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노예제가 있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사회 곳곳에서는 장애가 있어서, 또는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어서, 나이가 많아서, 학교를 중퇴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나 스스로는 다른 사람들을 차별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을 차별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TV의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노예 12년>이라는 영화가 소개가 되었다. 나는 직접 그 영화를 보지는 못하고, 그 영화의 원작인 같은 제목의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솔로몬 노섭'은 흑인으로 뉴욕에서 자유인으로 살다가 납치되어 '플랫'이라는 이름의 노예가 되고 12년만에 극적으로 구조되어 다시 자유인이 되는, 실존했던 인물이다. 당시 미국 북부에서는 노예제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미국 남부에서는 노예제가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들은 노예가 생각하는 것처럼 비참하게 살고 있지 않고,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이 책의 작가의 주인 중에는 착한 주인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게 현실이다. 노예가 필요하다는 것은 주인의 입장일 뿐이다. 노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이 비참하게 살아가는데 나라의 경제 발전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현대 사람들 중에서 노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남부 사람이었다면, 그리고 주인의 입장이었다면 나는 과연 노예제를 반대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지금이야 노예제가 없고, 노예제는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니 나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반대하지만, 당시에는 노예제가 있고, 자신의 노예의 입장이 아니고, 당연하게 여겨졌으니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왕건이 궁예를 죽이고 왕이 된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세조가 단종을 죽인 것은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세조가 정치를 잘했다고 알려져 조금 세조에 대해 평가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세조가 단종을 죽인 것은 나쁜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둘은 똑같이 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이 된 사람이다. 나는 이 둘이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세조는 혈육을 죽였다", 또는 "궁예는 폭군이었으니 몰아내는 것이 당연하다"등 여러 가지 반박이 가능하다. 왕건이 왕이 된 것에 대해 '자신은 왕이 되지 않으려고 했으나, 주변 사람의 추대로 어쩔 수 없이 왕이 되었다'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을 듯 싶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자신에 대해 미화하기 위해 쓰여진 '승자의 기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세조도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몰아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의 야심도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어린 왕이 제대로 정치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현재에는 '왕이 정치를 못하면 몰아내도 된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야기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간 것 같다. 나는 시대 상황에 따라, 또는 교육받은 내용에 따라 인간의 생각, 심리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예를 들어 이해했다.
<노예 12년>을 읽으면서 주로 느끼는 것은 '나는 차별을 하지 않았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느낀 것이 참 많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생각한 점이 더 많은 것을 느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노예 12년>은 영화로, 영상으로 느끼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노예 12년>을 영화로 본 사람들은 책으로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떄 한 번 더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