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는 털털하고 숨김없는 말투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에세이를 쓰는 작가이자 NGO 월드비젼 긴급구호 팀장이다. 이 책 또한 한비야가 전해주는 지구촌 구석구석의 이야기와 평범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특별한 한비야의 일상생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하거나 어쩔 땐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한비야의 옳은 생각들로 가득하다. 책의 맨 첫 장에서 한비야는 <난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부제로 이야기를 튼다. 한비야는 생활 속 아주 평범하고 성씨나 성별같이 당연하게만 느껴지는 것들까지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자신이 즐거움을 가지각종의 표현으로 밖으로 터뜨려 내야지만 직성이 풀린다 한다. 나는 한비야의 글이 항상 통통 튀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유를 여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을 보든 그걸 온 가슴으로 느끼고 또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비야가 쓴 글은 그 행복 바이러스를 읽는 사람에게까지 생생하게 전염시키는 것 같다. 50대 남들은 다 복잡한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쉬고 싶어하는 나이에 한비야는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더 직위가 높고 편한 자리보단 응급 구조팀에서 발로 뛰고, 밥보다 등산을 더 좋아한다. 한비야가 항상 배우고 싶어하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비야는 참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는 것 같다. 한비야가 비유한 표현에 대자면 인생의 축구 경기 전반전 17분도 채 뛰지 못한 내가 일분 일초를 나눠서라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않고 젊음을 끝내주게 멋지게 보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여러가지 돌이켜 생각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한비야가 잠바브웨이 해외 봉사중에 있었던 일인데, 한비야는 한국에 대한 향수로 ‘라면 한 봉지’가 그리도 그리웠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그 한 봉지를 구하게 되었을 땐 그게 그렇게나 고맙고 소중해서 먹지도 못하고 침대 머리 맡에 둔 채 생가만 해도 행복해 하곤 했다 말하며 독자들을 향해 여러분의 라면 한 봉지는 무엇입니까? 하고 질문을 던진다. 덕분에, 평소 당연하게만 여겨지던 것들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해 볼 수 있었다. 내 라면 한 봉지는 복도에서 오가는 와중 친구들과 나누는 짧막한 인사다. 아주 소소한 것이고, 굉장히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때 나에게 보여주는 친구들의 환한 웃음이 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들 곤 한다. 기분이 좋아져 지나치고난 이후로도 한참 혼자 히죽거리고 있을 때 마다 그걸 느낀다. 이러한 사소한 일들이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정말 말마따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 가지는 마음가짐에 따른 것인 것 같다.
제일 인상깊은 한 장면을 꼽자면, ‘링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무조건 일으켜 세워 다시 싸우게 하는 것 만이 응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하는 문장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누워있는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용한” 위로가 필요하다고 덫붙인다. 사실, 이 문장들이 내게 꼭 맞게 다가온 이유가 있다. 내가 갓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한참 자격증에, 공부에, 아무튼 할 일들에 휩쓸려 살 때였다. 그 때,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평소에 알던 분께서 내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시며, 요즘 힘들지. 하시는데 그 만으로도 정말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힘을 내라고 하는 말보다 내가 힘든 걸 이해해주고, 인정해주고, 공감해주는 말이 정말 가슴 한구석을 찡하게 울리며 다가왔다. 한비야의 말대로 가끔씩은 요란한 응원보다 조용하고 따뜻한 응원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나는 직접 느꼈던 것이다.
또 한가지 더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는데, 한비야가 꿈이 이뤄질리 없으니 현실에 충실하게 살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을 땐 마치 내게 하는 소리 같았다. 사실 내 꿈은 오래전에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사라졌고, 그 뒤로 만들어 진적도 없었다. 아마 중학교때 꿈이 뭐냐는 물음을 받을때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공무원이라고 기어드는 목소리로 대답 했던 걸보면 꿈이라기보단, 그때부터 현실에 충실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모양이다. 꿈을 가슴 가득히 품어보고 나서, 도전하고 실패 하더라도 한번 더, 두 번 더 일어나는 청춘에 꿈을 가지지도 않고서 어떻게든 먹고 살기만 하면 됐지하고 생각하고 있는건 정말 그 젊음의 축복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는 거창하지 못한 작은 꿈이든, 화려하고 커다래서 이뤄질리 없어 보이는 꿈이든 꿈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한비야의 꿈은 지구촌 곳곳 고통받는 사람들의 행복이다. 목이마르면 물을 마시고, 더러워지면 씻고, 배가 고프면 먹고,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 어떤 곳의 사람들에겐 꿈도 못꿔볼 불가능한 일이다. 예전에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나라밖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비야의 시선으로 봤을 땐 훨씬 안타깝고 가슴아픈 이야기로 다가왔다. 그렇게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제껏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다시 한번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문장 하나하나에 대해서 내가 느낀 것을 말하려면 끝도 없을 것 같다. 한비야의 자신감 넘치고 열심 있는 태도는 언제나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하고 의구심부터 품는 내가 꼭 배워야 할 한 부면이다. 그리고 이제부턴 나의 꿈을 찾아야 겠단 생각을 했다. 한비야는 꿈을 이룰 순 없을 지언정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한비야의 힘찬 조언에 따라 앞으로 세상을 조금 더 행복하고 자신있게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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