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과의 이야기는 쉬는 시간동안 틈틈이 읽을 짧은 책을 찾다가 필독서 목록에 적혀있는 걸 보고 덥석 빌려온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간단하고도 중요한 책’. 정말이지 이 책과 딱 어울리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책을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얇다. 아무리 늦게 읽는 사람이라도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두께다. 그리고 쉽다. 특히, 중간 중간 삽입되어있는 그림이 사람들이 사라들의 이해를 도와준다.
만약 이 책이 ‘철학’과 ‘윤리’에 중심을 둔 책이라면 어떨까? 그 장점은 더욱 극대화 될 것이다.
사람들은 철학, 윤리라 하면 일단 머리부터 싸맨다. 애초에 철학과 윤리가 백이면 백, 백 명의 사람들의 백 개의 주장을 분석하고 또 공부하는 학문이기에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잘 모른다고 좋은 말로 포장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 학원, 동네 슈퍼, 친구들, 숙제, 그리고 아이스크림!
이 책 <세상을 담은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주인공 한우주와 그의 친구들이 학교생활 중 겪게 되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이다.
한여름 특유의 푹푹 찌는 날씨, 지루한 학원 수업,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가지도 영어라디오를 듣고 있는 아이들, 우리의 주인공 우주는 이러한 것들에 질려 학원버스를 두고 평소에 가던 골목길을 지난다.
내가 생각해도 골목길은 뭔가 신비로운 것이 있다. 블록마냥 딱딱딱 세워져있는 빌딩숲보다는 좀 더 정감이 가고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렇게 골목을 돌아보던 우주는 갈증을 느껴 바로 앞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더운 날 그늘 아래서 먹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라니, 아,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다. 나대신 실컷 시원함을 만끽해준 우주가 그 값을 치르려는데, 이게 웬일?
“뭐 먹고 싶은 거 있니?”
우주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것을 주인아저씨가 모르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우주는 그대로 슈퍼에서 빠져나온다. 물론 값을 치르지 않고. 원래 그러려던 생각도 아니었고, 딱히 돈이 아까운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그냥 우주는 이 일이 재밌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번, 삼일에 한번, 하루에 한번, 우주는 학원이 끝나면 바로 그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 한 봉지를 몰래 뜯어먹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러던 어느 날, 어김없이 슈퍼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가던 우주는 아이스크림 냉장고 아래에 떨어져있는 만 원짜리 지폐를 발견한다. 만원이라니, 지금까지와는 상황이 달랐다.
솔직히 요즘시대에 만원을 발견한 것은 안타깝게도 ‘횡재’ 또는 ‘엄청난 행운’이지만, 그것을 바로 들고 가지 않고 고민했던 것을 보면 우주가 아예 양심이 없던 아이는 아닌 것 같다.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매일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을 뿐, 도둑질 자체에 쾌감을 느낀 건 아니라는 거다.
그렇게 우주는 양심에 못 이겨 그 돈을 아저씨에게 돌려드린다. 그리고 보답으로 받은 아이스크림하나. 물론, 같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이지만 그 맛은 확연히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진정한 ‘공짜 아이스크림‘은 이게 아닐까. 얼떨떨한 기분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던 우주는,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슈퍼아저씨의 계획임을 깨닫는다. 더불어 며칠 뒤 새로 오신 ‘이상한 선생님’의 정체가 사실 그때의 아저씨라는 것도.
이 독특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자신처럼 독특한 수행평가를 내주는데, 바로 친구들과 조를 이뤄 원하는 광고의 콘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에 우주와 친구들은 만장일치로 주제를 ‘아이스크림’으로 정한 뒤 아이스크림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모은다.
그 과정에서 우주의 조는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아이스크림의 진실을 알게 된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카카오의 재배에서 벌어지는 아프리카 주민들의 불공평한 노역활동,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수십 가지의 화학 첨가물 등등. 달콤함 속 여러 사람들의 눈물을 담고 있는 아이스크림처럼, 우주의 조도 그리 평탄치는 않다.
조원들 사이의 갈등, 엇갈림. 우주는 과연 이들과 예전처럼 친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 장, 한 장, 읽다보면 어느 샌가 책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마지막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중간 중간 삽입되어있는 작가의 그림과 손 글씨가 너무 예쁘고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내가 무엇보다도 감탄한건 앞서 말했듯이 ‘철학’과 ‘윤리’라는 그리 쉽지 않은 영역을 다루었음에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한 ‘쉬움’이었다. 나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언젠가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은 사람으로서 사람들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작가의 작문능력이 많이 부럽다.
덧붙이자면 나도 작가처럼 사람들에게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 아니, 딱히 사람들의 인정을 바라고 글을 쓰려는 건 아니지만,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마무리로 책에 대한 내 생각을 짧게 정리하자면, 일단은 이 책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재밌는 소설을 발견해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과는 조금 다르다. 이건 쉽게 말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철학과 윤리는 어려운 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단지 조금, 아니, 상당히 어려워 다들 눈을 감고 있는 것뿐.
그러니 모두 이 책을 통해 철학과 윤리, 그리고 사회에 대한 눈을 뜨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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