 있는 구절이 드러난다. 1연에서는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임과의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이것은 이별을 예감하고 있는 상태로 보이기도 한다. 임은 사실 여행자였고 하룻밤 사이의 짧은 인연으로 닿았건만, 마음이 깊어져 미래까지 기약한 것이다.
C. 출세나 건강의 다른 이유로 출가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는 A나 C의 경우로 해석하지만, B의 경우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하룻밤 사이의 불타는 사랑이 소설 속에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 이다. 목적지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떠남이 예고되어 있었고 그래서 얼음 위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정을 통했다. 만약 집이 있는 일반적 가정이었다면 왜 굳이 얼음 위에서 사랑을 나누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 하룻밤은 아니더라도, 그만큼의 짧은 기간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3연에서 임은 넋이라도 임과 함께 가자고 말하지만 그것을 어기고야 만다. 화자는 넋이라도 함께 가자고 우기던 사람은 누구였냐고 말하는데, 꼭 떠나야 되는 이유가 있는 사람에게 왜 그 약속을 지키지 아니하였냐고 말하는 태도는 어리광처럼 보인다. 화자가 납득하기에 사유가 충분하지 않았고 때문에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으로 보인다.
4연에는 임의 외도를 걱정하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사실 ‘외도’ 라는 것이 사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여유가 아니더라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주변을 살필 수 있기 때문에 가난이나 공부 때문에 출가를 한 임의 모습과는 별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믿음이라는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의 외도를 진지하게 의심을 하는 것일텐데, 그렇다면 임이 믿음을 줄 만큼의 긴 시간을 화자와 보내지 않았냐는 의심도 들었다.
만전춘별사를 읽으면서 한 또다른 가정은 5연에는 화자의 임이 돌아온 상태가 아닐까 란 것이었다. 5연부터 6연의 내용은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아 누워 약든 가슴을 맞춥시다. 평생토록 헤어지고 싶지가 않다.’ 라는 내용이다. 4연까지는 임을 원망하고, 임의 외도를 의심하는 등의 비관적인 태도가 나타나있는데 5연에서는 님과의 행복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가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에 5연에는 임이 시를 쓰던 중 돌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해봤다.
그렇다면, 이제 만전춘별사의 내용에 부합하는 제목의 뜻을 골라보기로 한다. 전각을 가득 채울 만한 봄과, 남녀의 정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평정, 정욕을 만족하게 해 신음하게 함 중 첫째는 내용과 맞닥뜨려지는 부분이 있다. 2연의 ‘도화’ 와 ‘춘풍’ 이라는 시어에서 시에서 봄이 다가온 것을 알 수 있다. 전각을 가득 채울 만한 봄에서 보통 ‘봄’은 설레임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화자의 설레임과 사랑이 가득찬 것을 만전춘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 속 화자는 ‘기다림’ 의 정서가 특출나게 표현된 정서이지만, 기다림에는 설레임의 정서도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라기에는 남녀의 정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채웠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정욕을 만족하게 해 신음하게 함은 만전춘별사가 노골적으로 남녀의 사랑을 표현한 시라고 해서 노골적으로 해석해보았는데, 이또한 두 번째 경우처럼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만전춘별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염두해보았다. 만전춘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한자어를 풀이하며 제시해보았고, 또한 화자와 임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해보았다. 화자의 임과의 관계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짧은 시간에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가정과 어떠한 부분에서 그런 점을 느꼈는지에 대해 서술해보았다. 만전춘별사라는 작품에 분명히 드러나는 사랑이라는 주제는 해석에 한정적일지 몰라도, 상황을 상상하여 가정하고 탐구해볼 수 있어 유익하고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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