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읽고 나서의 그 느낌은 공허함이었다. 다른 아무런 느낌도 없는 공허함과 무언가 결여된 듯한 느낌뿐이었다. 그저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책은 다 읽었을 무렵 나에게 정신적 피폐함을 쥐어주었다. 윈스턴, 반국가적 행동으로 혁명을 꿈꾸었으나 결국은 실패하여 오히려 당에 굴복하게 된다. 조지오웰은 이 소설을 통하여 우리에게 무력함을 선사하려고 하였던 것일까.
윈스터 스미스는 빅브라더가 당의 기준이자 법인 나라 오스트리아에 살아가는 진리부의 당원이다. 과거를 조작하고 사람들에게 조작된 과거와 현실 (그곳에는 그것이 진실이다.)을 보게 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그 자신은 당에 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일기를 쓰고 여자친구 줄리아를 만나고 감추고 살던 성욕을 풀어내며 그 생각은 증폭된다. 골든스타인이라는 국가적 적이 쓴 책을 핵심당원으로 부터 받아들고서 읽다가 그 핵심당원의 덧에 걸려 애정부(감옥 및 고문의 장소)로 가게 된다. 처음에는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다가 결국은 항복하며 당에 굴복하는 인간으로 전락해버린다.
이 이야기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느껴야 했던 것일까. 그저 지금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을 가져야했을까. 1984를 읽다보면 텔레스크린이라는 무자비한 정부의 기구가 나온다. 그저 감시만 하는 것이 아느냐 하지만 24시간을 그 아래에 있으며 소리도 마음대로 내지 못하며 감정표현 또한 어렵다. 그 속에서 살아간다면 어떨까. 나는 아마 일찍이도 미처버려 목숨을 끊고서 이 세상과 안녕을 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무서운건 이런 세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거라는 약간의 가능성이다. 어디서든 누군가가 이러한 일을 시작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퍼질 것이고 1984 속의 사람들처럼 그것이 당연한 일이되어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때 과연 내가 윈스턴과 같이 행동할 수 있을지는 그 때의 판단의 맡겨두기로 하겠다.
역사의 조작. 아무도 관심없는 옛 사실. 국민의 무지를 탓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관심없게끔 만들어져버린 사회적 구조와 자신의 상황때문이 아닐까, 자신이 먹고 살 상황도 안되는데 자신과 관계도 없다고 여겨지는 역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나라도 입시라는 각박한 상황 속에 역사를 알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과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역사가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교육과정에도 없는 역사를 혼자 공부하고있다. 역사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오는 17년 수능부터는 한국사과 필수가 되었다. 그렇다고 공부의 양이 줄어든것도 아니다. 그 평소 교육과정에 더해 늘어났다는 점에서 정말 안타까움을 표할뿐이다. 조금 더 부담을 덜어주어 역사에 정말로 관심을 기울이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1984를 읽고 나서 정신적 피폐함이 왔다고 했다. 그 이유는 주인공의 굴복에서 비롯된 일이다. 애정부의 지독한 고문에 더욱더 순종적이된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런 사회에 살아야하나라는 반감이 가득하던 내가 이 사회니까 어쩔 수 없지라며 비정상적이고 이상한 입시위주의 사회에서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접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이게 과연 알맞은 사회일까. 지나친 입시위주에 지나친 경쟁, 이 사회가 과연 그 속에서 자살하고 폭력을 일삼는 그들에게 할 말이 있을까.
혹여나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 생각이었다면 읽어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나도 시작은 그저 빅브라더에 대한 궁금증이었지만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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