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하긴 시간이 너무 부족해.’ 하면 엄마는 날더러 핑계 좀 대지 말라고 하신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투이아비처럼 가끔은 시간을 무한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쓰며 살고 싶다. 가계부처럼 스케줄러에 시간을 사용한 것을 기록하고,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의 시간을 미리 정리하면서 사는 게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동그란 타원 안에 가두어놓은 하루를 투이아비는 이해하지 못한다. 투이아비가 보기엔 우리가 눈금 표시 해놓고 숫자로 정해놓은 세상은 그저 바쁨을 달고 사는 빠빠라기 일 뿐이다.
원주민들은 하루를 위한 하루를 산다면 우리들은 미래의 즐거움을 위한 하루를 산다. 문명인은 책임을 달고 산다. 하지만 그것이 고통 이라고 생각하진 않는 이유는 기대의 행복이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피곤한 눈을 부비며 아침 일찍 기상하는 사람들의 매일이 그와 다르지 않다면 당장에라도 문명을 벗어나고 싶어 할거다. ‘예를 들어 햇빛이 내리쬐는 밖으로 나가 강에 배를 띄우고 뱃놀이를 하거나 여자를 만나 사랑을 속삭이고 싶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고, 즐겁게 놀며 한가하게 보낼 시간이 없다는 생각만 하며 시간을 죽인다. 시간은 버젓이 있으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하는 말이 있다. 투이아비는 왜 문명인들이 바쁨을 스스로 자초하는지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자신의 시야에서 비판하기만 한다. ‘빠빠라기는 어떻게 하면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빈틈없이 보낼까 하는 생각에 골몰하며 온 힘을 쏟는다.’ 투이아비가 말한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생활이 여유 없이 갑갑하길 원하지 않을 거다. 말하자면 빈틈을 위한 메꿈이라고 할까. 바쁨을 자초하는 이유랑 비슷한 이야기다.
그저 본인이 정해놓은 목표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뿐이다. 바라는 것에 합격통지서를 받는 날까지 애를 쓰고 그 다음엔 합격통지서가 주는 특권을 누리는 거다. 목표는 취업일수도 있고, 승진일 수도 있고, 월급일 수도 있다. 만약 투이아비에게 일 년 뒤에 뭘 하고 싶냐고 물으면 그는 대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하늘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게 하루일과이자 취미일 그가, 일 년 뒤에도 거적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고 한다면 그것도 그의 행복이듯이 목표의 성취도 문명인들의 행복인 거다.
황량한 대지에 차츰차츰 성취를 쌓아올린 문명 속에서 우리들은 배우고 자라나고 있다. 내가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 원하는 공부를 하게 될 수 있는 순간을 위해, 고등학교 시절 시간의 가계부를 만들면서 고생한 시간이 아깝지 않아지는 그런 기쁨이, 지금 뛰어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올거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다운 삶이란, 현재를 희생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삶이다.
투이아비도 ‘시간에 늘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그는 시간에 대해서 무감각하다시피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은 다시 붙잡을 수 없다는 점은 그도 알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본인의 과거에 꼭이라도 남겨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번쯤 일 년을 나누고 한 달을 쪼개고 하루를 나누었으면 한다. 그래서 현재의 당신이 당신의 과거를 돌이켜볼 때에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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