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도는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서술자인 ‘나’는 이웃인 만수의 집에 찾아가며 우연히 만수의 외삼촌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작품 초반의 만수네 가족에 대한 전개는 만수네 외삼촌의 이야기를 위한 전초였고 본문은 나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만수네 외삼촌이 현장에서 겪은 일을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한다.
‘이런 몽고땅 한곳에 만수 외삼촌이 이번 갔을 적의 일이었다. 주막이란 없는 곳이어서 마침 저녁때 당도한 거기 한 집을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하룻밤 묵게 되었다. 그만큼 몽고 사람들은 인심이 후한 것이다.’
관찰자 시점 답게 외향을 묘사하면서 중간 중간 생각도 첨가시켜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래서 인물들간의 대화가 표시되지 않음에도 매끄럽게 읽혀지고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주인과, 일본인객의 행동이나 표정 등을 섬세히 살펴 묘사하여 실제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도 준다.
‘자연 짐승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주인은 두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산 속에서는 그게 날짐승이건 길짐승이건 심지어는 한 마리의 벌레까지라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 도덕처럼 돼 있다는 것. 특히 외지에서 온 손님으로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리떼를 만났을 때 수중에 총을 가졌더라도 직접 쏘아서는 안된다는 것. 정 이리들이 성화를 먹이면 그저 한방 허공에다 대고 총소리를 내는 정도로 쫓아 버리는 게 상책이라는 것.’
인물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는 따옴표 형식이 쓰이지 않고 서술자의 언어로만 진행이 되는 점이 특징 이다. ‘~한다는 것’ 으로 끝나는 단호한 말투로 상황에 대한 주인의 당부와 걱정이 잘 드러난다.
‘만수 외삼촌은 귀를 기울였다. 이제 들려 올 총소리에, 그러나 총소리는 좀처럼 들려 오지 않았다. 웬일일까? 주인도 귀를 기울이고 있는 눈치였다. 드디어 총소리가 들려 왔다. 꽤 먼데서, 뒤이어 애 울음소리 같은 짐승의 비명소리도. 주인이 벌떡 일어났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이거 큰일났다. 꽤 멀리 간 모양인걸.’
위의 부분은 일본인객이 이리를 손봐주겠다며 권총을 들고 나간 부분이다. 마침표가 꽤 잦은 단위로 끊겨져 있어 긴장감이 유발된다. ‘그런걸 나는 그가 우리집에 찾아온 걸 기억 못해 내다니, 그러나 이렇게 분명히 그가 우리집을 찾아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란 것을 기억해 낸 지금에도 그가 우리집에 온 일은 없고 내편에서만 그를 찾아간 것같이 느껴짐은 무슨 까닭일까.’ 앞 부분과 비교해보면 현저히 짧아진 문장으로 독자의 읽는 호흡을 잘게 끊어주면서 상황의 급박함을 강조하는 효과를 준다.
제목인 이리도 의 뜻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드러나는데, ‘이리도. 그럼 이리까지도?’ 이리마저도 라는 언어를 표현한 것이다. 문장이 평서형이 아닌 의문형으로 끝나는 것은 독자들에게 주제의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상상력을 끌어낸다. 혹은 이리도의 도가 그림 도(圖)라는 해석도 찾아볼 수 있는데 마지막의 권총의 이빨자국이 이리가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라고 중의적으로 해석하는 평도 찾아볼 수 있다.
민족의 저항성을 표면에 나타내지 않고 ‘이리’ 라는 함축성을 가진 대체물을 선택해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 민족에 대해 함축성을 내포하고 있는 일본인객의 행동이라던가, 이리의 권총에 새긴 가로 새로의 줄 이라던가, 하는 부분이 있다. 민족의 아픔을 있는 현실 그대로 서술하기 보다는 장치를 이용해 작품 속에서 상징성을 활용하여 내용을 전개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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