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 책의 내용 소개
이시가미는 사회성이 부족하고 오로지 수학 밖에 모르는 고등학교 교사이다. 하지만 학문에서도 더 이상 열정을 찾을 수 없고 삶에 회의를 느끼던 이시가미는 집 안에서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밧줄에 목을 매려던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하는 수 없이 문을 여는데, 문 틈 사이로 옆집 여자의 미소가 보인다. 이시가미는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하고 그녀로 인해 새 삶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며 자살을 포기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새 삶을 준 옆집 여자 야스코의 삶을 위해 알리바이를 돕게 된다.
Ⅱ. 본론 - 살인의 반전과 반전이 주는 의미
일반적인 추리소설 같은 경우에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비밀리에 감쳐두며 단서를 은연중에 흩뿌려놓아 독자와 서술자가 함께 용의자를 줄여가는 구도이다. 하지만 용의자x의 헌신에서는 처음부터 범인을 공공연하게 밝히며 범인을 추리하는 초조함 보다는 오히려 형사와 범인의 사이의 알리바이 싸움을 관건으로 볼 수 있다. 이시가미가 사건을 얼마나 더 어렵게 만드는지, 사건을 쫓아가는 사람들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지가 묘미이다. 하지만, 책은 독자에게 뒷통수를 한 번 더 치는데 처음부터 범인을 명시적으로 밝혀 독자를 잠재적인 목격자로 만들었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을 준다. 반전은 이시가미의 또 한번의 살인이다. 이시가미는 야스코와 야스코의 딸을 보호하기 위해 아군도 속이고 위장한 셈이다. 야스코의 전남편인 도미가시를 죽인 바로 다음날에 또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도미가시를 죽인 날과 야스코의 연결고리를 전혀 찾아볼 수 없게끔 만든 것이다.
“아하, 그렇습니까. 선생님이 내시는 문제니까 어려울 겁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착각하기 쉬운 맹점을 살짝 찔러주지요. 예를 들면 기하학 문제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사실은 함수 문제라는 식이죠.”
(용의자x의 헌신, p.276.)
문제를 쫓는 사람들은 도미가시에 관한 문제만을 밟아왔을 것이고 새로운 살인이 있을 거라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선입견을 이용한 것이다. 만약 수학문제가 겉보기에 기하학 문제 같아 보여 기하학에 관한 공식만 적용을 하고 있다면 사실은 함수문제인 수학문제를 풀지 못할 것이 뻔하다.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쉽게 풀릴 문제인데도 말이다. 무의식 중에 뱉은 말이 이시가미에게 독이 된다. 문제를 쫒던 사람이 그의 말과 평소의 행동에서 눈치를 채고 결국 트릭이 들통나게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사건의 범인을 자신으로 몰아가며 야스코의 스토커라는 누명을 본인에게 씌우고 감옥까지 가게 된 희생이 너무나도 크다고 생각해서, 그가 불쌍하고 가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곱씹어볼수록 이시가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사랑은 사건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노숙자를 희생양으로 쓰면서 까지 이루어졌어야 했나?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삶이나 없어져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노숙자의 삶은 고려치 않았나? 제목이 ‘헌신’ 인 것 답게 전개가 그의 희생을 부각시키면서 흘러갔기에 다른 리뷰들을 찾아보아도 이시가미의 희생에 관련된 호평과 안타까움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은 그도 살인자다. 책의 반전은 그의 엄청난 사랑을 부각시키는 장치로 이용되었지만 그가 휼륭한 사람이란 주변인의 평을 흐리게 한다. 법적으로 빨간 줄 하나 없이 깨끗했던 그의 삶에 평생의 스크래치를 남기게 되고 감옥 살이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더 있다. 야스코가 그가 자신을 위해 꾸민 모든 일을 알게 되어 자수를 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야스코가 마지막에 자수를 하지 않았다면 야스코의 양심을 의심하게 되면서 과연 이시가미의 평생을 걸고 좋아할만한 여자였을까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야스코는 이시가미의 누명을 알고 감정을 참을 수 없어하고 독자들은 그 점에서 도움을 받기만 한 야스코를 인정하게 된다. 야스코가 살인에 가담한 야스코딸의 인생을 생각해서 끝까지 이기적으로 굴 수 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Ⅱ. 본론 - 이시가미의 사랑에 대한 태도 분석
무언가 결핍된 자의 사랑은 집착과 같은 특별한 방법으로 다가오기 마련인데 이시가미의 사랑의 태도는 헌신으로 나타난다. 남을 위한 사랑은 헌신이지만, 나를 위하지 않는 사랑은 잔인해지기도 한다. 이시가미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나를 돌보지 않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실 야스코와 이시가미는 도미가시(야스코의 전남편)의 살인사건 이전에는 연결고리가 희미했다. 야스코가 일하는 가게인 벤덴데이 라는 도시락 가게에 자주 오는 손님으로, 혹은 옆집에 사는 사람으로 이시가미와 안면을 트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시가미가 살인사건을 알게 된 이후로 그들의 관계는 예전보다 가까워진다. 사실 이시가미의 내성적인 성격으로 미루어보아 살인사건이 있지 않았다면 야스코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는 먼저 나서지 않을 성격이었음에 분명했다. 하지만 사건이 워낙 여자 혼자 처리하기에는 큰 사건이었고, 혹시 자수할 것이 아니면 자신 밖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이시가미는 그 날 처음으로 야스코의 집을 찾아가게 된다.
사실 이시가미가 그녀의 행복을 비는 순수함도 있었을 테지만, 어떤 면으로는 이시가미 본인의 자기만족을 위해서 라는 면모도 있지 싶다. 비밀에 엮이는 순간 사람들은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기 마련인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 생기면서 둘이 엮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야스코는 이시가미에게 가장 의존할 수 밖에 없고 거기에서 이시가미는 그녀와 엮인다는 의미 자체에서 조금이라도 자기만족을 가졌지 싶다. 하지만 자기만족이란 단어가 그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순수한 어린아이에게도 장난감을 가지고 싶다, 간식을 먹고 싶다, 이런 욕망이 있는데 그라고 없을 수 있을까? 그가 그녀를 위하는 방법, 예를 들면 경찰이 보고 있으니 아는 척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희생적인 방법들은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이 아주 절절히 드러났다. 평소에 동경하듯이 좋아하던 상대가 나에게 의지한다는 것에서 어느정도 자기만족의 심정도 있지 않았나 예상해본다. 그렇기에 그도 상대방이 나에 대한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와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Ⅲ. 결론 - 용의자 x의 헌신에 대한 전체 생각 정리
용의자x의 헌신은 한 번 읽고 치우기에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반전과 스릴이 있는 추리 소설, 정도로 분류될 법 하지만 사랑과 헌신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또 이시가미와 같은 인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것을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 라는 질문이 책에서 계속 나오는데, 문제를 만드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어려운 갈래를 비집고 들어가 생각하면 되지만 푸는 사람은 답을 알기 위해서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대입해보아야 답을 알 수 있다. 이시가미는 문제를 내는 쪽이었지만, 언젠가는 남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관한 문제도 스스로 풀어봤으면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대입해서 단순한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생각하는 관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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