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또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는 속담이다. 어릴 때는 무엇도 모르고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이제는 작은 반론을 펼쳐 보고 싶다. 항상 이라는 부사어가 모든 사건에 예외 없이 들어가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왕따 문제는 날이 갈 수록 심각해져가고 있다. 무섭게도 이유는 친구들끼리의 심심풀이 일 수도 있고, 외모가 못생겼다던지 하는 아주 간단하고 사소한 문제들 일 수도 있다. 가끔 선생님들이나 상담자들은 왕따에게서의 문제를 먼저 찾고는 하지만 나는 그것이 아주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원인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결과가 나타난 다는 소리 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악성 루머에 휘둘리다 죽은 연예인 수만 손가락에 꼽기도 힘들 정도로 늘어가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몇 백년에 한 번 온다는 황금돼지해 때 연예인들이 연달아 자살한 사건 이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 연예인들에 관한 루머는 모두 사라지고 기억에서 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주인공인 헤나도 악성 루머에 휩싸인 상태를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자살한 이유가 들어있는 비디오 테이프! 사람들은 자신이 그녀가 죽는 것에 가담한 적이 없고 그저 본인의 피해의식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본인들이 허튼 루머를 믿고 퍼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가끔 학교 생활을 하다보면 들려오는 소문들이 몇 몇 개 있다. 그 애가 레즈라느니, 학교 선생님과 관계가 심상치 않다느니……. 겉으로는 티내지 않지만 비밀리에 전해지는 소문들이 있고 그 소문들을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그 애를 쳐다보는 눈초리부터 달라지게 된다. 돌이켜보면 나도 책속의 이 위선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몰래 카메라로 누군가 내 행동을 찍어놓고 실제 나의 잘못을 반성하게끔 하려고 만든 책 같다.
누군가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 흘러나오면 지레 그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겠거니 짐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그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의 소행일 수도 있고 그저 흥밋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잔인한 장난일 수도 있다. 지인도 아니면서 함부로 왈가왈부 하는 일도 참 우스운 짓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도 그건 뒷굴뚝의 연기를 보고 착각한 것일 거다. 나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잘못 되었다고 해서 단면만 바라보고서 평가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좌우, 사방을 살핀 뒤에도 그 굴뚝에 들어서 뗀 불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평가하려 들어서는 안된다.
아직 루머에 얽혀 본 적은 없지만 역지사지로 누군가 편협한 시선을 가지고선 나를 대한 다면 무척 기분이 나쁠 거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주인공인 헤나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거짓에 분개했지만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선생님 마저도 말이다. 지금 상담센터에서도 상담신청을 하면 본인의 문제를 찾아보라 하지만, 제 2의 헤나가 생기기 않으려면 당사자에게서 원인을 찾는 잘못된 시선을 쳐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부로 루머를 퍼뜨리고 다니는 악성 루머 유포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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