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야.안녕? 나는 조금만 조금만 더 라는 책을 읽고 너를 만나게 된 주희라고 해.
11살이고 한국에 살고 있는데 정확한 나이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윌리야. 나는 너와 너의 개 번개를 보고 정말 느낀 것이 많아. 농장의 세금을 내지 못해 할아버지가 병이 나셨을때 너는 대단한 용기를 냈어. 번개만 데리고 개썰매 대회에 나가기로 했잖아. 다른 선수들은 여러 마리의 개와 함께 썰매를 끄는데 넌 딱 한마리와 나간다고 했서 깜짝 놀랐어. 그리고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응원하면서 너를 지켜 보았단다 .특히 말도 없고 덩치도 큰 얼음거인을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서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몰라, 네 썰메가 결승점에 거의 다 왔을때 번개의 심장이 터져서 쓰러지고 얼음거인이 총을 쏘아 아무도 못 오게 했던 장면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 번개를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렸던 거야. 그렇지? 무서울 줄말 알았던 얼음거인이 네가 결승선을 넘을 수 있게 지켜주는 것을 보고 겉보기와 다르게 마음이 아주 따뜻하다는 걸 알았어.
넌 썰매 경기가 끝난 뒤에 어떻게 지내고 있니? 혹시 번개를 꼭 닮은 귀여운 강아지를 키우면서 번개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얼음거인과 좋은 친구가 되엇는지, 할아버지는 다 나으셨느지 등 궁금한 것이 참 많아.
솔직히 이제까지 나는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겁쟁이였어. 힘들 일은 당연히 어른들이 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지내려고만 했는데 너를 보니까 그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어린이도 어른들을 도울 수 있고 용기를 내면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아.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번개처럼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서라고 생각해. 번개를 보면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을 구하다 세상을 떠난 학생과 선생님도 생각났어.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이제 겨울이 오면 얼음 썰매를 타던 너와 번개의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아. 다시 찾은 농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가끔씩 너를 기억하는 한국의 소녀가 있다는 걸 생각해 주렴. 잘 있어.
2015년 4월 23일
주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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